내용요약
이사회 의장은 사내이사가, 사외이사는 '단 한 명'
이사회 독립성 부족·경영진 견제 불가
스코프3 등 환경 지표·사회 정보 미공시
| 서울=한스경제 신연수 기자 | 한미반도체가 글로벌 고대역폭메모리(HBM) 핵심 장비 TC 본더(열압착 장비) 시장 점유율 1위라는 명함이 무색하게 ESG 경영에는 무관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코스피 시장 시가총액 30위권에 속하는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지 않았고, ESG 정보는 홈페이지를 통해 제한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이사회 내 ESG위원회도 설치돼 있지 않았다.
20일 ESG행복경제연구소의 ‘2026년 국내 시가총액 250대 기업 ESG 지속가능경영 평가’에 따르면 한미반도체는 종합 C등급을 받았다.
연구소는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요한 장비 기업임에도 ESG 전 영역에서 구조적 취약성이 확인됐다”며 “시총 250대 기업 ESG 지속가능경영 평가 전체 평균과 IT·반도체 업종 평균에 크게 못 미치는 뚜렷한 열위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B등급 거버넌스, 실상은 ‘리스크 多’
거버넌스(G) 부문은 유일하게 B를 받았다. 하지만 실상은 이사회 독립성이 취약했고, 이사회 내 ESG위원회도 설치하지 않는 등 글로벌 스탠다드에 발맞추지 못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사내이사직을 내려놓은 김민현 한미반도체 부회장이 지난해 9월까지 이사회 의장을 맡았다. 이후 김정영 부사장이 이사회 의장을 이어받았다.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고 있지 않으나, 오너의 최측근이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점은 독립성이 결여됐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사외이사 비율도 업종 평균을 하회했다. 회사의 이사회는 사내이사 2명과 사외이사 1명으로 33.3%에 그쳤다. 사외이사가 극히 적을 경우, 안건 찬반 투표가 무의미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실제로 최근 3년간 한미반도체 이사진의 안건 찬성률은 100%로, 경영진에 대한 사외이사의 견제가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전문성 역시 고루 갖추지 못했다. 곽동신 회장은 경영총괄, 김정영 부사장은 CFO를, 이가근 사외이사는 경영지원 및 자문을 맡고 있다.
연구소는 “지배구조경영과 성과 지표 모두 IT·반도체 업종 내 다른 기업 평균 대비 낮은 수준을 보였다”며 “경영체계·공시·지배구조 전반에서 구조적인 취약성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정기주총 곽동신 회장 '완승'
곽동신 회장의 독제 체제는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2대 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 대부분의 안건에 대해 반대 의견을 냈음에도 모든 안건이 원안대로 가결됐다.
한미반도체 정기주총에는 감사 및 영업 보고, 내부회계관리제도 운영실태에 이어 부의안건이 상정됐다.
안건은 ▲재무제표·연결제무재표 승인 ▲정관 일부 변경 ▲이사 보수한도 승인 ▲감사 보수한도 승인 ▲자기주식 보유·처분 계획 승인 등 총 5건이다.
핵심 쟁점은 정관 변경과 자사주 활용 방안이었다. 변경안에는 주총을 전자 방식이 아닌 주주가 직접 출석하는 형태로 명시하고 사외이사 비중을 기존 ‘이사 총수의 4분의 1’ 이상에서 ‘독립이사 3분의 1 이상’으로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한미반도체의 지분 5.71%를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은 정관 변경, 이사 보수한도, 자기주식 보유·처분 계획 안건에 반대표를 던졌다.
국민연금은 전자 주총 배제에 대해 “일반 주주의 주총 참여 용이성을 낮춰 주주가치 감소를 초래할 수 있다”고 반대 이유를 밝혔다.
자기주식 처분 계획에 대해서는 “취득 당시 공시한 목적인 ‘주가 안정’과 달리 ‘임직원 중장기 보상’ 목적으로 처분하려는 것은 일관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국민연금의 반대가 무의미하게 안건은 모두 원안대로 통과됐다. 최대주주인 곽동신 회장이 33.5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소액주주 지분이 약 40.42%에 달하는 지분 구조에서 표 대결이 경영진 측으로 기운 것으로 풀이된다.
▲환경·사회 정보 제한적
가장 취약한 부문은 환경(E)과 사회(S)로 C 수준이다.
연구소는 “탄소·에너지 집약도가 높은 산업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업종 평균 대비 환경경영과 성과 관리 수준이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한미반도체는 마이크론 등 해외 고객사에 TC 본더를 납품하고 있으나 온실가스 배출량, 스코프3 배출량 등 환경지표를 아무것도 공시하지 않았다. 연구소는 “글로벌 고객사의 스코프3 대응 요구를 충족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홈페이지에는 “국제표준화기구(ISO) 기준에 맞춰 취급을 최소화해 엄격히 관리하고 있으며 화학물질정보(MSDS) 자료를 통해 환경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있다”고 소개돼 있을 뿐 그 어디에도 글로벌 고객사가 요구하는 정보를 확인할 수 없었다. 친환경 관련 인증 획득이나 기구에도 가입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회(S) 부문도 환경 부문과 마찬가지로 정보가 부족했다. 사회적 책임 인증을 받지 않았고, 관련 기구에도 가입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다양성 지표도 미흡했다. 전체 직원(688명) 중 여성 직원의 비율은 4.7%에 그쳤고, 장애인 고용률은 공개하지 않았다. 반대로 비정규직 비율은 3.1%로 업종 평균(2.7%)을 웃돌며 고용이 불안정함을 보였다.
아울러 매출액 대비 기부금도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한미반도체는 5766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는데, 기부금은 1억7000만원에 그쳤다. 비율로 살펴보면 0.02%로 업종 평균(0.12%)을 0.10%p 밑돌았다.
연구소는 “한미반도체가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적인 경쟁력과 자본시장 접근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술 혁신과 함께 투명한 지속가능경영정보 공개가 중요하다”며 “기술 경쟁력과 별개로 ESG 경영체계 구축 지연이 기업가치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IT·반도체 산업은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만큼, 회사 내 ESG 경영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