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지표 개선·공시 대응 본격화 속 측정체계 한계·전략 내재화 부족 지적
서울대 이우종·송재민 교수 “재무 연결 중요성 중심 관리·도시 차원 확장 필요”
| 서울=한스경제 김창수 기자 | 국내 시가총액 상위 250대 기업을 대상으로 한 ESG 지속가능경영 평가 결과가 공개되며 국내 기업들의 ESG 대응 수준과 향후 과제가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앞서 발표된 ‘250대 기업 ESG 지속가능경영 평가’는 공시체계 정비, 환경 성과 개선이란 진전과 함께 평가 프레임워크의 한계와 전략적 내재화 부족이라는 구조적 과제를 동시에 보여줬다.
이번 평가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 전 영역을 종합적으로 점검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특히 온실가스 배출량과 에너지 사용량 등 핵심 환경 지표에서 전년 대비 개선 흐름이 확인됐다는 점은 국내 기업들 대응이 단순 선언을 넘어 일정 부분 실행 단계에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ESG 평가가 지표 관리 차원에 머물 경우 장기적 기업 가치와의 연결 고리가 약화될 수 있다는 전문가 지적도 함께 제기됐다.
▲ 환경 부문 유의미한 개선…평가 틀은 다소 미흡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송재민 교수는 환경 분야 진단에 대한 질의에서 “환경 지표의 경우 전년도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량이나 에너지 사용량에 있어서 의미 있는 개선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는 국내 대기업들이 탄소배출 관리와 에너지 효율화에 실질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다만 송 교수는 현재의 종합 평가 체계에 한계를 에둘러 지적했다. 송 교수는 “지금의 종합 평가표로는 정확한 평가가 어렵다”며 “환경 부문의 경우 측정하는 지표 체계 개선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는 산업 특성, 기업 규모, 사업 포트폴리오 차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획일적 지표 구조가 ESG 평가의 정밀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문제 제기로 해석된다. 실제로 중공업·정유·철강 등 고탄소 업종과 플랫폼·IT 기업을 동일 잣대로 비교할 경우 절대 배출량 중심 평가는 왜곡을 낳을 수 있다.
결국 단순 수치 비교를 넘어 강도(intensity), 감축 속도, 전환 전략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하는 정교한 프레임워크가 요구된다.
▲ ESG 수요는 등락 있어…장기적 필요성은 확대 전망
송 교수는 아울러 ESG 평가의 장기적 방향성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내놨다. 그는 “ESG 경영에 대한 수요나 중요성이 국제 정세에 따라 ‘업·다운’이 있기는 하나 장기적으로는 ESG 경영에 대한 필요성이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최근 글로벌 경기 둔화와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 보호무역 강화 등으로 ESG 의제가 글로벌 시장에서 일시적으로 후순위로 밀리는 듯한 인상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기후 위기·사회적 불평등·지배구조 리스크가 중요한 구조적 사안인 이상 ESG 경영은 장기 추세로 이어질 것이란 설명이다.
송 교수는 특히 “경영과 성과 간 관계를 측정할 수 있는 적절한 평가 프레임워크 개발 및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SG가 외부 평판 관리 차원에 머물지 않고 실제 기업 성과와 연결되기 위해서는 ‘측정–관리–환류’의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 ESG 공시 의무화 앞두고 기업 대응 본격화
아울러 서울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이우종 교수는 공시 환경 변화에 주목했다.
이 교수는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의무화가 임박함에 따라 기업들은 공시기준 취지와 체계를 정확히 이해하기 위한 구체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으며 이를 충실히 준수하기 위한 준비를 진행해 왔다”고 밝혔다.
이는 ESG 공시가 자율 영역에서 제도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교수는 기업 내부적으로도 성과지표를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이 교수는 동시에 지표 중심 접근의 한계 또한 짚었다. 그는 “지속가능성을 성과지표 중심으로 관리하는 접근은 그 전략적 의미를 다소 희석시킬 수 있다”며 “지속가능성이 지니는 전략적 가치를 충분히 인식하고 이를 기업의 의사결정과 운영 전반에 어떻게 내재화할 것인지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ESG가 소위 ‘평가 대응용 데이터 관리’로 의미 축소될 경우 장기 전략과 단절될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다. ESG를 비용이 아닌 미래 현금 흐름과 리스크 관리 관점에서 재해석하지 않으면 기업 내부 의사결정 구조에 깊이 뿌리내리기 어렵다.
이 교수는 또한 경제적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정책 방향성의 명확함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속가능성 의제 정책적 우선순위가 명확히 제시되지 않아 기업들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며 “제도적 방향성과 실행 로드맵을 명확히 설정·공표해 정책 신호 일관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기업은 장기 투자와 전략 수립 과정에서 규제 환경의 예측 가능성을 중시한다. ESG 관련 공시·규제·인센티브 체계가 자주 바뀔 경우 기업 입장에서는 방어적 대응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다. 결국 정책 신호 일관성은 ESG 전략 실효성을 좌우하는 전제 조건이라는 지적이다.
▲ “비재무적 사안은 결국 재무와 연결돼야”
이우종 교수는 ESG 정보 신뢰성 확보 방안에 대해서도 구체적 제언을 내놨다.
그는 “성과지표 측정 및 계량 방법론을 정교화하고 산정 기준과 가정 절차를 투명하게 공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외부 검증 체계를 강화해 정보의 정확성과 일관성을 높여야 한다”고도 했다.
비재무적 성과지표 유용성에 대해서는 재무성과와의 연계성을 핵심 기준으로 제시했다. “지속가능성 공시는 비재무적 성과지표와 재무적 성과지표 간의 연계성과 경제적 함의를 투명하게 드러내야 한다”는 것이 이 교수의 지론이다.
그는 개인정보 보호 및 사이버보안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이와 관련된 사고들은 규제 비용 증가, 소송 및 과징금 부담, 매출 감소, 고객 이탈, 이연수익 감소, 법적 우발부채 인식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ESG 이슈가 곧 재무 리스크라는 점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결국 재무적 중요성(materiality)이 높은 ESG 의제를 식별하고 집중 관리하는 것이 장기 기업가치 제고의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이는 ESG가 기업의 사회적 이미지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재무적 지속가능성’의 문제로 재정의될 때 경영 전략과의 통합이 가능해짐을 의미한다.
▲ 기업을 넘어 도시로 확장되는 ESG
송재민 교수는 또한 ESG 경영 효과를 도시 차원으로 확장 해석했다. 그는 “ESG 경영은 재생에너지 수요 증가와 그린 인프라 확대를 통해 도시의 탄소중립과 기후 적응에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사회 부문에서는 주거복지와 베리어프리 설계 등 기업의 기술·정책 혁신이 포용적 성장과 사회 안전망 구축에 기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거버넌스 측면에서는 투명한 의사 결정과 시민 참여 확대가 도시 발전 전략의 연속성을 보장한다고 송 교수는 강조했다.
송 교수는 스마트도시와의 연계와 관련, “기술은 목적이 아니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도구가 돼야 한다”며 디지털 포용성과 데이터 거버넌스를 핵심 요소로 제시했다. 특히 고령자나 미숙련자가 배제되지 않도록 하는 인프라 구축과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는 ESG가 기업 내부 관리 체계를 넘어 도시와 사회 시스템의 구조적 전환과 맞물려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 ‘성적표’ 이후의 과제…“지속가능성을 기업 전략 중심에”
이번 250대 기업 ESG 평가를 통해 국내 대기업들이 공시 대응과 환경 지표 관리에서 일정 수준의 진전을 이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두 자문위원의 지적처럼 ESG가 단순한 점수 경쟁이나 형식적 공시 대응에 머무를 경우 그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환경 지표 개선은 시작에 불과하다. 측정 체계 정교화, 재무 성과와의 연계, 전략적 내재화, 정책 신호 일관성 확보, 도시·사회 차원의 확장까지 이어질 때 ESG는 기업 경쟁력의 핵심 축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
공시 의무화가 본격화될수록 ESG는 더 이상 선택적 경영 트렌드가 아닌 자본시장 평가와 리스크 관리의 필수 요건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미 받아든 250대 기업 ESG ‘성적표’는 현주소를 보여준 중간 점검 성격에 가깝다. 다음 단계 도약은 점수 고저가 아닌 지속가능성을 기업 전략의 심장부로 끌어올릴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