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행복경제연구소, 127개 세부지표 기반 정밀 분석
공시 의무화 앞두고 ‘내재화’ 시험대
| 서울=한스경제 김창수 기자 | 국내 시가총액 상위 250대 기업을 대상으로 한 ‘ESG 지속가능경영 평가’ 결과가 발표됐다. 이번 평가는 2024년 말 기준 시총 상위 기업들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ESG 정보공시 의무화 확대를 앞두고 기업들의 대비 수준과 경영 내재화 정도를 점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올해 평가에서 종합 S등급을 획득한 기업은 없었다. 삼성전자가 89.9점(A+)으로 종합 1위에 오르며 사실상 최우수 기업으로 평가됐다. 이어 KT&G(89.8점), 삼성물산(88.2점), 한화에어로스페이스(88.0점), SK하이닉스(87.6점)가 상위 5위권을 형성했다
부문별로는 환경(E)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91.4점(S)으로 최고점을 기록했다. 사회(S)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89.9점(A+), 지배구조(G)에서는 포스코홀딩스가 95.2점(S)으로 각각 최우등 위치를 차지했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IT·반도체(SK하이닉스), 금융지주(하나금융지주), 제약·바이오(삼성바이오로직스), 비금융지주(포스코홀딩스) 등 15개 업종에서 최상위 기업이 가려졌다.
종합등급 분포를 보면 A+ 36개사(14.4%), A 119개사(47.6%)로 A등급 이상 비중은 62.0%에 달했다. B+ 46개사(18.4%), B 7개사(2.8%), C 42개사(16.8%)로 집계됐다. 전체 평균은 78.7점(B+ 후반)으로 전년 대비 0.5점 상승했다.
아울러 상위권 비중은 전년 대비 8.0%포인트 확대됐다. 환경 부문 A등급 이상은 47.2%, 사회는 55.6%, 지배구조는 64.8%로 각각 상승했다.
특히 지배구조 평균점수는 1.1점 오르며 가장 뚜렷한 개선 흐름을 보였다. 중위권 기업들의 등급 상향이 전반적 점수 상승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중·하위권 비중은 여전히 38% 수준에 머물렀다. 종합 C등급 기업은 42개사로 전년(41개사)과 큰 차이가 없었다
환경 부문에서는 26개 기업이 D등급을 받아 상대적으로 취약한 공시 역량을 드러냈다.
지배구조 부문에서는 제도 변화 대응 격차가 확인됐다. 자산총액 5000억원 이상으로 공시 의무대상이 확대되면서 일부 기업의 준비 부족이 점수에 반영됐다. 전체 대상기업 중 77개사(45.0%)는 핵심지표 준수율이 70% 미만으로 집계돼 지배구조 공시 충실도에서 구조적 격차가 드러났다.
등급 변동이 눈에 띈 기업들을 살펴보면 크래프톤(B→A), 파마리서치(C→B+), 종근당(C→B+) 등이 2단계 상승했다. 이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신규 발간과 정보공개 확대, 일시적 감점 요인 해소 등이 개선 배경으로 꼽힌다. 반면 2단계 이상 하락 기업은 없었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 기업 수는 2024년 201개사(80.4%)에서 2025년 207개사(82.8%)로 늘었지만 증가폭은 다소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공시의 양적 확대는 이어지고 있으나 질적 성숙도는 기업 간 편차가 여전하다는 평가다.
이번 평가는 ESG 3개 부문을 14개 대분류, 60개 중분류, 127개 세부 데이터 포인트로 구조화해 정량·정성 지표를 종합 분석했다. 환경 0.4, 사회 0.3, 지배구조 0.3의 가중치를 적용해 최종 종합점수를 산출했다.
평가 항목은 기후변화 대응, 공급망 관리, 산업안전,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전략, 이사회 구성, 주주 보호 등 ESG 전반을 포괄한다. 단순 공시 여부를 넘어 전략 수립과 의사결정 체계에 얼마나 구조적으로 통합됐는지를 중점적으로 들여다봤다는 점이 특징이다.
제도 환경 역시 빠르게 변하고 있다.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수립, 이사 충실의무 확대,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도입 논의 등은 ESG를 경영 판단의 핵심 영역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결국 관건은 ‘점수’가 아니라 ‘메커니즘’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상위권 기업들은 ESG를 리스크 관리와 전략 의사결정 체계에 결합시키며 질적 개선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일부 중·하위권 기업은 여전히 공시 대응 중심 접근에 머물러 있다.
공시 충족을 넘어 실질적 경영 내재화로 전환하지 못할 경우 자본시장 평가와 글로벌 규제 대응에서 구조적 불이익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스경제 창간 11주년을 맞아 다시 조명한 이번 평가는 기업 ESG 경영 현주소를 보여주는 동시에 향후 경쟁력 분기점이 어디에 놓여 있는지를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