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공시율 61.5%...업종서 최하위권
고려아연, 사외이사에 환경 전문가 선임 '유일'
온실가스 배출량 9곳 공개...스코프3는 6곳 적시
삼아알미늄, 보고서 발간 등 ESG경영에 적극성 요구
ESG행복경제연구소(연구소)가 국내 시총 250대 기업(2023년 12월말 기준)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기업 웹사이트 정보 포함)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전체 공시율은 75.6%로, 전년보다 조사 대상을 확대한 결과 공시율은 0.9%p 감소했다. 국내 ESG 공시 도입 시기가 1년 이상 늦춰진 2026년 이후로 연기돼 기업들의 공시 대응 기간이 길어진 것으로 보인다. 업종별(거래소 및 연구소 분류기준)로 보면 100%의 공시율을 자랑하는 업계도 있는 반면 50%를 겨우 넘는 업계도 존재했다. 시총 250대 기업을 15개 업종으로 분류해 업종별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 현황과 세부 내용(8월 기준)을 살펴봤다.<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IT·반도체 ②건설·조선 ③금융지주 ④물류·무역 ⑤보험 ⑥식음료 ⑦엔터·전문서비스 ⑧은행·증권·카드 ⑨자동차부품 ⑩전기·전자 ⑪전문기술 ⑫제약·바이오 ⑬비금융지주사 ⑭철강·기계 ⑮화학·장업
[한스경제=정라진 기자] 국내 시총 250대 기업에 포함된 철강·기계 업종은 총 13개사로, 그중 8개사가 지난 7월 이전 보고서 발간을 마쳤다.
업계에서는 △삼아알미늄 △TCC스틸 △SK오션플랜트 △피엔티 △풍산 등 5곳이 보고서를 발간하지 않았다. 지난해 보고서를 발간하지 않았던 두산밥캣은 올해 2개년치 성과와 향후 목표가 담긴 보고서를 내놨다. 두산밥캣 측은 격년제로 보고서를 발간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철강·기계의 공시율은 61.5%로, 15개 업종 가운데 14위로 하위권에 자리했다.
◆ 거래소 공시 절반 그쳐...UNGC 가입도 23% 불과
최근 세계적인 ESG 정보 표준화 기반 및 의무화 추세가 강화되는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자율공시 대상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에 기업들은 공시 채널도 취사선택해 활용하고 있다.
철강·기계 업계에서는 △고려아연 △현대제철 △현대로템 △현대엘리베이터 등 4곳이 자사 홈페이지는 물론 한국거래소에도 보고서를 공시했다. 반면 △두산밥캣 △HD현대인프라코어 △포스코엠텍 △고영테크놀러지 등 4곳은 자사 홈페이지에만 보고서를 공개했다.
아울러 매년 ESG 경영활동과 성과를 글로벌 ESG 정보공개 프레임워크인 △UN SDGs(유엔지속가능발전목표) △GRI(지속가능성보고서 가이드라인) △SASB(지속가능회계기준위원회) △TCFD(기후관련재무공시 협의체) 등을 사용해 보고서를 작성한다.
업계에서 국제기준 4가지 이상을 활용한 곳은 △고려아연 △현대로템 △현대엘리베이터 △HD현대인프라코어 등 4개사다. 현대제철과 고영테크놀러지는 국제기준을 3가지 활용했다. 그밖에 두산밥캣은 2가지를, 포스코엠텍은 1가지를 활용해 보고서를 작성했다.
국제기준별 활용도를 살펴보면 발간사 모두 GRI를 활용했다. 그 뒤로는 SASB(7개사), SDGs(6개사), TCFD(5개사) 순이다.
또한 글로벌 기업시민 이니셔티브인 UNGC(UN Global Compact)의 가입률은 23.1%로, 타 업계보다 현저히 낮았다. 가입사는 현대제철과 HD현대인프라코어, 고영테크놀러지 등 3개사다.
◆ ESG委 설치율 62%...고려아연은 환경 전문가 둬
기업들은 2020년대 초부터 ESG경영을 위해 이사회 내 관련 위원회를 설치, 운영하고 있다. 250대 기업 내 ESG위원회를 설치, 운영하는 기업은 70%(175개사)다.
철강·기계 업종에서는 61.5%로, 절반 이상이 ESG위원회를 설치해 운영 중이다. 다만 위원회가 있어도 실질적 기능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부분은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위원회에 상정되는 대부분 안건은 의결·심의보다는 보고사항을 중심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환경이나 ESG전문가를 이사로 선임한 곳은 250대 기업 내에서 13개사에 불과하다. 업계에서는 고려아연이 관련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뒀다. 법무법인 율촌의 ESG센터장인 이민호 이사는 환경부 정책실장을 거친 환경 전문가다.
◆ 온실가스 배출량은 모두 공개...내부 탄소가격 산정은 안해
250대 기업 중 온실가스 배출량을 공시한 기업은 189개사로 확인됐다. 철강·기계 업종에서는 보고서 발간사 8곳을 비롯해 SK오션플랜트가 배출량을 공개했다.
온실가스에서도 직접적인 제품 생산 외에 협력업체와 물류는 물론, 제품 사용·폐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총 외부 탄소 배출량을 의미하는 스코프3(scope3)를 산출해 공시한 기업 비율은 74.5%(140개사)다. 업계에서는 △고려아연 △현대제철 △현대로템 △현대엘리베이터 △HD현대인프라코어 △포스코엠텍 등 6곳이 스코프3 배출량을 공개했다.
한편 내부 탄소가격을 설정한 곳은 극히 일부였다. 250개 기업 내 보고서 발간사 중 25%(48개사)만이 내부 탄소가격을 설정했다. 업계에서는 가격을 산정한 기업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 고려아연·두산밥캣·포스코엠텍, 환경 검증 미흡
기업들은 이해관계자들의 주요 관심사항과 사업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이슈 풀을 선정하고 중대성 평가(Materiality Assessment)로 전략화한 과제를 보고서에 싣는다. 그 가운데 이중 중대성평가는 EU의 기업지속가능성 보고지침(CSRD)에서 제시한 중대성 평가방법이다. 철강·기계 업계에서는 발간사 8곳 모두 이중 중대성을 수행해 보고서를 한층 더 강화했다.
아울러 지속가능경영보고서의 객관성 확보를 위해 외부기관의 검증 절차를 거치고 있다. 중요성의 관점에서 사용한 준거 기준에 따라 보고서를 작성했는지 '제3자 검증'은 업계 내 보고서 발간사에서는 8개사 모두 마쳤다.
다만 보고서 검증이 의무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대부분 '제한적 검증'(Limited Assurance) 위주로 실시된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이와 함께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환경 검증도 따로 진행되고 있다. 보고서에 수록된 온실가스 배출량 데이터가 검증기준에 따라 작성, 산정됐는지에 대해 별도의 검증 절차를 거치는 것이다.
전체 71.8%가 환경 검증을 마친 가운데, 업계에서는 고려아연과 두산밥캣, 포스코엠텍 등이 관련 검증을 이행하지 않았다.
◆ '이차전지' 시장 공략 나선 삼아알미늄, ESG경영 본격화 필요
삼아알미늄은 알루미늄박과 각종 레토르트 파우치 및 의약품, 산업용 등의 가공용 제품을 생산, 판매하는 기업이다.
그중 알루미늄박이 매출의 60% 이상 차지하고 있다. 알루미늄박은 광범위하게 적용되는 산업이지만, 최근에는 이차전지용 알루미늄박 생산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LIB 양극집전체가 회사의 매출을 이끌고 있다.
이처럼 세계적으로 이차전지 시장이 커지는 상황에서 글로벌 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삼아알미늄이 ESG경영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알루미늄박은 유럽시장에 지속적으로 공급해온 품목으로, 지난해 10월 시범시행 중인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보고 대상에 포함된다. CBAM은 새로운 무역장벽이라 할 수 있다. 아울러 '공급망 실사법'으로 알려져 있는 EU의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CSDDD)에 대한 철저한 대응도 필요하다.
김진범 삼아알미늄 사장은 "사업 과정에서 환경적 요소를 중시해 지속 가능한 미래에 기여하겠다"고 전했다. 보고서를 발산하지 않더라도 대부분 기업들은 이해관계자들을 위해 홈페이지 내 ESG 관련 데이터를 공개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 및 에너지 사용량(환경), 임직원 구성 및 복지(사회), 이사회 구성(거버넌스) 등에 대한 정보들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삼아일미늄은 사회(S) 부문에 속한 인권경영과 관련된 정보만을 홈페이지에 게재했을 뿐 그밖에 다른 정보는 홈페이지 내 존재하지 않았다.
환경 관련 규제 사항에 따른 폐수 처리 및 재활용 과정 등 제한적 정보를 사업보고서에만 공개했다.
특히 지속가능경영보고서의 경우 현재까지 발간된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보가 공개되지 않은 부분은 ESG경영의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글로벌 경쟁력이 약화되고, 경영환경 흐름에 뒤처지는 상황까지 우려된다.
삼아알미늄 측은 "내부적으로는 관련된 보고서를 작성 중에 있다"면서도 "ESG 공시가 법제화되지 않는 상황에서 따로 공개하진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ESG 공시 의무화에 대한 대비는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법제화 이전 선제적으로 보고서를 내놓고 있다. 삼아알미늄도 보고서 발간을 통해 그동안 성과와 향후 전망이 담긴 내용을 공개하는 등 ESG경영의 개선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