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 공시율, 전년比 5%p 하락
발간사 50%는 4가지 국제기준 모두 활용
삼성전자 등 11개社, ESG委 설치·운영
한미반도체·레인보우로보틱스, 업계서 ESG경영에 가장 소극적 태도
ESG행복경제연구소(연구소)가 국내 시총 250대 기업(2023년 12월말 기준)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기업 웹사이트 정보 포함)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전체 공시율은 75.6%로, 전년보다 조사 대상을 확대한 결과 공시율은 0.9%p 감소했다. 국내 ESG 공시 도입 시기가 1년 이상 늦춰진 2026년 이후로 연기돼 기업들의 공시 대응 기간이 길어진 것으로 보인다. 업종별(거래소 및 연구소 분류기준)로 보면 100%의 공시율을 자랑하는 업계도 있는 반면 50%를 겨우 넘는 업계도 존재했다. 시총 250대 기업을 15개 업종으로 분류해 업종별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 현황과 세부 내용(8월 기준)을 살펴봤다.<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IT·반도체 ②건설·조선 ③금융지주 ④물류·무역 ⑤보험 ⑥식음료 ⑦엔터·전문서비스 ⑧은행·증권·카드 ⑨자동차부품 ⑩전기·전자 ⑪전문기술 ⑫제약·바이오 ⑬비금융지주사 ⑭철강·기계 ⑮화학·장업
[한스경제=정라진 기자] 국내 시총 250대 기업에 포함된 전기·전자 업종은 총 20개사로, 그중 14개사가 지난 7월 이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 △한미반도체 △레인보우로보틱스 △리노공업 △덕산네오룩스 △대덕전자 △신성델타테크 등 6개사가 현재까지 보고서를 발간하지 않았다.
한편 덕산네오룩스의 경우 지난 2022년부터 매년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지난해 성과가 담긴 보고서를 내놓지 않았다. 대덕전자는 ESG가 전반적으로 담긴 보고서 대신 '환경'을 중점으로 한 안전보건환경보고서를 발간했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전기·전자 업종의 공시율은 70%를 기록, △전문기술 △화학·장업(이하 66.7%) △철강·기계(61.5%) △제약·바이오(50%) 등보다 높았다. 반면 △건설·조선 △물류·무역 △금융지주 △보험 △은행·증권·카드(이하 100%) △엔터·전문서비스(91.7%) △식음료 △자동차부품(이하 81.8%) △IT·반도체(77.3%) △비금융지주사(72.2%) 등보다는 낮았다.
지난해 공시율(75%)보다 5%p 하락하면서 순위도 떨어졌다. 250대 기업으로 분석을 확대하면서 공시율이 떨어진 것으로 파악된다.
◆ 거래소 공시, 발간사 절반도 안 돼...UNGC 가입사, 지난해와 '동일'
최근 국제회계기준(IFRS)의 ISSB, 유럽연합(EU)의 CSRD, 미국의 SEC 기후공시규칙 확정 등으로 세계적인 ESG 정보 표준화 기반 및 의무화 추세가 강화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자율공시 대상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에 기업들은 공시 채널도 한국거래소 포털이나 각 기업의 홈페이지를 취사선택해 활용하고 있다.
전기·전자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LG전자 △삼성전기 △LG이노텍 △LG디스플레이 △두산퓨얼셀 등 6곳은 자사홈페이지와 함께 한국거래소에도 보고서를 공시했다. 반면 △코웨이 △한화시스템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이수페타시스 △원익IPS △솔루엠 △대주전자재료 △심텍 등 8개사는 자사 홈페이지에만 보고서를 공시했다.
아울러 매년 ESG 경영활동과 성과를 글로벌 ESG 정보공개 프레임워크인 △UN SDGs(유엔지속가능발전목표) △GRI(지속가능성보고서 가이드라인) △SASB(지속가능회계기준위원회) △TCFD(기후관련재무공시 협의체) 등을 사용해 보고서를 작성한다. 일부 기업에서는 ISSB의 IFRS S1⸱S2, EU의 ESRS 등의 글로벌 기준도 선제적으로 적용해 적극적으로 대비하기도 했다.
업계에서 국제기준 4가지 이상을 활용한 곳은 △삼성전자 △LG전자 △삼성전기 △LG이노텍 △LG디스플레이 △한화시스템 △두산퓨얼셀 등 7개사다.
그밖에 △코웨이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이수페타시스 등 3개사는 국제기준 3가지를 활용했다. 솔루엠은 2가지를, 원익IPS는 1가지 국제기준을 사용해 보고서를 작성했다. 심텍은 4가지 국제기준 모두 활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기준별 활용도를 살펴보면 GRI의 경우 심텍을 제외한 13곳이 모두 활용했다. 그 뒤는 SASB(78.6%), TCFD(64.3%), SDGs(57.1%) 등 순이었다.
또한 UNGC(UN Global Compact)는 인권·노동·환경·반부패 분야 10대 원칙을 제시하는 글로벌 기업시민 이니셔티브로, 100여 개 이상의 국가의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가입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와 동일한 7개사(삼성전자·LG전자·한미반도체·LG이노텍·LG디스플레이·코웨이·두산퓨얼셀 등)가 UNGC를 가입했다.
◆ 롯데에너지머티 ESG委 신규 설치...업계 79%, 설치 및 운영
기업들은 2020년대 초부터 ESG경영을 위해 이사회 내 관련 위원회를 설치, 운영하고 있다. ESG위원회부터 지속가능경영위원회 등 기업들마다 이름은 다르지만 위원회를 통한 ESG경영을 지향하고 있다.
250대 기업 내 ESG위원회를 설치, 운영하는 기업은 174개사다. 설치율은 69.6%로, 지난해 시총 200대 기업의 위원회 설치율(75%)보다 하락했다. 시총이 높을수록 ESG경영에 적극적인 자세로 임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기·전자 업종에서는 78.6%가 ESG위원회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그중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지난해 ESG위원회를 신규 설치, 올해 운영을 시작했다.
다만 위원회가 있어도 실질적 기능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부분은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위원회에 상정되는 대부분 안건은 의결·심의보다는 보고사항을 중심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특히 환경이나 ESG전문가를 이사로 선임한 곳은 250대 기업 내에서 13개사에 불과하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관련 전문가를 선임해 위원회를 한층 더 강화했다.
◆ 대덕전자 등 15개사 온실가스 배출량 공개...스코프3는 절반 아래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가 점차 다가오면서 온실가스 배출량과 내부 탄소가격 등 관련 사안을 보고서에 담았다. 250대 기업 중 온실가스 배출량을 공시한 기업은 189개사로 확인됐다. 전기·전자 업종에서는 보고서를 발간한 14개사와 함께 대덕전자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공개했다.
온실가스에서도 직접적인 제품 생산 외에 협력업체와 물류는 물론, 제품 사용·폐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총 외부 탄소 배출량을 의미하는 스코프3(scope3)를 산출해 공시한 기업 비율은 73.9%(139개사)다. 지난해 200대 기업 조사(32.5%)보다 2배 이상 늘었다. 그만큼 구체적인 정보 공시가 중요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전기·전자 업계에서는 발간사의 42.9%가 스코프3 배출량을 적시하면서 타 업종들에 비해 저조했다. 지난 보고서에는 싣지 않았던 LG전자는 이번 보고서를 통해 스코프3 배출량까지 공개했다.
한편 내부 탄소가격을 설정한 곳은 극히 일부였다. 250개 기업 내 보고서 발간사 중 25%인 48개사만이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과 탄소비용에 따른 잠재적 리스크를 고려하기 위해 미래 탄소가격 변화 시나리오, 내부 탄소가격 운용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내부 탄소가격을 설정했다. 업계에서 가격을 설정한 곳은 코웨이, 두산퓨얼셀, 솔루엠 등 3개사로 확인됐다.
◆ 업계 86%, 이중 중대성 수행
기업들은 이해관계자들의 주요 관심사항과 사업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이슈 풀을 선정하고 중대성 평가(Materiality Assessment)로 전략화한 과제를 보고서에 싣는다. 중대성 평가는 기업이 보고서를 작성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에게 지속가능성 경영정보를 전달하는데 있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보고서 발간사인 189개사 가운데 184개사는 중대성 평가를 수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중 14개사(7.2%)는 단일 중대성(Single Materiality)을, 89.4%는 이중 중대성(Double Materiality)을 수행했다.
이중 중대성평가는 EU의 기업지속가능성 보고지침(CSRD)에서 제시한 중대성 평가방법이다. 전기·전자 업계에서는 단일 중대성 평가를 시행한 2곳(이수페타시스·심텍등)을 제외한 12개사가 이중 중대성 평가를 실행했다.
아울러 지속가능경영보고서의 객관성 확보를 위해 외부기관의 검증 절차를 거치고 있다. 중요성의 관점에서 사용한 준거 기준에 따라 보고서를 작성했는지 '제3자 검증'은 177개사가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내 보고서 발간사에서 심텍을 제외한 13개사가 제3자 검증을 마쳤다. 다만 보고서 검증이 의무화되지 않았기에 대부분 '제한적 검증(Limited Assurance)' 위주로 실시된 부분은 아쉽다. 이에 향후 검증의 신뢰성을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 '합리적 검증(Reasonable Assurance)'으로 검증 수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환경검증 절차도 진행하고 있다. 보고서에 수록된 온실가스 배출량 데이터가 검증기준에 따라 작성, 산정됐는지에 대해 별도의 검증 절차를 거치게 된다.
전체 71.8%가 환경 검증을 마친 가운데, 업계에서는 심텍과 대주전자재료를 제외한 12개사가 온실가스 검증 의견서를 보고서에 첨부했다.
◆ 한미반도체·심텍, ESG경영에 '미온적'
보고서 발간과 ESG위원회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한 결과, 전기·전자 업종에서는 한미반도체와 심텍이 ESG경영에 가장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환경에 대한 요소는 향후 사업 자체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한미반도체는 최근 글로벌 반도체 장비업계에서 패키징 전문 장비사가 두각을 나타내면서 주목 받고 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이 커지면서 회사도 함께 성장 중이다. 올해 3분기부터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제작에 필수적인 열압착(TC) 본더가 본격적으로 시장에 납품되고 있다.
이에 지난해 시총 100위권에 머물던 한미반도체는 올해 시총 50위권까지 진입하면서 주가는 날로 고공행진했다. 그러나 ESG경영에는 소홀한 것이다. 현재까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한 적이 없다. ESG위원회 역시 설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텍의 경우 반도체용 PCB(인쇄회로기판)을 제조하는 세계 1위 기업이다. 국내 및 중국, 일본공장에서 생산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ASE, Amkor 등 국내외 기업을 고객사로 확보해 안정적으로 납품하고 있다.
특히 매출의 약 90%가 수출에서 기인, 국제사회의 변화가 민감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글로벌적인 ESG경영에는 다소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공개된 자료에는 국제 기준을 활용하지 않았고, 검증 절차를 밟지 않는 등 보고서에 실린 정보에 대한 정확성이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ESG위원회도 현재까지 설치하지 않는 등 ESG경영의 적극성이 필요하단 지적이다.
이에 심텍 관계자는 "공개되진 않았지만 국제기준에서 GRI는 활용했고, 온실가스 검증도 마친 상태"라며 "이중중대성 평가도 수행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