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행복경제연구소, 국내 시총 250대 기업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조사·분석결과 발표
보고서 공시율, 7월말 기준 전년比 3.3%p 줄어
보고기준 복수 활용과 이중 중대성 주류화
[한스경제=정라진 기자] 국내 시총 250대 기업(2023년 12월말 기준)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공시율이 73.2%를 기록했다. 대상 기업이 늘었음에도 보고서 공시율은 하락했다.
ESG행복경제연구소(소장 이치한)는 250대 기업들이 지난달까지 공개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보고서)를 통계조사 한 분석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소는 조사대상을 공시기준의 기업 규모별 단계적 적용을 고려해 지난해 200대에서 250대 기업으로 확대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를 발간한 기업은 조사대상의 73.2%(183개사)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153개사) 대비 30개 기업이 늘었으나, 올해 조사대상을 250대 기업으로 확대한 점을 감안하면 공시율은 지난해 76.5% 대비 3.3%p가 감소했다.
◆ 국내 ESG공시 의무화 도입 시기 연기로 자율공시 증가세 둔화
실제 코스피 전체 상장사 대상의 한국거래소 통계포털(KRX ESG)에 따르면 보고서 발행기업이 2020년 38개사, 2021년 78개사, 2022년 131개사, 2023년 162개사로 연간 큰 폭으로 증가해 왔다. 하지만 올해는 7월말 기준 188개사로 전년대비 26개사, 16.0% 늘어나는데 그쳐 예년에 비해 증가속도가 둔화되는 양상이다.
이런 현상은 글로벌 3대 ESG 정보공시기준(ISSB, ESRS, SEC 기후공시규칙) 확정에도 불구하고, 국내 ESG 공시도입 시기를 예정보다 1년 이상 늦춰진 2026년 이후로 연기하기로 한 결정에 따른 기업들의 대응 준비기간이 길어진 영향으로 보인다.
국내의 경우 지난 4월말 ESG 공시기준 초안을 발표하고 이달 말까지 의견수렴 후 연말까지 최종기준을 발표할 예정이나, 의무화 시기와 대상기업 등은 아직 미정이다.
기업들은 보고서 발간을 매년 5월에 시작해 대부분 6월과 7월에 집중하면서 100여 페이지에서 많게는 200여 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보고서를 자율공시하고 있다. 또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와는 별도로 TCFD, TNFD, CDP, 넷제로 등 주제별 보고서를 발간하는 기업들도 상당수 있다.
이번 연구소가 조사한 보고서 발간 현황(공시율)을 업종별로 살펴보면 △건설⸱조선 △금융지주 △보험 △은행·증권·카드 업종이 100% 공시율을 나타냈다. 그밖에 △물류·무역(94.1%) △엔터·전문서비스(91.7%) △음료 및 자동차부품(81.8%) 등의 업종에서 높은 공시율을 보였다.
반면 △IT·반도체(72.7%) △전기·전자(70.0%) △화학·장업(66.7%) △철강·기계(61.5%) △전문기술(61.1%) △비금융지주사(55.6%) △제약·바이오(50.0%) 업종은 전체평균 공시율 73.2%를 하회, 정보공개가 저조한 업종으로 분류됐다. 이런 경향은 업종별 글로벌 공급망 의존도 영향 등에 따라 공시율 차이가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최근 IFRS의 ISSB, EU의 CSRD, US의 SEC 기후공시규칙 확정 등으로 세계적인 ESG 정보 표준화 기반 및 의무화 추세가 강화되고 있으나, 국내의 경우 아직은 지속가능경영 정보공시가 자율공시 대상이다.
이에 공시위치도 기업이 선택할 수 있어 한국거래소 포털이나 각 기업의 홈페이지의 이원적 채널을 활용하고 있다. 거래소와 기업 홈페이지에 모두 공시하는 기업은 91개사(49.7%)이고, 92개사(50.3%)는 기업 홈페이지 사이트에만 공시하면서 이를 인터렉티브 PDF 파일로 제공하고 있다.
현재 국내의 경우 기업 보고 및 공시대상인 사업보고서(재무제표 포함)는 3월말, 기업지배구조보고서는 5월말로 제출기한이 정해져 있다. 그러나 매년 지속가능보고서 공표시기는 환경부의 탄소배출량 인증(5~7월) 등으로 대부분 6월과 7월에 집중되고, 8월 이후에도 공시가 이어지는 실정이다.
특히 지속가능성관련 재무정보는 재무제표에 포함된 사업보고서의 일부로 보아 국제적으로 동일시점에 보고를 권고하는 추세다. 앞으로 ISSB 기준에 따라 현행 국내기업들의 재무제표 보고처럼 지속가능경영보고서의 공시기한이 매년 3월로 의무화될 경우 기업들에겐 현실적인 당면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 보고기준 복수 활용과 이중 중대성 주류화
과거와 달리 글로벌 ESG 정보공시 확정으로 표준화와 의무화가 빠르게 진행돼 글로벌 공급망에 있는 기업들의 사정이 예전과 달라졌다.
이번 조사에서 국내기업들은 지난 1년간의 ESG 경영활동과 성과를 글로벌 ESG 정보공개 프레임워크인 △UN SDGs(유엔지속가능발전목표) △GRI(지속가능성보고서 가이드라인) △SASB(지속가능회계기준위원회) △TCFD(기후관련재무공시 협의체) 등을 복수로 선택해 적용했다.
일부 기업에서는 ISSB의 IFRS S1⸱S2, EU의 ESRS 등의 글로벌 기준도 선제적으로 적용해 적극적으로 대비했다. 각각의 기준마다 공시 목적에 차이가 있어 대부분 기업들은 4가지 기준을 중심으로 산업별⸱기업별 특성에 따라 적용하면서 GRI 만큼은 범용적으로 활용되는 양상이다.
올해 보고서를 발간한 대부분의 기업은 현재 GRI 표준 가이드라인을 중심으로 SASB, TCFD, UN SDGs 등을 적용하고 있다. 보고기준 4개 모두를 채택한 기업 수는 92개사, 3개 활용은 53개사, 2개 활용은 21개사, 1개 활용 9개사다. 8개사는 보고서 기준을 채택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글로벌 ESG정보공개기준 전체 활용도는 업종별⸱기업별 특성에 따라 활용도와 적용수준에 차이가 있는 가운데 △GRI(95.1%) △SASB(87.4%) △TCFD(68.9%) △UN SDGs(65.0%) 순으로 기준을 채택하여 보고서를 작성했다. 특히 기후변화 공시와 관련하여 TCFD 권고안 핵심영역(지배구조, 전략, 위험관리, 지표 및 목표설정)에 대한 적용비중의 증가가 특징적인 현상으로 꼽혔다.
연구소는 "현재 국내 공시의무화 일정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ESG 공시 표준화 기반과 의무화 동향을 감안할 때 기업의 준비기간이 촉박하다"며 "국내에서도 연내 지속가능성 공시기준(KSSB)이 확정돼 공시의무화 논의가 본격화된다면, 기업의 실제 리드타임(준비기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이에 "기업들은 ESG 공시의 글로벌 기준선으로 빌딩블록접근(building block approach)기반과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의 범위가 넓은 ISSB공시를 중심으로 보다 적극적인 수준에서 국내외 공시 의무화에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ESG 경영 주요지표 비롯 지속가능성관련 다양한 '중요성 정보' 공개
ESG 경영이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전략으로 자리매김하는 가운데 정보공시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에 대응한 기업들이 △ESG 위원회 설치 △여성임원 선임 △온실가스배출량 스코프3 공시 △내부탄소가격 설정 △금융배출량 공시 △RE100 및 UNGC 가입 등을 통해서 ESG 경영체제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국내 시총 250대 기업 중 149개사가 이사회 내에 ESG 위원회를 설치·운영하고 있다. ESG 위원회를 통해 회사의 지속가능경영을 뒷받침하기 위한 전략적 방향성을 점검하고, 사업 및 주요과제의 성과와 문제점을 관리·감독하는 책임과 권한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운영측면에서 위원회의 실질적 기능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위원회에 상정되는 대부분 안건이 의결·심의보다는 보고사항 중심의 경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환경이나 ESG전문가를 이사로 선임한 곳은 13개사에 불과하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자산규모 2조원 이상의 회사는 특정성(性)만으로 이사회를 구성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어, 여성임원 1명 이상을 선임해야 한다. 현재 국내 시총 250대 기업 중 178개 기업이 여성 등기임원을 선임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 임원의 확대는 ESG 가운데 거버넌스(G)의 다양성과 창의성 그리고 건강함의 일환이다. 이는 기업의 경쟁력으로 직결된다는데 의미가 있다.
한편 기업의 온실가스배출 감축이 공급망 차원에서 강조됨에 따라 보고서 발간 기업 중 182개 기업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공시하고 있으나, 이중 스코프3 배출량을 134 개 기업만이 카테고리별로 산출해 공시했다. 스코프3는 기업의 가치사슬 전체에 걸쳐 발생되는 온실가스 배출량이다. 상당수 기업의 경우 스코프3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70~80%를 차지해 환경공시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따라서 글로벌 공급망에 편입된 국내기업들은 EU와 IFRS의 스코프3 공시요구에 서둘러 대비해야한다. 공급망 실사란 대기업이 공급망에 포함된 모든 협력사에 ESG 관련 위험을 조사 및 시정토록 하고 이를 공시하는 제도로 그만큼 파급력이 크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중요성이 있다고 판단하는' 기업만 스코프3 배출량 공시를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EU의 공급망 실사지침과 ISSB(2026년부터 적용)는 공급망 가치사슬에서 발생하는 스코프3까지 측정해서 책임져야 한다는 강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구소는 "이로 인해 협력사와의 공동대응을 위한 협업과 동반성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보고서 발간 기업 중 46개 기업(25.1%)만이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과 탄소비용에 따른 잠재적 리스크를 고려하기 위해 미래 탄소가격 변화 시나리오, 내부 탄소가격 운용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내부 탄소가격을 설정하고 있다. 한편 조사대상 23개 금융기관 중 투자, 대출, 보험 등의 금융자산을 운용하면서 간접적으로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금융배출량을 16개 금융사(69.6%)가 공시하고 있다.
특히 자발적 기업시민 이니셔티브에 가입하여 ESG 경영목표와 추진기반을 뒷받침했다.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2050년까지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만 충당한다는 RE100 가입과 기업 활동에서 친인권, 친환경, 노동 차별반대, 반(反)부패 등의 10대 원칙 준수를 핵심으로 하는 UNGC(UN Global Compact)에 가입하는 기업의 수(국내 시총 250대 기업기준)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각 기업들은 이해관계자들의 주요 관심사항과 사업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이슈 풀을 선정하고 중대성 평가(Materiality Assessment)를 통해 전략화한 과제를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싣고 있다. 중대성 평가는 기업이 ESG 보고서를 작성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에게 지속가능성 경영정보를 전달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보고서를 발간한 183개 기업 중 177개사(96.7%)가 중대성 평가를 수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단일 중대성(Single Materiality)은 14개사(7.9%), 이중 중대성(Double Materiality)은 163개사(92.1%)로, 국내 기업들이 이중 중대성 평가를 통해 ESG 경영전략과 글로벌 공시에 통합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이다.
이중 중대성평가는 EU 기업지속가능성 보고지침(CSRD)에서 제시한 중대성 평가방법으로, GRI를 비롯한 지속가능경영분야 글로벌 스탠더드들도 해당개념을 적용해 보고기준을 강화하는 상황이다. 이에 맞춰 기업들은 이중 중대성평가를 통해 지속가능경영 이슈 풀을 구성하고 사회·환경적 영향과 재무적 영향 측정결과를 종합한 이슈의 우선순위 결정을 매우 중요하게 다룬다.
아울러 지속가능경영보고서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외부기관을 통한 검증절차를 밟았다. 보고서가 정해진 규정을 제대로 담고 있는지, 명확하고 확실하게 전달하고 있는지 등이 검증 대상이다.
171개사(93.4%)가 중요성의 관점에서 사용한 준거기준에 따라 보고서를 작성했는지에 대해 제3자 검증을 받았다. 하지만 아직은 보고서 검증이 의무화되지 않아 대부분 '제한적 검증(Limited Assurance)' 위주로 실시되고 있어, 앞으로 검증의 신뢰성을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 '합리적 검증(Reasonable Assurance)'으로 검증 수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132개사(72.1%)는 보고서에 수록된 온실가스배출량 데이터가 검증기준에 따라 작성, 산정됐는지에 대해 별도의 환경검증 절차를 거친 것으로 조사됐다.
◆ 보고서 발간 자체 목적이 되면 자율규제기능 약화 및 진정성 훼손 우려
보고서 명칭으로 지속가능경영, 지속가능성, ESG 정보, 통합 보고서, CSR⸱사회공헌보고서 등 다양한 제목을 사용했다. 일반적으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는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에 비해, ESG 보고서는 투자자나 투자평가사 대상이다. 통합보고서는 재무성과와 비재무성과를 통합해 투자자를 대상으로 발간되는 보고서다. 따라서 보고서 제목에 따라 그 지향점이 달라야 한다.
ESG경영의 본격화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에서부터 비롯된다. ESG 정보공시는 기업에 부가되는 추가적 기능이 아니라 경영의 핵심부문이다. 특히 ESG 투자나 평가가 보고서를 기반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를 염두에 두고 보고서가 작성되어야 한다. 다만, 보고서 자체가 목적이 되면 ESG 워싱 제어와 자율규제기능이 약화돼 공시의 진정성이 훼손될 우려가 크다.
ESG 경영을 위한 조직구성부터 도출한 중대성 과제의 내용과 실천과정 및 사회에 미친 영향 등의 결과가 기업위험과 기회 관점에서 투명하고 명확한 정보와 데이터로 공시돼야 한다. 기업 내외부에서 발생한 표면적 정보보다는 외부효과의 내부화 과정과 비재무성과를 기업가치에 포커싱하는 '중요성 정보' 공표에 중점을 둬야한다.
이번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한 대부분의 기업들이 구조화된 ESG 경영체계 및 지배구조를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백캐스팅(Backcasting) 발상으로 단계별 목표를 설정하고 전략의 수립을 통해 이행한 단기적 성과에 대한 여러 지표를 성실히 담고 있었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하는 ESG위원회의 실질적 기능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연구소는 "ESG 경영이 산출적 차원에서 사회적 책임성과 홍보성에 머물러, 다양한 투입자본의 사회적 영향(Impact/사회적 가치)에 대한 측정과 설명은 상대적으로 취약한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지속가능경영보고서는 기업이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ESG 관리체계의 고도화를 통해 다양한 ESG 데이터와 정보를 양적·질적으로 축적하고, ESG 정보공시기능을 내재화해 ESG 경영활동에 대해 자기규율적인 최종 결과물이 돼야 한다"고 봤다.
이런 관점에서 연구소는 기업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사업보고서, 지배구조보고서 중심의 다양한 기업정보 수집과 미디어 동향 등을 면밀히 조사·분석해 국내 시총 250대 기업에 대한 '2024년 ESG경영평가 결과'를 내년 2월중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연구소는 현재 ESG 전문인력 및 미래리더 양성을 위해 서울대 환경대학원이 주관하는 '제4기 ESG전문가 과정'의 홍보·협력기관으로 참여, 이달 16일까지 교육생을 모집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