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고용안정성] 2023년 직원 1인당 복리후생비
금융업종 복리후생비 지출 가장 많아
복리후생비 지출 미공개 기업도
업종별 평균, 전체 평균과 편차 심해...금융지주 평균 높고 보험업종 낮아
한스경제가 2023년 국내 시총 25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한 사업보고서상 경영성과를 살펴봤다. 분석유형은 재무와 비재무정보로 크게 나눴다. 우선 비재무정보는 지속가능성측면에서 주주환원, DE&I(다양성, 공정성, 형평성), 고용안정성, 환경정보 등 ESG 경영관점에서 지난해 성과를 바탕으로 시계열별·업종별비교를 통해 분석했다. 재무정보는 재무제표를 중심으로 매출액, 수익, 현금흐름표 추이 등의 영업활동을 리뷰 했다. 이를 약 17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 주>
[한스경제=신연수 기자] 일명 ‘좋은 직장’의 기준이 되는 1인당 복리후생비가 기업·업종별로 천차만별인 것으로 나타났다. 1억원 넘게 지출하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10만원에 불과한 기업도 있다. 업종별로도 극명하게 갈렸다. 금융업종은 후한 반면 보험업종은 박했다. 하지만 성과급을 대신해 복리후생비를 높이거나 반대로 높은 임금을 주는 대신 복리후생비를 낮추는 경우도 있다. 또 복리후생비를 보고하지 않은 기업도 있는데, 이들 기업은 복리후생비 지출이 미미하거나 이 항목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투자자 역시 공시된 정보가 부정확하거나 미등록일 경우 기업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 TOP 10 절반 금융업 포진
250대기업의 직원 1명당 평균 복리후생비는 1157만원이었다. 상위 10개 기업의 평균은 5465만원으로 전체 평균보다 약 5배가량 높았다.
1위는 우리금융지주로 지난해에만 무려 1억2790만원이라는 복리후생비를 직원들에게 안겼다. 2위는 NH투자증권으로 5610만원에 달한다. 이어 CJ(5330만원), 메리츠금융지주(4640만원), 대우건설(3860만원), GS(3620만원), 삼성엔지니어링(3500만원), 키움증권 (3340만원), 카카오뱅크, SK가스(각각 3290만원) 순이었다.
업종별로 봐도 은행, 증권, 카드업종의 복리후생비가 가장 높았다.
카카오페이, 미래에셋증권, 삼성카드 등 기업은행을 제외하고 모두 최소 1000만원에서 많게는 5000만원 이상을 복리후생비로 책정했다.
금융업종은 고금리 덕에 이자 이익이 늘었다. 지난해 3분기까지 5대 은행의 누적 순익은 약 11조3282억원으로 전년 동기(약 10조759억원)보다 12.4% 증가했다.
이렇게 금융권에서 복리후생비가 높은 이유는 성과급 잔치를 벌인다는 비판 여론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결국 상생차원에서 성과급을 줄이는 대신 그만큼 복리후생을 개선한 것으로 보인다.
엔터, 전문서비스업종도 복리후생비가 평균 1000만원을 넘었다. 제일기획이 233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CJ ENM, SK네트웍스, JYP엔터테인먼트, 스튜디오드래곤이 뒤를 이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복리후생비가 지나치게 많은 기업은 계약직 임원이 많지만, 보고서에는 정작 정직원만을 대상으로 했을 때 평균이 과다하게 높아지는데 특히 인원이 적은 지주사의 경우가 그렇다”고 귀뜸했다. 즉 사업보고서에 정직원만 포함하면 1인당 복리후생비가 높게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 하위 10개 기업은 100만원도 안 써
금융업이 복리후생비로 평균 1000만원을 넘게 썼는데, 반대로 100만원도 안 쓴 기업도 있다. 특히 보험업종의 평균 복리후생비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삼성생명을 제외한 보험업종의 복리후생비가 100만원을 밑돌았다. 삼성화재 30만원, 현대해상 20만원, 한화생명과 DB손해보험이 각각 10만원으로 금융업종과 대비됐다. 코리안리는 복리후생비를 보고하지 않았다. 한화생명과 DB손해보험은 250대 기업 중에서도 가장 적었다.
자동차부품 업종 중에서는 명신산업이 90만원으로 가장 적었다. 이 외에도 티씨케이(80만원), 한전KPS(70만원), 천보(60만원), 기업은행과 한솔케미칼(50만원)도 100만원이 채 안 됐다.
공공기관은 복리후생비를 줄이는 추세다. 지난해 공공기관 339곳의 급여성 복리후생비 총액은 2400억8014만원이다. 정부의 대대적인 복리후생비 지출 다이어트 영향으로 전체 공공기관의 복리후생비 지출이 6%가량 줄었다. 2022년에 2.06%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다.
정부는 공공기관이 임직원에 복지 명목으로 지급하는 △학자금 △주택자금 △보육비 △건강검진비 등의 비용이 지나치게 늘어나며 방만 경영이란 지적이 잇따르자 ‘새 정부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복리후생비 손질에 나섰다.
복리후생비를 편취하는 사례도 있었다. 한전KPS는 지난 2016년부터 지난해 5월까지 직원 4055명에게 총 7억4739만원의 게스트하우스 이용 지원금을 지급했다.
그러나 감사원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UAE)에서 근무 중인 한전KPS 직원 A씨는 컴퓨터 그림판 프로그램으로 이전에 이용했던 아부다비 호텔 숙박 영수증의 날짜와 이름, 결제 금액 등을 조작해 지난 2018년과 2022년 게스트하우스 이용지원금을 편취했다가 감사원에 적발됐다.
이후 한전KPS는 회사에서 숙박업체에 직접 숙박비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관련 제도를 개선하는 등 회계 비리 재발 방지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 복리후생비 미공개 기업도 많아...기업 신뢰도 떨어져
복리후생비를 공개하지 않은 기업도 있다. 금융과 금융지주사 중에서는 KB금융과 신한지주, DGB금융지주가 복리후생비를 미등록했고 SK텔레콤과 KT, SK스퀘어, 삼성중공업, LG이노텍, 한미사이언스 등도 복리후생비 항목이 없었다.
이우종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복리후생비를 세부적으로 나타내지 않았다는 것은 해당 기업이 이 항목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거나 다른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출이 미미해 나타내고 싶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기업들이 복리후생비를 전혀 지출하지 않아도 급여를 올려주는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인적 자원에 투자하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투자자는 "누가 봐도 과한 통계치에 대한 해석 없이 보고서를 작성하거나, 아예 미등록을 한 경우에는 그 기업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수 있다"며 "향후에라도 기업들은 통계에 대한 정확하고 구체적인 명시를 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업종별로도 편차가 심하다. 금융지주업종의 평균은 4290만원으로 250대 기업 평균(1157만원)보다 약 4배가량 많았다. 최소 400만원부터 최대 1억원까지 이른다. 더불어 은행·증권·카드업종이 2880만원, 비금융지주사가 2020만원, IT업종이 1390만원 등으로 조사됐다.
반대로 보험업종의 평균 복리후생비는 500만원으로 집계됐다. 2000만원 넘게 지출한 삼성생명과 복리후생비를 보고하지 않은 코리안리를 제외한 보험사가 복리후생비로 10~30만원을 지출했다.
자동차부품업종도 평균 530만원으로 뒤를 이었다. 금호타이어와 현대모비스는 1000만원 이상 복리후생비로 사용했으나, 에스엘과 한온시스템이 각각 190만원, KG모빌리티가 230만원을 복리후생비로 지출하는 등 100~500만원 수준을 벗어나지 않았다.
이 외에도 제약·바이오 업종 600만원, 철강·기계업종 평균 640만원, 화학·장업 평균 730만원으로 전체 평균을 400~500만원 밑돌았다. 이들 업종은 일부 기업을 제외하고 모두 1000만원 미만으로 지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