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 [고용안정성] 직원 평균 근속연수
'시총 11위' 에코프로비엠, 하위 10%에 포함...평균 2.3년
'1위' KG모빌리티·'꼴찌' HLB생명과학, 19.2배 차 달해
한스경제가 2023년 국내 시총 25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한 사업보고서상 경영성과를 살펴봤다. 분석유형은 재무와 비재무정보로 크게 나눴다. 우선 비재무정보는 지속가능성측면에서 주주환원, DE&I(다양성, 공정성, 형평성), 고용안정성, 환경정보 등 ESG 경영관점에서 지난해 성과를 바탕으로 시계열별·업종별비교를 통해 분석했다. 재무정보는 재무제표를 중심으로 매출액, 수익, 현금흐름표 추이 등의 영업활동을 리뷰 했다. 이를 약 17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 주>
[한스경제=정라진 기자] 대기업이라는 바늘구멍을 뚫고 들어가도 직원들은 평균 9년 3개월이면 회사를 떠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직이 잦거나 계열사 이동 등도 근속연수에 영향을 미쳤지만, 성별이나 업종에 따른 차이도 존재했다. 고용안정성을 위해 직원들의 복지 강화가 필요하단 지적이다.
◆ KG모빌리티 직원 1명 채용할 때 HLB생명과학은 19명 해야
250대 기업의 직원들은 평균 9년 3개월이면 회사를 떠났다. 상위 10%은 평균 17년으로, 전체 평균의 두 배에 가까운 차이를 보였다.
기업별로 보면 평균 25년인 KG모빌리티가 근속연수 1위를, 평균 1년 3개월인 HLB생명과학은 최하위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139개사는 평균 10년이 되지 않았다. 여기에는 시총 3위인 LG에너지솔루션(7년 2개월)을 비롯해 카카오(5년), LG(3년 9개월) 등이 있다.
기업들 사이에서 편차가 큰 이유는 뭘까. 다양한 이유가 존재하지만 △숙련도가 필요한 직종 △제도적 측면 등이 요인으로 꼽힌다.
우선 숙련도가 요구되지 않는 직종일 경우 오랜기간 한 회사에서 경력을 쌓을 필요가 없어진다. 상대적으로 기술이 필요한 직종일수록 숙련도를 쌓을 경험이 필요하다.
제도적 측면에서는 인사제도가 대표적이다. 한요셉 KDI 노동시장연구팀장은 <한스경제>와 통화에서 "장기적 요인으로 연공서열적 인사제도 자체가 원인일 수 있다"며 "한 번 정해진 제도는 관행적으로 남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임원 비중을 높이면서 이들을 계약직으로 전환하는 기업들도 있기에 근속연수가 짧아질 수 있다. 특히 한요셉 팀장은 "이동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만큼 회사들의 대거 채용이 근속연수 감소세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들 입장에서도 직원들의 이탈은 잠재적 손실이다. 기업 내 인사 담당자는 "신입의 경우 일을 알려주는 데 초기 시간을 할애한다"며 "이들이 일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을 무렵 타 기업으로 이직하는 경우가 있다"고 토로했다. 인재를 양성하는 데 돈과 시간을 쏟기 때문이다. 이런 인재들은 타 업계가 아닌 동종업계 내 기업으로 옮기는 경우가 다반사다.
◆ '시총 4위' 삼성바이오로직스, 평균 절반 수준
업종 간에서도 격차는 존재했다. 자동차부품업종이 15년 8개월로 가장 길었고, 제약바이오업종은 그의 3분의 1 수준인 5년 5개월로 확인됐다.
제약바이오업종에서는 시총 250대 기업 내 28개사가 포함됐다. 평균 10년을 넘는 기업은 한올바이오파마(13년 9개월)와 유한양행(12년 8개월) 뿐이다. 반면 꼴찌인 HLB생명과학(1년 3개월)은 한올바이오파마의 10분의 1수준도 되지 않았다.
시총 4위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평균 4년 6개월로, 5년도 되지 않았다. 특히 부서에 따른 근속연수의 편차가 심했다. 공정직 여성의 경우 평균 3년 8개월인 반면 연구직 여성은 평균 5년 1개월로 확인됐다.
전체 1위인 자동차부품업종은 명신산업(9년 6개월)과 한국타이앤테크놀로지(8년 4개월)를 제외하고는 평균 10년을 크게 웃돌았다. 그러나 성별에 따른 근속연수 차이가 심했다. 가장 큰 차이를 보인 곳은 HL만도와 한온시스템이다.
HL만도의 전체 평균은 17년 7개월로 근속연수가 가장 길었지만, 남성은 평균 18년 5개월을 다니는 반면 여성은 6년 1개월에 불과했다. 성별에서 무려 3배 차이가 발생했다.
전체 평균 18년 3개월인 한온시스템도 남녀 3배 차이가 났다. 남성은 평균 18년 8개월인 반면 여성 평균은 6년 8개월에 그쳤다. 그밖에 현대자동차와 기아 역시 성별에 따른 차이가 1.5배가량 났다.
업계 특성상 남성 직원을 많이 채용한 이유도 있지만, 과거부터 이어온 남초 문화가 깊게 자리한 결과다.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남초 문화가 관행처럼 있었던 회사들의 경우 여성들의 복지가 잘 돼있지 않는 부분들이 있다"며 "출산, 육아 등 여성들이 활용할 수 있는 복지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에코프로 3형제, 평균 2.7년 불과..."직원들 사기진작 필요"
근속연수 하위 10%만 따져보면 문제는 더욱 심각했다. 이들의 근속연수는 평균 3년도 채되지 않는 2년 4개월가량이다. 특히 시총 50위권 기업 중 7곳(에코프로비엠·하이브·크래프톤·에코프로머티·에코프로·카카오뱅크 등)이나 포함됐다.
최저치를 기록한 HLB생명과학은 평균 1년 3개월로 확인, 직군에서도 큰 차이를 보였다. 의료기기사업에서 일하는 여성은 평균 3개월이면, 남성은 4개월이면 회사를 떠났다. 바이오사업 부서 내 여성 역시 약 4개월이면 퇴사했다.
에코프로를 비롯해 에코프로머티리얼즈·에코프로비엠 등 3사는 평균 근속연수가 3년이 채 되지 않았다. 지주사인 에코프로는 평균 3년이며,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평균 2년 9개월이다. 에코프로비엠은 시총 50대 기업 중 가장 짧은 2년 3개월에 불과했다.
카카오뱅크의 직원들은 평균 3년 1개월을 다녔다. 여성의 경우 평균 2년 9개월이 반면 남성은 그보다 긴 3년 3개월로 성별에서 차이를 보였다.
전문가는 근속연수 증가를 위해 '직원들의 사기 증진'을 강조했다. 한요셉 팀장은 "근로 유연성 등을 토대로 직원들의 사기를 올리는 것이 필요하다"며 "근로자에게 보상은 중요하다. 직원들의 이직 이유는 연봉 문제가 포함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신생 기업들은 직원들의 이직을 막기 위해 대기업에 준하는 직원 복지를 제공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