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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한 ‘유리천장’...71개 대기업 여성임원 없다 [250대기업 사업보고서 분석]

작성자 관리자 날짜 2024-06-21 13:48:12 조회수 159

②[다양성] 등기임원 중 여성임원, 전체 직원 중 여직원 비율
전문기술업종, 여성임원·직원 비율 모두 가장 낮아
IT업종도 여성임원 전무...철강·기계업종 등은 10% 미만 차지
“유리천장 견고하나 향후 여성의 고위직 진출 더 확대될 것”

국내 250대기업의 사업보고서(2023년 말 기준)를 분석한 결과, 대기업들의 '유리천장'이 여전히 견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 연합뉴스
국내 250대기업의 사업보고서(2023년 말 기준)를 분석한 결과, 대기업들의 '유리천장'이 여전히 견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 연합뉴스

한스경제가 2023년 국내 시총 25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한 사업보고서상 경영성과를 살펴봤다. 분석유형은 재무와 비재무정보로 크게 나눴다. 우선 비재무정보는 지속가능성측면에서 주주환원, DE&I(다양성, 공정성, 형평성), 고용안정성, 환경정보 등 ESG 경영관점에서 지난해 성과를 바탕으로 시계열별·업종별비교를 통해 분석했다. 재무정보는 재무제표를 중심으로 매출액, 수익, 현금흐름표 추이 등의 영업활동을 리뷰 했다. 이를 약 17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 주>

[한스경제=신연수 기자] 국내 대기업의 ‘유리천장’은 여전히 견고했다. 지난해 말 기준 시총 250대기업 가운데 등기임원에 1709명이 이름을 올렸지만, 그중 여성비율은 약 13%인 230명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71개 사는 이사회 내 여성임원을 한 명도 선임하지 않았다. 업종별로는 전문기술업종과 자동차 부품업종은 여성임원과 직원 비율 모두 낮았고, IT업종은 여성임원 선임에 소극적이었다.

대기업 71개 사는 이사회 내  여성임원을 한 명도 선임하지 않았다.
대기업 71개 사는 이사회 내 여성임원을 한 명도 선임하지 않았다.

◆ DEI 강조되지만...이사회 내 여성임원 선임 비율 낮아

기업의 다양성·형편성·포용성(DEI)이 강조되고 있지만, 여전히 이사회 내 여성 임원 선임 비율은 낮다. 2022년 자본시장법에 조항이 신설되면서 국내 상장사의 여성 이사 선임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 하지만 벌칙 조항 없는 사실상 ‘권고’에 그쳐 이사회 성비 불균형은 OECD 국가 중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실제 250개 기업중 한미반도체, 두산퓨얼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HPSP, 금양, KCC, 동신쎄미캠 등 무려 71개사가 이사회 내 여성임원을 선임하지 않았다. 비율로 따지면 30%에 육박한다. 특히 IT와 전문기술업종 기업은 여성 임원이 아예 없었다.

공기업 중에서는 한국가스공사의 여성임원 비율이 25%로 가장 높았고, 한국전력 13.3%, 한전기술 10.0% 등으로 나타났다. 반면 한전KPS는 공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여성임원을 단 한 명도 선임하지 않았다.

이 외에도 SK가스, 티씨케이, 두산테스나 등도 이사회 내 여성임원을 두지 않았다.

유리천장은 KCGI자산운용이 국내 상장 주요 370개 회사를 분석해 발표한 자료에서도 확인된다. 2023년 기업들의 여직원 비율은 27.7%였으나, 이사회 내 여성 비중은 8.8%에 불과했다. 이는 거버넌스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김재구 명지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여성의 출산과 육아가 경력단절로 이어지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며 “이와 함께 눈에 안보이는 유리천장도 여성의 고위직 진출을 더 어렵게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체 직원 중 여직원 비율은 250대기업 대부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직원 중 여직원 비율은 250대기업 대부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 여직원 비율은 250대기업 대부분 높아

여직원 비율은 여성임원과 달랐다. 전체 평균 여성직원 비율은 25.49%로 확인됐다. 업종별로 여성 전문직을 선호하는 엔터·전문서비스, 보험업종, 은행·증권·카드업종의 비율이 가장 높았다.

에스엠이 70.7%로 전체 기업 중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고, 하이브와 JYP엔터테인먼트는 각각 68.9%, 64.7%로 뒤를 이었다. 오뚜기 역시 전체 직원의 64.9%가 여직원이었으며, 리노공업도 50% 이상을 여직원으로 채웠다.

SK하이닉스는 33.8%인 1만819명의 여직원을 고용하고 있고, 삼성전자는 3만2873명으로 가장 많았으나 비율은 SK하이닉스보다 낮은 26.5%였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여직원 비율이 각각 45.6%, 44.6%였고, DB손해보험은 57.7%로 보험업종 가운데 가장 높았다. 기업은행, 미래에셋증권 역시 50%를 상회했고 HLB, 현대백화점, 롯데쇼핑은 여직원 비율이 60%를 웃돌았다.

비금융 지주사 중에서는 대웅과 영원무역홀딩스가 각각 61.0%, 60.6%로 업종 내에서 유일하게 높은 비율을 보였다.

이 밖에도 대한항공 45.0%, 아모레퍼시픽 62.6%, 코웨이 43.7%, NH투자증권 48.7%, F&F 61.6% 등으로 여직원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이사회 내 여성임원 비율이 높고 여직원 비율은 낮은 기업도 있었다.
반대로 이사회 내 여성임원 비율이 높고 여직원 비율은 낮은 기업도 있었다.

◆ 여성임원 비율 높고 여직원 적은 곳 많아

기업 대부분 여성임원 비율이 낮고 여직원 비율이 높은데, 반대 경우도 있다. 이사회 내 여성임원 비율이 50%를 넘는 곳이 있었던 반면, 여직원 비율은 10%를 하회하는 기업도 있다.

KB금융은 여성 임원이 3명으로 33.3%를 차지했다. 카카오와 크래프톤은 무려 4명의 여성 임원을 선임해 57.1%를 차지했다. 이는 250대 기업 전체를 통틀어 가장 높은 비율이다. 카카오게임즈와 위메이드 역시 각각 25%, 20%를 차지했다.

삼성 계열사들은 평균 수준으로 구색 맞추기에 그치고 있다. 삼성SDS 14.3%, 삼성물산 11.1%, 삼성중공업 14.3% 등으로 나타났고 삼성전자는 여성임원이 18.2%를 차지했다.

그러나 업특성상 건설·조선업종과 자동차 부품업종, 전문기술, 철강·기계업종은 여직원 고용률이 10%를 밑돌았다.

KG모빌리티 여직원 비율이 2.0%로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으며, HD현대미포 2.6%, HD현대중공업이 4.2%를 차지했다. 이어 현대차, 기아, 현대위아, 명신사업 등도 여직원 비율이 10%에 못 미쳤으며, 포스코엠텍은 2.4%, 에스에프에이(SFA)와 대한유화는 각각 3.4%로 확인됐다.

한화 역시 9.4%로 낮은 수준을 보였고, 포스코홀딩스 17.6%, LG 18.9%, 두산 17.4% 등도 평균을 밑돌았다. 아울러 SK, HD현대 등은 평균 보다 낮지만 20%대를 웃돌았다.

김재구 교수는 중후장대 업종에서 여직원 고용률이 낮은 이유로 “여성들이 현장직으로 일할 수 있는 풀 자체가 적기 때문이지만, 이런 업종들도 지금은 굉장히 빨리 변화하고 있어 여성 일자리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김재구 명지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기업들이 여성임원 선임과 여직원 고용에 소극적이지만, 앞으로 추세는 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뉴스
김재구 명지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기업들이 여성임원 선임과 여직원 고용에 소극적이지만, 앞으로 추세는 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뉴스

◆ 유리천장 여전히 ‘견고’...“개선 여지 있어”

전세계적으로 우리나라의 유리천장은 유독 견고하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유리천장 지수(The glass-ceiling index)’에서 한국은 조사 대상국 중 꼴찌인 29위를 기록했다.

유리천장 지수는 10개 지표를 반영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을 대상으로 직장 내 여성 차별 수준을 지표화한 수치다. 2013년부터 매년 지수를 산정해 발표하고 있다.

한국은 이번에도 대부분 지표가 바닥권에 머물렀다. 남녀 소득 격차는 31.1%로 또 최하위에 머물렀다. 여성의 노동 참여율, 여성 국회의원 비율은 27위를 차지했고, 관리직 여성 비율과 기업 내 여성 이사 비율 역시 16.3%로 가장 낮았다.

김재구 교수는 이런 상황이 앞으로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는 입장이다.

김 교수는 “이전부터 여성 친화적인 정책이 있어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다”며 “기업이 경제활동을 하고 수익을 내면서 조직이 잘 돌아가려면 좋은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앞으로 여성의 고위직 진출과 리더십 진출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 교수는 “외부 환경과 사회적 인식, 법 제도적으로 양성평등이 강조돼 왔다”며 “회사 자체적으로도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여성임원 선임과 여직원 고용률은 더 올라갈 것으로 생각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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