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다양성] 등기임원 중 여성임원, 전체 직원 중 여직원 비율
전문기술업종, 여성임원·직원 비율 모두 가장 낮아
IT업종도 여성임원 전무...철강·기계업종 등은 10% 미만 차지
“유리천장 견고하나 향후 여성의 고위직 진출 더 확대될 것”
한스경제가 2023년 국내 시총 25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한 사업보고서상 경영성과를 살펴봤다. 분석유형은 재무와 비재무정보로 크게 나눴다. 우선 비재무정보는 지속가능성측면에서 주주환원, DE&I(다양성, 공정성, 형평성), 고용안정성, 환경정보 등 ESG 경영관점에서 지난해 성과를 바탕으로 시계열별·업종별비교를 통해 분석했다. 재무정보는 재무제표를 중심으로 매출액, 수익, 현금흐름표 추이 등의 영업활동을 리뷰 했다. 이를 약 17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 주>
[한스경제=신연수 기자] 국내 대기업의 ‘유리천장’은 여전히 견고했다. 지난해 말 기준 시총 250대기업 가운데 등기임원에 1709명이 이름을 올렸지만, 그중 여성비율은 약 13%인 230명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71개 사는 이사회 내 여성임원을 한 명도 선임하지 않았다. 업종별로는 전문기술업종과 자동차 부품업종은 여성임원과 직원 비율 모두 낮았고, IT업종은 여성임원 선임에 소극적이었다.
◆ DEI 강조되지만...이사회 내 여성임원 선임 비율 낮아
기업의 다양성·형편성·포용성(DEI)이 강조되고 있지만, 여전히 이사회 내 여성 임원 선임 비율은 낮다. 2022년 자본시장법에 조항이 신설되면서 국내 상장사의 여성 이사 선임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 하지만 벌칙 조항 없는 사실상 ‘권고’에 그쳐 이사회 성비 불균형은 OECD 국가 중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실제 250개 기업중 한미반도체, 두산퓨얼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HPSP, 금양, KCC, 동신쎄미캠 등 무려 71개사가 이사회 내 여성임원을 선임하지 않았다. 비율로 따지면 30%에 육박한다. 특히 IT와 전문기술업종 기업은 여성 임원이 아예 없었다.
공기업 중에서는 한국가스공사의 여성임원 비율이 25%로 가장 높았고, 한국전력 13.3%, 한전기술 10.0% 등으로 나타났다. 반면 한전KPS는 공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여성임원을 단 한 명도 선임하지 않았다.
이 외에도 SK가스, 티씨케이, 두산테스나 등도 이사회 내 여성임원을 두지 않았다.
유리천장은 KCGI자산운용이 국내 상장 주요 370개 회사를 분석해 발표한 자료에서도 확인된다. 2023년 기업들의 여직원 비율은 27.7%였으나, 이사회 내 여성 비중은 8.8%에 불과했다. 이는 거버넌스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김재구 명지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여성의 출산과 육아가 경력단절로 이어지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며 “이와 함께 눈에 안보이는 유리천장도 여성의 고위직 진출을 더 어렵게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 여직원 비율은 250대기업 대부분 높아
여직원 비율은 여성임원과 달랐다. 전체 평균 여성직원 비율은 25.49%로 확인됐다. 업종별로 여성 전문직을 선호하는 엔터·전문서비스, 보험업종, 은행·증권·카드업종의 비율이 가장 높았다.
에스엠이 70.7%로 전체 기업 중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고, 하이브와 JYP엔터테인먼트는 각각 68.9%, 64.7%로 뒤를 이었다. 오뚜기 역시 전체 직원의 64.9%가 여직원이었으며, 리노공업도 50% 이상을 여직원으로 채웠다.
SK하이닉스는 33.8%인 1만819명의 여직원을 고용하고 있고, 삼성전자는 3만2873명으로 가장 많았으나 비율은 SK하이닉스보다 낮은 26.5%였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여직원 비율이 각각 45.6%, 44.6%였고, DB손해보험은 57.7%로 보험업종 가운데 가장 높았다. 기업은행, 미래에셋증권 역시 50%를 상회했고 HLB, 현대백화점, 롯데쇼핑은 여직원 비율이 60%를 웃돌았다.
비금융 지주사 중에서는 대웅과 영원무역홀딩스가 각각 61.0%, 60.6%로 업종 내에서 유일하게 높은 비율을 보였다.
이 밖에도 대한항공 45.0%, 아모레퍼시픽 62.6%, 코웨이 43.7%, NH투자증권 48.7%, F&F 61.6% 등으로 여직원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 여성임원 비율 높고 여직원 적은 곳 많아
기업 대부분 여성임원 비율이 낮고 여직원 비율이 높은데, 반대 경우도 있다. 이사회 내 여성임원 비율이 50%를 넘는 곳이 있었던 반면, 여직원 비율은 10%를 하회하는 기업도 있다.
KB금융은 여성 임원이 3명으로 33.3%를 차지했다. 카카오와 크래프톤은 무려 4명의 여성 임원을 선임해 57.1%를 차지했다. 이는 250대 기업 전체를 통틀어 가장 높은 비율이다. 카카오게임즈와 위메이드 역시 각각 25%, 20%를 차지했다.
삼성 계열사들은 평균 수준으로 구색 맞추기에 그치고 있다. 삼성SDS 14.3%, 삼성물산 11.1%, 삼성중공업 14.3% 등으로 나타났고 삼성전자는 여성임원이 18.2%를 차지했다.
그러나 업특성상 건설·조선업종과 자동차 부품업종, 전문기술, 철강·기계업종은 여직원 고용률이 10%를 밑돌았다.
KG모빌리티 여직원 비율이 2.0%로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으며, HD현대미포 2.6%, HD현대중공업이 4.2%를 차지했다. 이어 현대차, 기아, 현대위아, 명신사업 등도 여직원 비율이 10%에 못 미쳤으며, 포스코엠텍은 2.4%, 에스에프에이(SFA)와 대한유화는 각각 3.4%로 확인됐다.
한화 역시 9.4%로 낮은 수준을 보였고, 포스코홀딩스 17.6%, LG 18.9%, 두산 17.4% 등도 평균을 밑돌았다. 아울러 SK, HD현대 등은 평균 보다 낮지만 20%대를 웃돌았다.
김재구 교수는 중후장대 업종에서 여직원 고용률이 낮은 이유로 “여성들이 현장직으로 일할 수 있는 풀 자체가 적기 때문이지만, 이런 업종들도 지금은 굉장히 빨리 변화하고 있어 여성 일자리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 유리천장 여전히 ‘견고’...“개선 여지 있어”
전세계적으로 우리나라의 유리천장은 유독 견고하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유리천장 지수(The glass-ceiling index)’에서 한국은 조사 대상국 중 꼴찌인 29위를 기록했다.
유리천장 지수는 10개 지표를 반영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을 대상으로 직장 내 여성 차별 수준을 지표화한 수치다. 2013년부터 매년 지수를 산정해 발표하고 있다.
한국은 이번에도 대부분 지표가 바닥권에 머물렀다. 남녀 소득 격차는 31.1%로 또 최하위에 머물렀다. 여성의 노동 참여율, 여성 국회의원 비율은 27위를 차지했고, 관리직 여성 비율과 기업 내 여성 이사 비율 역시 16.3%로 가장 낮았다.
김재구 교수는 이런 상황이 앞으로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는 입장이다.
김 교수는 “이전부터 여성 친화적인 정책이 있어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다”며 “기업이 경제활동을 하고 수익을 내면서 조직이 잘 돌아가려면 좋은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앞으로 여성의 고위직 진출과 리더십 진출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 교수는 “외부 환경과 사회적 인식, 법 제도적으로 양성평등이 강조돼 왔다”며 “회사 자체적으로도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여성임원 선임과 여직원 고용률은 더 올라갈 것으로 생각한다”고 견해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