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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대기업 사업보고서 분석] 5곳중 1곳 3년간 무배당...주주환원, 안하나 못하나

작성자 관리자 날짜 2024-06-21 13:47:35 조회수 116

① [주주환원] 자사주 매입 및 소각, 3년간 배당횟수, 평균배당수익률
31개社, 자사주 매입·소각으로 주주환원 실천
'시총 5위권' LG엔솔·삼바, 3년째 무배당
전체 76%, 예금 금리보다 낮은 배당수익률...주주가치 제고 외면

국내 대기업들이 주주환원에는 인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 연합뉴스. 
국내 대기업들이 주주환원에는 인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 연합뉴스. 

한스경제가 2023년 국내 시총 25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한 사업보고서상 경영성과를 살펴봤다. 분석유형은 재무와 비재무정보로 크게 나눴다. 우선 비재무정보는 지속가능성측면에서 주주환원, DE&I(다양성, 공정성, 형평성), 고용안정성, 환경정보 등 ESG 경영관점에서 지난해 성과를 바탕으로 시계열별·업종별비교를 통해 분석했다. 재무정보는 재무제표를 중심으로 매출액, 수익, 현금흐름표 추이 등의 영업활동을 리뷰 했다. 이를 약 17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 주>

[한스경제=정라진 기자] 국내 대기업들이 주주환원에는 인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기준 시총 250대 기업 가운데 무려 47개사가 지난 3년간 무배당 기조를 이어오고 있어서다. 여기에는 시총 3위인 LG에너지솔루션과 4위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글로벌기업들도 포함돼 있어 충격을 준다. 무배당에도 주가가 올랐으면 상관없지만, 그 반대라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50대 기업 중 자사주 매입 및 처분한 기업 목록. 
250대 기업 중 자사주 매입 및 처분한 기업 목록. 

◆ "주가 올리고 주주가치 제고하자"...전체 12.4%만이 자사주 매입 소각

정부가 기업의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유도하기 위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세제 지원은 올해 세법 개정안에 담길 예정이다. 기업이 배당을 확대하거나 자사주를 소각할 경우 법인세를 인하하는 방향을 검토 중이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기업들은 선제적으로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자사주 주식 매입 및 소각, 배당 등이 담긴 정책을 발표하면서 주주 가치 제고를 실천에 옮기고 있다. 

실제 250대 기업 중 31개사가 자사주 매입 및 처분을 통해 주주 가치를 제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회사가 발행한 주식을 회사 자신이 취득하는 것을 자사주라 한다. 회사가 자신의 주식을 매입하면서 스스로 주주가 되는 것이다. 

자사주는 주주환원을 비롯해 다양하게 사용된다. 자사주로 주주들에게 배당을 지급하거나 주가가 저평가 됐을 경우 자사주 매입을 통해 유통물량을 줄여 주식 가치를 높일 수 있다. 또한 기업 M&A 시 경영권 방어에도 활용된다. 

삼성물산의 경우 지난 4월 자사주 전량을 감자 형태로 무상 소각했다. 이는 지난해 발표한 '차기 3개년(2022~2025년) 주주환원 정책'의 일환이다. 감자란 주식회사가 주식 금액이나 주식 수의 감면 등으로 자본금을 줄이는 것으로, 자본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 다만 삼성물산이 행한 무상 감자는 형식적인 감자로 불려 시장에선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삼성물산 외에도 기아, 현대모비스, 카카오 등이 자사주를 감자 소각했다. 기아의 경우 지난해 5년간 매년 최대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해는 자사주 소각 비율을 기존 50%에서 조건부 100%로 확대하는 등 주주 친화 정책을 강화했다. 

아울러 BNK금융지주를 비롯해 하나금융지주·우리금융지주·신한지주·현대엘리베이터·금호석유·미래에셋증권·네이버 등은 자사주를 이익소각했다. 

네이버는 지난해 전체 주식의 1%에 해당하는 자사주 주식을 소각했다. 8% 수준인 자사주 보유 비율을 오는 2025년까지 5% 이내로 낮추겠다는 계획의 첫걸음이었다. 지난해를 시작으로 자사주의 총 3%를 향후 3년간 매년 1%씩 소각할 예정이다.

동원산업은 지난해 6월 동원엔터프라이즈를 합병하는 과정에서 획득한 자사주를 소각했다. HK이노엔은 지난해 2월 당시 전체 주식의 약 2%에 해당하는 규모를 소각한 바 있다. 

반면 주식 취득에만 그친 기업은 16곳이다. 매입만으로도 시장에 매수 신호를 주기도 하지만, 자사주 취득이 소각으로 이어져야 실질적 주주환원 기능을 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자사주 취득 시 주가에는 긍정적 영향이 있을 수 있지만 처분할 경우 주가는 다시 하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16곳 중 올해 자사주를 소각한 기업이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월 배당 없이 7936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했다. 그밖에 메리츠금융지주(4000억원), KB금융(3200억원), KT&G(3150억원), 하나금융지주(3000억원), SK텔레콤(2000억원) 등이 올 상반기 자사주를 소각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2021~2023년 동안 주주들에게 배당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 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이 2021~2023년 동안 주주들에게 배당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 LG에너지솔루션.

◆ '시총 3위' LG엔솔 3년간 무배당 기조

'배당'도 기업들이 주주 가치 제고 시 많이 활용하는 방안 중 하나다. 배당은 기업들이 벌어들인 순이익 혹은 보유 현금 일부를 주주들에게 나눠주는 것을 말한다. 

배당은 곧 기업의 수익성과 재정 건전성을 나타내기 때문에 주주 가치를 증대하는 데 많이 활용되고 있다. 배당을 한다는 자체가 영업이익이나 잉여이익이 높은 기업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배당은 장기 투자를 이끌어 낼 수 있다. 

2021~2023년내 국내 시총 250대 기업의 평균 배당 횟수는 2.2회다. 전체 81.2%는 이 기간에 1번 이상 배당을 했다. 

3년간 최다 배당은 3회로, 이를 진행한 기업은 167개사다. 같은 기간 배당을 2번 한 기업은 23개사, 1번 한 기업은 13개사로 확인됐다. 

반면 3년 이상 배당을 하지 않은 기업은 18.8%(47개사)에 달했다. 여기에 시총 3위인 LG에너지솔루션과 4위 삼성바이오로직스 등도 포함됐다. 이들 기업에 대해서는 주주가치 제고를 지향하는 배당정책 개선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대우건설은 2009년 회계연도 주당배당금 50원 지급 이후 배당을 하지 않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2014년부터 10년째 무배당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그밖에 에코프로머티, HD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KG모빌리티, 금호타이어, 크래프톤 등은 2019년부터 5년간 배당을 하지 않았다. 

한국전력은 국제사회 이슈로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적자 등이 이어지면서 3년 연속 무배당을 결정했다. 지난해 적자전환과 함께 사상 최대 미수금을 기록한 한국가스공사 역시 지난해부터 올해 2년 연속 무배당을 결정했다.

한전 측은 "국유재산법상 정부배당 대상기업으로 정부의 출자기업 배당정책과 연계해 배당을 실시하고 있다"며 "향후 정부의 배당정책 방향, 전력수급안정 및 에너지전환을 위한 투자계획, 재무건전성 유지 및 경영환경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주주이익을 중시하는 배당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배당이어도 주가를 올렸다면 주주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을 것이다. 다만 배당도 없는데 주가도 낮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우종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한스경제>와 통화에서 "주주들이 (무배당 기조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면서도 "주주가 말을 하더라도 기업이 듣지 않아 자칫 주주들에게 패배의식을 안겨줄 수 있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들은 주주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3년간 무배당 기업 목록.
3년간 무배당 기업 목록.

◆ 10개사 중 7개사 이상은 "평균 배당 수익률, 예금 금리보다 낮아"

3년 동안 250개사의 평균 배당수익률은 1.86%다. 같은 기간 1회 이상 배당한 기업들만 따졌을 때 평균 2.29%로 확인됐다.

배당수익률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기업들 대부분이 금융권인 것으로 나타났다. JB금융지주가 7.8%로, 가장 높은 비율을 자랑했다. 그외 기업은행(7.6%), 삼성카드(7.4%), NH투자증권(7.3%), BNK금융지주(7.2%), DGB금융지주(6.9%), 하나금융지주(6.8%) 등이 10위권에 올랐다. 

반면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보다도 배당수익률이 낮은 기업이 대다수였다. 예금의 경우 확정된 수익인 반면 주가는 불확정 수익이므로 위험 부담이 높은 주식 관련 수익이 높아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의 의견이다. 

은행연합회 소비자 포털에 따르면 5대 은행(KB 국민·신한·우리·하나·NH 농협은행)의 예금 금리는 2.6~3.6%대로 형성됐다. 3.6%보다 낮은 곳은 전체 76%인 152개사로 확인됐다. 

최소치인 2.6%보다 낮은 기업도 127개사에 달했다. 여기에는 시총 1위인 삼성전자(2.1%)가 포함됐다. 그밖에 시총 10위권 내에 이름을 올린 SK하이닉스(1.2%), 네이버(0.3%), LG화학(1.4%), 삼성SDI(0.2%) 등의 배당수익률도 다소 낮았다. 

3년간 평균 배당수익률 0.5% 미만 기업 목록.
3년간 평균 배당수익률 0.5% 미만 기업 목록.

◆ "정부 개입하더라도 주주가치 제고에 강제성 둘 필요 있어"

현재 기업들의 대내외적 상황을 고려했을 때 주가 상승을 견인할만한 성장 동력이 약화된 것은 사실이다. 이 때문에 주주가치 제고가 더욱 필요한 때다. 

이우종 교수는 시장의 규제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면서도 현재로써는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규제가 좋은 방안인지는 의문이지만,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시장에 경각심을 줄 필요가 있다"며 "주주수익률 등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기업들로 인해 정부가 개입하는 것이라 본다"고 설명했다. 

다만 프로그램 내 세부적인 내용의 보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프로그램으로) 체질 개선이 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며 일례로 자사주 소각의 강제성 부여를 언급했다. 

아울러 이 교수는 "현재는 공시를 유도하는 느낌"이라며 "자사주 소각은 반드시 필요하다. 좀 더 강하게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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