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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HOW] 공시 강화에 속타는 재계

작성자 관리자 날짜 2026-07-13 07:54:41 조회수 78


당정이 2028년부터 연결 자산총액 10조원 이상 상장사를 대상으로 ESG 공시를 의무화하면서 기업의 부담이 가중됐다는 의견이 나온다. 사진은 '지속가능성 공시 제도화 방안 관련 당정 협의'에서 인사말 하는 이억원 금융위원장(왼쪽 세 번째). / 사진=연합뉴스

 

| 서울=한스경제 신연수 기자 | 중대재해처벌법과 노란봉투법으로 경영 압박을 받아온 기업들이 이번에는 ‘지속가능성(ESG) 의무 법정공시’라는 벽에 맞닥뜨렸다. 정부와 여당이 앞서 발표된 ESG 공시 로드맵 초안보다 규제를 더 강화하면서 재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ESG 공시는 기업이 환경·사회·거버넌스 관련 위험과 기회가 경영과 재무 상태에 미치는 영향을 투자자에게 공개하는 제도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8일 당정협의를 통해 2028년(2027 회계연도)부터 연결 자산총액 10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를 대상으로 ESG 정보 공시를 의무화하는 지속가능성(ESG) 공시 제도화 방안‘ 최종안을 발표했다. 

이번 최종안의 핵심은 공시 여건 성숙을 ‘기다리기’는 전략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끌어나가기’로 재설정했다는 점이다. 이는 최근 중동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의 불안정성이 가중되면서 기후·에너지 리스크 관리가 국가와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핵심 전략과제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번 ESG 공시 의무화의 가장 큰 배경으로 '글로벌 기관투자자의 정보 수요 충족'을 꼽았다. 유럽연합(EU)과 미국 등 주요국이 ESG 공시를 의무화하고, IFRS 산하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의 글로벌 표준이 확립됨녀서 한국도 이에 발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연결 자산총액 10조원 이상 상장사는 2028년부터 의무적으로 ESG 정보를 사업보고서에 공시해야 한다. 2029년에는 5조원 이상 상장사로 적용 대상이 확대되고 이후 평가를 거쳐 2030년에 2조원 이상의 기업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번 최종안은 지난 2월 금융위가 발표한 초안보다 강도가 더욱 강화된 것이다. 당초 금융위원회(금융위)는 연결 자산총액 30조원 이상인 대기업부터 공시를 시작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글로벌 기관투자가들의 요구와 공시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는 판단 아래 첫해 공시 적용 대상 기업을 자산 10조원 이상으로 대폭 확대했다. 이에 제도 시행 첫해부터 107개 기업이 규제 사정권에 들어가게 됐다. 공시 대상 기업의 종속회사까지 포함하면 총 184개사가 규제 대상이 된 것이다.

당초 공시 채널도 한국거래소 공시를 거쳐 단계적으로 법정공시로 전환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번 결정안에는 2028년부터 지속가능성 정보를 법정공시인 자본시장법상 사업보고서에 곧바로 공시하도록 했다. 이를 위해 연내 자본시장법 개정도 추진할 방침이다. 

다만 정부와 여당은 고의적 ‘그린워싱’에 대해선 엄벌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면책 제도를 폭넓게 도입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최종안에 따르면, 도입 초기 3년간은 공시 정보 전체에 포괄적으로 자본시장법상 손해배상·행정제재·형사처벌을 면제하고 그 이후에는 세이프 하버가 적용될 예정이다.

또한 2030년부터는 재무제표 회계감사처럼 ESG 공시를 독립적인 제3의 기관으로부터 인증받도록 하는 제3자 인증도 제도화할 예정이다.

이에 재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거래소 의무공시는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이나 벌점 부과 등 한국거래소 차원의 제재를 받지만, 법정공시는 허위 기재나 중요사항 누락 시 손해배상과 행정제재를 받을 수 있고, 심각하면 형사처벌까지 이어질 수 있어 책임 수준이 더 무겁기 때문이다.

ESG 공시 의무화가 2027 회계연도부터 적용되는 만큼, 올해부터 이를 준비해야 하는데 데이터 관리 체계 구축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ESG 공시 대상 정보를 작성하려면 환경 관련 부서뿐만 아니라, 인사·재무 등 여러 부서가 협력해야 하고, 전문 인력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지난 3월 자산 10조원 이상 30조원 미만 코스피 상장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55.6%의 기업이 ESG 전담 인력 없이 타 업무를 병행하는 ‘겸직 체계’로 운영하고 있다.

2031년부터 시행하는 글로벌 온실가스 회계 기준인 스코프 3(Scope 3)의 경우, 적용 범위가 너무 방대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스코프 3는 직접 배출(스코프 1), 간접 배출(스코프 2)외 협력업체·공급망·운송·시공 등 밸류체인에서 발생하는 모든 배출을 포함하는 기타 간접 배출량을 의미한다.

스코프 3를 공시하려면 협력사뿐 아니라, 소비자까지 데이터를 수집해야 하며 이산화탄소·메탄·이산화질소·수소불화탄소·과불화탄소·육불화황·삼불화질소 등 7가지 종류의 온실가스를 모두 더해 계산해야 한다.

이 같은 복잡한 데이터를 3년의 유예기간 동안 도저히 모을 수 없다는 게 재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나아가 2030년 제3자 인증 제도화에 따른 별도 기관의 인증이 필요한데, 탄소데이터 플랫폼이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결국 기업들은 막대한 돈을 들여 외국 컨설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것도 문제다. 

더욱이 ‘고의적 그린워싱’을 면책 대상에서 제외했다는 점은 불확실성 요소다. 이는 친환경 경영을 하는 것처럼 허위·과장 공시하거나 투자자를 오인하게 하는 행위를 말한다. 이 경우, 공시 오류가 단순 실수인지 고의적 왜곡인지 여부가 실무상 쟁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김미정 금융위원회 공정시장과장은 “모든 공시 의무 위반에 적용되는 불법성의 인지 여부가 기준”이라며 “고의적 위반이냐 아니냐는 사례가 쌓여가며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경제 6단체도 우려를 표했다. 한국경제인협회·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무역협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은 지난 8일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경제계는 지속가능성 공시 도입 필요성과 방향성에는 공감한다”면서도 “ESG 공시는 공급망 전반의 데이터 수집·인증·전문인력 양성 등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수반되는 중장기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업이 시행착오를 통해 공시 역량을 축적할 수 있는 거래소 자율공시 단계 없이 곧바로 법정공시로 시행되면 기업의 수용성과 이행 역량이 충분히 고려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목소리를 냈다.

또한 “공시 데이터의 상당수가 예측, 추정 정보로 채워지는 만큼 충분한 면책 보장과 공시 인프라·가이드라인 마련 등 촘촘한 이행 지원책도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안했다.

따라서 정부는 지난 2월 발표된 한국형 공시기준(KSSB) 제정의 약점으로 꼽히는 기업마다 공시 항목과 기준이 달라 정보의 일관성이 부족하고, 기업 간 비교가능성이 낮다는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 사무총장은 재계의 지원책 필요 의견에 대해 "ESG 공시에 대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특히 스코프 3 공시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 사무총장은 "ESG 공시는 인프라가 중요하다"며 "규제도 중요하지만 기업들이 공시를 잘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인프라를 지원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재계 관계자도 "정부가 발표한 ESG 공시 최종안은 한국 ESG 공시 제도의 출발점이자 자본시장 선진화라는 의미에서 공감한다"면서도 "초안 대비 적용 대상과 규제 폭이 크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ESG 공시 의무화가 기업의 법적 리스크와 공시 준비 비용만 커지는 또 하나의 규제로 작용하지 않도록 향후 입법 과정에서 경제계와 충분한 소통을 함과 동시에 면책·인센티브 중심의 제도 설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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