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김도현 기자 | ESG행복경제연구소가 국내 시가총액 250대 기업 가운데 금융지주 업종을 대상으로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공시 현황과 세부 ESG 항목을 분석한 결과, 금융지주 업종은 외형적인 공시 체계에서는 가장 안정적인 수준에 도달했지만, 공시 이후의 대응 깊이와 실행 수준에서는 기업 간 격차가 뚜렷하게 나타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분석은 2024년 12월 말 기준 발간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토대로, 2025년 11월 집계한 통계자료를 기반으로 했다.
분석 대상은 ▲KB금융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메리츠금융지주 ▲한국금융지주 ▲BNK금융지주 ▲JB금융지주 ▲iM금융지주 등 9개 금융지주사다. 이들 기업은 전원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했으며, 모두 KRX(한국거래소) 홈페이지를 통해 공식 공시했다. 거래소 공시율은 100%로, 시가총액 250대 기업 업종 가운데 가장 안정적인 공시 인프라를 구축한 업종으로 평가된다.
다만 공시 항목을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금융지주 업종의 ESG 대응은 ‘공시 여부’ 측면에서는 사실상 완전 수렴했지만, ‘공시의 깊이와 활용 수준’에서는 점차 차별화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 금융배출량 공시율 88.9%…금융지주 ESG 대응 수준 가늠대
금융지주 업종에서 환경(E) 영역의 핵심 지표는 금융배출량(Financed Emissions)이다. 금융회사의 경우 사업 과정에서 직접 배출하는 온실가스보다, 대출·투자·보증을 통해 간접적으로 유발하는 배출량이 기업의 기후 책임을 가늠하는 대표적인 정량 지표이자 기후 리스크의 본질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들은 넷제로 목표를 설정하고, 금융배출량 감축을 중장기 핵심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통계자료에 따르면 분석 대상 9개 금융지주 가운데 8개사(88.9%)가 금융배출량을 공시했다. ▲KB금융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한국금융지주 ▲BNK금융지주 ▲JB금융지주 ▲iM금융지주가 이에 해당한다. 반면 메리츠금융지주는 금융배출량 항목을 ‘해당 없음’으로 표기하며, 금융지주 업종 가운데 유일하게 해당 지표를 공시하지 않은 사례로 분류됐다.
한편 금융배출량 공시율이 88.9%에 달하지만, 데이터가 실제 경영 판단에 활용될 수 있을 만큼 최신인지는 별도의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KB금융은 올해 6월 발간한 보고서에 2023년 기준 금융배출량을 수록했다. 결산 이후 수집·검증 절차를 고려하면 당해 연도 데이터를 반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여지가 있으며 공시의 정확성과 시의성 사이에서 금융지주 업종 전반이 구조적인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Scope3는 대부분 공시…한국금융지주만 공백
온실가스 관리 항목을 보면 금융지주 업종의 Scope3 공시 비율 역시 88.9%로 비교적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KB금융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메리츠금융지주 ▲BNK금융지주 ▲JB금융지주 ▲iM금융지주 등 8개 금융지주가 Scope3 배출량을 공시했다. 반면 한국금융지주는 해당 항목을 공시하지 않아, 금융지주 업종 가운데 유일한 미공시 사례로 분류됐다.
일부 금융지주는 Scope3와 금융배출량을 함께 설명하며 여신·투자 포트폴리오 전반의 기후 리스크 관리 구조를 제시한 반면, 다수 기업은 배출량 수치 제시에 그쳤다. 배출 데이터가 어떤 산업·기업에 대한 자본 배분 판단이나 리스크 관리 의사결정으로 연결되는지까지 구체적으로 설명한 사례는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 ESG위원회는 대부분 설치…환경 전문성은 ‘제로’
지배구조(G) 측면에서는 또 다른 구조적 한계가 확인됐다. 메리츠금융지주를 제외한 금융지주 8개사는 모두 ESG위원회 또는 지속가능경영 관련 위원회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위원회 설치 여부만 놓고 보면 금융지주 업종은 형식적으로는 명실상부한 ‘모범 업종’에 해당한다.
그러나 환경·ESG 전문성을 갖춘 이사를 보유한 기업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즉, 분석 대상 9개 금융지주 모두 이사회 내 환경 전문가가 부재한 상태다. 금융배출량 관리,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 녹색금융 전략 등 고도의 전문적 판단이 요구되는 사안을 다루고 있음에도, 이를 전담하거나 심층적으로 검토할 이사회 차원의 전문 인력이 충분히 확보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업종 전반의 공통된 한계로 지적된다.
위원회 운영 실태 역시 기업별 편차가 컸다. ▲신한지주 ▲우리금융지주 ▲BNK금융지주 ▲iM금융지주를 제외한 금융지주의 ESG위원회 평균 개최 횟수는 분기 1회에도 미치지 못했다. ESG위원회가 실질적인 전략 논의의 중심 기구로 기능하고 있는지, 아니면 단순 보고 성격에 머물고 있는지는 기업별로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 국제 기준 대응…공시는 앞섰지만 ISSB는 아직 과도기
보고서 작성 기준을 살펴보면 금융지주 업종 전반은 GRI, TCFD, SASB, SDGs 등 기존 글로벌 공시 기준의 활용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ISSB(IFRS S1·S2)를 명확히 반영한 사례는 제한적인 수준에 그쳤다. 분석 대상 9개 금융지주 가운데 ISSB 체계를 공시에 반영한 기업은 4개사(44.4%)로, ▲KB금융 ▲신한지주 ▲한국금융지주 ▲JB금융지주에 불과했다. 금융배출량 공시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음에도, 이를 ISSB 기준에 맞춰 재구성하고 재무적 의사결정과 연계한 사례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향후 국내에서도 ISSB 기반 공시 체계가 본격화될 경우, 지금까지 축적된 ‘공시 경험’이 실제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각 금융지주의 데이터 관리 역량과 이를 이사회·경영 의사결정으로 연결하는 내부 구조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공시율 100%’ 이후의 시험대
금융지주 업종은 거래소 공시율 100%, 금융배출량 공시율 88.9%라는 점에서 ESG 공시 체계만 놓고 보면 시가총액 250대 기업 가운데 가장 앞선 축에 속한다. 그러나 관련 통계자료를 교차해 보면, 공시 이후 단계에서 기업 간 대응 격차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메리츠금융지주의 금융배출량 미공시는 업종 내에서도 뚜렷한 대비 지점으로 부각된다. 동시에 다수 금융지주 역시 금융배출량을 공시했음에도, 이를 여신·투자 전략이나 포트폴리오 조정과 어떻게 연결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한 설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금융업에서 ESG는 단순한 보고서 항목이 아니라 리스크 관리와 자본 배분의 문제다. ‘공시율 100%’는 완주가 아니라 출발선에 가깝다. 금융지주 업종이 직면한 다음 시험대는, 공시를 넘어 데이터와 전략, 그리고 의사결정으로 이어지는 실질적 전환이 가능한가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