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김도현 기자 | ESG행복경제연구소가 국내 시가총액 250대 기업 가운데 건설·조선 업종 13개사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전 기업이 보고서를 발간해 공시율 100%를 기록했지만 기업별 ESG 대응 수준에서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분석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 발간된 보고서를 토대로 2025년에 집계한 통계다.
◆ ‘공시 공백’은 사라졌지만 ‘전략 공백’은 남아
외형적으로는 삼성물산, HD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현대건설, 한화오션 등 주요 건설·조선 대기업들이 7월 이전에 모두 ESG 보고서를 내놓으며 업종 내 ‘공시 공백’은 사라진 모습이다.
그러나 보고서의 깊이와 전략 연계 수준을 비교하면 일부 기업만이 글로벌 기준 변화에 대비하고 있고 다수는 여전히 형식적 대응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다.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현대건설, 대우건설, DL이앤씨는 GRI, SASB, TCFD를 넘어 ISSB 기준까지 보고서 작성에 반영하며 글로벌 공시 체계 전환을 비교적 빠르게 준비하고 있다.
반면 삼성중공업을 제외한 HD현대중공업, 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등 조선 빅4로 묶이는 기업들 가운데 ISSB를 명확히 적용한 곳은 찾아보기 어렵다.
공시율은 동일하지만 ‘공시의 질’에서는 간극이 벌어진 셈이다.
온실가스 관리 부문에서는 조사 대상 모든 기업이 Scope 3까지 포함한 공급망 배출량을 공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내부탄소가격제 도입 측면에서는 HD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현대건설, 대우건설, HD현대건설기계 등 일부 기업에 그쳤으며, 이들만이 배출량 공시를 넘어 투자 및 사업 의사결정과 연계한 내부 탄소관리 체계를 구축한 것으로 확인됐다.
ISSB(IFRS S2)와 TCFD 공시기준은 기후 시나리오에 기반한 재무영향 분석을 명시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만큼, 향후 탄소가격 변동 시나리오와 내부탄소가격 산정·운용 수준을 반영한 보다 정교한 내부탄소가격제 운영이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건설·조선업은 다른 업종과 달리 글로벌 RE100 가입 기업이 전무한 것으로 나타나 재생에너지 전환과 기후 리스크 대응 전략 측면에서 소극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 ‘ESG 위원회’ 실질적 운영 및 전문성 부재 한계
지배구조 측면에서는 ‘ESG 위원회는 있으나 전문성은 부족하다’는 공통된 한계가 확인됐다.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두산에너빌리티, GS건설, DL이앤씨 등 다수 기업이 ESG위원회 또는 지속가능경영위원회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으며 HDC현대산업개발은 이사회 산하가 아닌 지속가능경영 협의체로 운영하고 있다.
또한 위원회 개최 횟수는 연간 평균 3.7회로 분기 1회에도 미치지 못했으며 특히 두산에너빌리티, 대우건설은 조사기간 동안 위원회 개최 실적이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환경·ESG 전문성을 갖춘 이사를 선임한 기업은 삼성물산과 GS건설에 그쳤다. ESG위원회 설치 여부만 놓고 보면 기업 간 차이는 크지 않지만, 실제 운영은 대부분 보고 위주에 머물러 있으며 전문성을 기반으로 한 전략적 논의 구조는 업종 전반에서 사실상 부재한 상태로 평가된다.
중대성 평가에서는 삼성물산과 GS건설, DL이앤씨 등 조사 대상 모든 기업이 이중 중대성(Double Materiality)을 수행했다고 명시했지만 일부 기업은 중대 이슈 선정 과정과 전략 연계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다.
특히 조선사들의 경우 중대 이슈가 매년 유사하게 반복되며 대규모 설비투자와 해양·플랜트 사업 확대에 따른 환경·안전 리스크가 전략적으로 재정의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회(S) 영역에서도 차별화는 제한적이다.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은 산업안전과 협력사 관리 항목에서 비교적 구체적인 성과 지표를 제시했지만, 조선사 다수는 중대재해와 안전 리스크를 반복적으로 언급하는 데 그쳤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정량 목표와 성과 관리 체계를 명확히 드러낸 기업은 소수에 불과했다.
ESG행복경제연구소 관계자는 “건설·조선 업종은 공시율만 보면 가장 앞서 있지만, 이번 조사의 분석대상인 글로벌 6대 기준을 모두 적용한 현대건설을 제외하면 글로벌 공시 기준 전환에 실질적으로 대비한 기업은 제한적”이라며 “ISSB와 KSSB 체계가 본격화되는 2026년 이후에는 같은 업종 내에서도 자본시장 평가와 조달 비용에서 격차가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 2026년 이후 같은 업종 다른 자본시장 평가
전문가들은 향후 업종 내 ESG 경쟁력이 ‘보고서 발간 여부’가 아니라 ‘전문성·전략·재무 연계’에서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환경·ESG 전문 이사 선임, Scope3 관리 고도화, 공급망 관리, 내부탄소가격제 도입 여부 등에 따라 건설·조선사 기업 간 격차가 더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공시율 100%라는 숫자는 이제 출발선에 불과하다. 같은 건설·조선 업종이라도 기업마다 구체적인 개선 노력과 실현 정도는 분명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최근 ESG가 기업 경쟁력의 잣대로 적용되는 상황에서 ESG를 대하는 기업의 인식과 태도는 결국 향후 기업가치의 차이로 나타날 것이라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