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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율보다 투명성”…대기업 지배구조 단순화 본격 시동

작성자 관리자 날짜 2025-11-13 14:20:01 조회수 55

내용요약특수관계인 정리·지분구조 정비 잇따라…SK이노·삼성SDI·LG이노텍 등 연쇄 조정
형식상 변동 적지만 법적 리스크 최소화·책임경영 기조와 맞물려
ESG 평가·기관신뢰도 대응 포석…“실질 지배력 유지 속 외연 정리 흐름”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연합뉴스 제공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연합뉴스 제공

| 한스경제=김창수 기자 | 지배구조 단순화와 경영 투명성 확보를 위한 대기업들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오너 일가와 특수관계인 지분 정리를 통한 명목 지분율 조정이 잇따르는 추세다.

형식상 지분율 변동은 거의 없지만 법적·제도적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책임경영 기조를 강화하려는 흐름으로 해석된다.

특히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평가 대응, 기관투자자 신뢰 회복 등 외부 시선이 고려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흐름의 대표적 사례로는 SK이노베이션의 최근 공시를 들 수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최대주주등 소유주식변동신고서’를 통해 기존 최대주주등 보유 주식을 8807만3331주에서 8805만9971주로 정정했다. 

이 중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보유 지분 8362주, 이춘길 전 사외이사 보유분 4998주 등 총 1만3360주가 특수관계에서 제외됐다. 발행주식 총수 기준 지분율은 조정 전후 모두 51.71%로 동일하다.

일견 형식적 수준에 불과한 정정이지만 법적 이혼 확정에 따른 특수관계 해소 및 사외이사 임기 종료 이후 지분 처리라는 점에서 오너 일가 중심 지배구조 정비 신호로 해석된다.

SK㈜ 단독 보통주 보유 비율은 52.09%로 실질적 지배력을 유지한 채 불필요한 이해관계를 정리하는 구조다. 시장에선 이를 계열사 단위 책임경영 체계 강화 일환으로 해석하고 있다.

최근의 상법 개정과 자본시장 법령 개선이 이 같은 움직임에 제도적 기반을 더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기업의 이사회 독립성 강화, 주주권 보호 조항 확대 등 제도적 변화가 실질적 지배구조 조정의 촉매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사한 흐름은 삼성그룹에서도 확인된다. 삼성물산은 올해 초 삼성생명과 삼성전기 등 주요 계열사 이사 선임 시 외부 인사를 대거 포함시키며 이사회 독립성 강화에 나섰다. 

삼성생명은 삼성SDI에 대한 보유 지분율을 특별계정 매도 등으로 줄이고 있지만 이는 실질적 의결권 변동과 무관하다는 해명이 뒤따랐다. 이는 오너 리스크 완화와 지배구조 투명화에 대한 외부 시선에 선제 대응하는 방식으로 읽힌다.

LG그룹도 비슷한 방향성을 보인다. LG는 2023년 말 이후 구광모 회장 체제로의 승계를 마무리한 이후 친족 경영진을 점진적으로 정리하고 독립경영 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LG이노텍·LG전자 등 계열사 이사회 구성도 외부이사 중심으로 전환 중이다. 

특수관계자 지분율 공개와 관련한 DART 공시도 보다 투명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다.

한화그룹은 계열사 청산 및 자사주 매입을 통해 비핵심 사업 정리에 집중하고 있다.

2024년 이후 자산 매각과 한화시스템·한화에어로스페이스 재편은 군수·우주·방산 중심 포트폴리오 정비와 맞물려 있다. 

이 같은 흐름은 단순한 지분율 조정 이상의 전략적 배경을 담고 있다는 분석이다.

우선 ESG 경영이 화두가 되며 오너 일가 영향력 축소와 이사회 독립성 강화 요구가 높아졌다.

글로벌 ESG 평가기관인 ISS나 S&P글로벌 등은 대주주-이사회 간 적절한 거리두기를 평가 항목으로 포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외형적 지배력보다 투명한 경영 체계를 중시하는 흐름이 가속화되고 있다.

특수관계인 지분에 따른 법적 리스크를 차단하는 목적도 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총수일가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을 기존 ‘친족 포함’에서 실제 경영 참여 여부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다.

그러나 지분 구조상 명시적 연결 관계가 있는 경우엔 여전히 규제 가능성이 존재한다. 

때문에 그룹 차원에서 선제적 지분 분리와 공시 정정을 통해 추후 논란의 불씨를 줄이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는 게 재계 설명이다.

기관투자자와의 관계 관리 또한 중요한 요소다. 연기금 및 ESG 펀드 중심 주주들이 이사회 구성과 경영 독립성 등을 중점 모니터링하며 대기업들이 ‘지배력 유지’와 ‘책임 경영’ 이중 기조를 충족시켜야 하는 압박이 커졌다. 

SK이노베이션 공시 정정도 향후 대규모 투자나 자회사 구조조정 시 지배구조 정합성과 실행 효율성을 높이려는 포석이란 해석이다.

일각에선 지분율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이를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여러 대기업에서 유사한 흐름이 연쇄 포착되는 점은 단순 공시 조정이 아닌 외부 신뢰 기반을 다지기 위한 조직적 전환 시작점일 수 있다는 의미를 가진다.

업계 관계자는 “지분율은 유지하되 외부와의 이해 충돌 소지를 없애는 방향으로 지배구조를 설계하는 것이 최근 대기업들의 공통된 기조”라며 “이사회 독립성 확보, 지배구조 공시 개선, 주주권익 제고 등 구체적 실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형식적 개선이란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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