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상반기 4대 금융지주 여성 임원 비율 17.8%...대부분 '사외이사'
상근 여성 임원 평균은 5.9%에 불과...전문가 "표면적 확대 그쳐"
금융권의 'ESG 경영'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공시 기준과 수치 산정 방식은 여전히 제각각이라 단순 비교가 어렵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이에 한스경제는 4대 금융지주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토대로 공시 현황을 비교·분석하는 한편, 이들의 지속가능경영이 형식적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제 성과로 이어지고 있는지 점검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 한스경제=이나라 기자 | 4대 금융지주(신한·KB·하나·우리)의 여성 임원 수가 꾸준히 늘고 있지만 실제 경영에 관여하는 상근 임원의 비중은 여전히 답보 상태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 사외이사 비율은 빠르게 높아지고 있는 반면에 그룹 경영 전반을 책임지는 자리로의 진출은 제한적이어서 '착시효과'에 그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4대 금융지주 전체 여성 임원 비율은 12.9%였지만, 올해 상반기 17.8%로 상승했다. 임원 수 기준으로도 같은 기간 15명에서 올해 상반기에는 18명으로 확대됐다. 숫자상으로는 뚜렷한 상승 곡선을 보이고 있다.
이는 금융지주 내 이사회 사외이사 비율 상승이 전체 수치를 끌어올린 측면이 크다. 실제로 지난 2022년 자산 2조원 이상의 상장법인 이사회가 특정 성별로만 구성되는 것을 금지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시행된 이후 국내 금융지주사들은 여성 사외이사 확보에 공을 들여왔다.
ESG행복연구소가 조사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KB금융은 사외이사 7명 중 3명을 여성으로 3년째 유지하며 42.9%를 기록했다. 신한금융은 여성 사외이사 1명을 새로 선임해 9명 중 4명이 여성(44.4%)으로 올라섰다. 반면에 하나금융은 33.3%, 우리금융은 28.5%였다.
이 같은 수치는 비율로 보면 글로벌 대형 은행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이는 모두 사외이사 중심의 증가에 따른 결과로 보인다. 사외이사는 기업 내에서 경영에 대한 자문·감시 역할을 수행한다. 따라서 경영 전반을 직접 좌우하는 의사결정권은 제한적이다.
반면 4대 금융지주의 상근 여성 임원 평균은 2022년 7.8%에서 2024년 5.0%로 하락한 뒤, 올해 1분기에도 5.9%로 5%대에 머물러 있다. 이는 여성 임원 숫자는 늘었지만 실제 경영 실무를 맡는 상근직 비중은 오히려 줄어든 셈이다.
금융지주 별로 살펴보면, 신한금융은 상근 여성 임원 비율이 2022년 3.4%에서 올해 상반기 10.5%까지 높아졌다. KB금융은 2022년 14.6%였던 비율이 2024년에는 3.1%까지 떨어졌으나 올해 상반기 6.3%로 다소 회복했다. 하나금융은 같은 기간 6% 안팎에서 큰 변동이 없었으며 우리금융은 최근 3년동안 상근 여성 임원이 한 명도 없었다.
전 계열사로 범위를 넓혀도 이 같은 구조는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기준 여성 임원·경영진 비율은 8.75%였지만 이 역시 대부분 사외이사의 비중이 컸다.
지주사 별로는 우리금융이 11%로 가장 높았으며 이어 신한금융(10.2%)·KB금융(8.8%)· 하나금융(5%)의 순이었다. 하나금융의 경우 2023년 여성 임원 비율이 5.6%였지만 지난해에는 5%로 하락했다. 핵심 계열사인 시중은행 역시 전체 부행장 63명 중 여성은 7명으로 11.1%에 불과했다.
글로벌 금융사와 비교하면 그 차이는 더 명확해진다. HSBC·JP모건·BNP파리바 등은 이사회 여성 비율을 30~40% 이상으로 높이는 동시에 CEO·CFO 같은 핵심 경영진에 여성 인사를 적극적으로 배치하고 있는 추세다. 특히 HSBC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으로 리더 직위(senior leadership)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34.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분석연구소인 리더스인덱스는 국내 500대 기업 임원 현황을 분석한 보고서를 통해 "표면적으로는 성별 다양성이 확대됐지만 여성 임원의 상당수가 사외이사 중심으로 증가하는 데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단순히 정량적으로 여성임원을 확대하는 것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올해 초 출판된 '이사회 다양성이 한국 기업의 ESG 성과에 미치는 영향(The Effects of Board Diversity on Korean Companies’ ESG Performance)'이란 연구에 따르면, 여성 이사의 존재가 환경·사회 부문 ESG 성과에 긍정적 효과를 보이지만 여성 임원의 독립적 영향력보다는 다양한 속성이 상호작용한 결과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기업과 규제 당국이 성별 대표성에만 좁게 초점을 맞추기보다 다차원적 관점에서 다양성을 고려할 필요성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