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41개 재활용물질에 1802개에 달하는 재활용 방법 만들어
재활용 불가능 폐기물 ‘억지로’ 떠넘기기도
‘재활용 업자’, 대부분 폐기물로 소각 처리
ESG경영, 재활용 실적 압박 등이 ‘폐기물 밀어내기’ 조장
전문가들, "소각장 재활용 의무 부여 안 한 것이 결정적 원인"
업계, "쓰레기산, 쓰레기밭 해소 위해 소각장 재활용 의무 부여 적극 수용"
[한스경제=신연수 기자] 세계를 놀라게 했던 지난 2019년 의성 쓰레기산 사태와 493개의 쓰레기산 및 107개의 쓰레기밭 발생 원인이 밝혀졌다.
한국자원순환에너지공제조합(이사장 김형순)이 지난달 30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쓰레기산은 493개, 쓰레기밭은 107개로 확인됐다.
공제조합 측은 수년간 쓰레기산, 쓰레기밭의 발생 원인을 규명하고자 다각도로 조사와 연구를 진행했다. 공제조합은 “결국 유럽과 일본 등에서 운영되고 있는 재활용 시스템과 한국만의 기형적 재활용 구조가 이러한 사달을 발생시켰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폐기물관리법’에 근거해 41개 물질에 대한 재활용을 허가하고 있는데, 이들 물질을 재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1802가지에 달한다고 공제조합은 설명했다.
지난 2016년, 정부가 재활용 네거티브 규제를 전격 도입하면서 극히 일부 폐기물을 제외한 모든 폐기물은 재활용 가능하다는 전제 조건으로 재활용 시장을 대폭 열어놨다. 이로 인해 대한민국에는 2023년 기준 7221개의 재활용 업체들이 있고, 이들이 재활용하는 방법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그러나 실제로 재활용할 수 있는 물질이나 방법은 극히 제한적이라는 게 공제조합의 설명이다. 공제조합은 “재활용 방법은 물질 재활용, 화학적 재활용, 에너지 재활용 3가지로만 분류된다”고 밝혔다.
이 중 물질 재활용 방법은 ‘폐기물관리법’에 언급된 41개에 해당하고, 1802개의 개별 재활용 방법에도 대부분 물질재활용을 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결국 이러한 제도 도입으로 재활용 업자들이 우후죽순 나타나기 시작했고, 재활용할 수 없는 폐기물을 무조건 재활용으로 들고나오는 폐단이 벌어지기 시작했다고 공제조합은 지적했다.
또한 배출자들은 세계적인 트렌드가 된 ESG경영, RE100 제도 압박은 물론, ‘순환경제사회전환촉진법’에서 언급하고 있는 재활용률 달성이 기업 이미지와 행정·세제 혜택 등에 절대적이다 보니 1802개 방법을 모두 동원해 무조건 재활용으로 폐기물을 배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공제조합은 “폐기물 배출자의 목적과 물질·화학적·열분해 등 재활용 업자들의 이윤이 부합하면서 정상적인 재활용은 뒷전이 됐고 무조건 배출해 내고 무조건 받고 보는 ‘짬짜미’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쓰레기산·쓰레기밭 발생의 가장 큰 원인은 배출자와 재활용 업체 사이에만 폐기물이 흐르도록 만들어진 재활용률 인정 제도에서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배출자 입장에서는 무조건 재활용 업체로 폐기물을 밀어내야만 재활용률 인정 및 폐기물처분부담금 면제 혜택 등이 있다 보니 소각처리 해야 하는 폐기물도 재활용 업체를 거쳐 소각장으로 반입하려는 시도를 하게 된다.
재활용 업체는 선별·파쇄 시설 용량 한계, 소각처리 비용 부담 등으로 처리를 미루고 결국 쓰레기산 또는 밭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에 공제조합은 “우리나라도 일본과 같이 소각장에서 일정 기준의 열 회수를 할 경우 재활용 시설로 인정해 배출자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한편, 폐기물이 정상적으로 흐르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소각장들을 의무 재활용 시설로 지정해 국가의 에너지 생산 기능에 일조하도록 강제하는 것도 하나의 방편”이라며 소각업계가 이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부연했다.
전문가들 역시 소각장에 재활용 의무를 부여하지 않는 것이 쓰레기산과 쓰레기밭 발생에 결정적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천승규 서울과기대 화공생명공학과 교수는 “폐기물은 성격상 처리의 개념을 함께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이것이 전제 조건이 돼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제품의 설계·생산에서 최종 매립까지 자원순환사회 구현을 위한 5개의 주요 단계 중에서 재활용과 에너지 회수 단계 간의 상호 보완적인 제도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석완 대구한의대 소방안전환경학과 교수는 “현재 에너지회수 설비를 갖춘 소각시설에서 재활용이 불가능한 폐기물을 소각해 많은 소각열 에너지를 회수하고 있고, 특히 이러한 시설이 폐기물 직매립 금지 시기가 대두하면서 그 역할이 매우 중요해지고 있으므로 소각열 에너지 회수와 그 회수량에 대한 적절한 정책적 배려를 검토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김형순 한국자원순환에너지공제조합 이사장은 “이제 쓰레기산·쓰레기밭 발생 원인이 규명된 만큼 폐기물이 정상적으로 유통되고 흐를 수 있도록 단순히 소각하지 않고 100% 에너지를 생산하고 있는 소각장에도 재활용 의무를 부여해야 한다”며 “배자들이 소각장으로 보내는 폐기물에도 ESG 실적과 재활용률 인정 등이 함께 부여돼야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이를 위해 환경부와 국회 등에 지속해서 쓰레기산, 쓰레기밭 발생 원인을 지적하는 한편, 해결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며 “조만간 법안 발의를 통해 폐기물의 병목현상이 빚어낸 쓰레기산, 쓰레기밭 발생 원인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