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서울대 환경대학원 ‘지속가능 ESG 전문가과정 5기’ 수원시 현장답사
화성, 수원시청, 광교청소년수련관 손바닥정원, 국립농업박물관 등 방문
“ESG가 단순한 개념이 아니라 삶 속에서 실천해야 할 가치로 깨달아”
[한스경제=권선형 기자] “수원시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이렇게 열정적인 도시인 줄 몰랐습니다. 정조대왕이 수원시의 상징인 화성(華城)을 지으면서 가진 백성들을 향한 따뜻한 마음은 지금으로 치면 ESG를 직접 실현한 모습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정조대왕의 ESG 정신이 지금도 살아 숨 쉬는 도시가 수원시 같습니다.”
28~29일 ESG 현장답사에 참석한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지속가능 ESG 전문가과정 5기’ 펠로우들은 수원시 화성, 수원시청, 광교청소년수련관 손바닥정원, 국립농업박물관, 일월수목원 등을 방문하며 향후 이어갈 ESG 전문가로서의 꿈과 비전을 다듬는 시간을 가졌다.
펠로우들이 첫날인 28일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정조대왕이 1794년부터 2년 반에 걸쳐 완성한 수원 화성. 이곳은 단순한 성곽을 넘어 백성을 위한 ESG 철학이 담긴 선진적 도시계획이 실현된 장소다.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화성은 오늘날 ESG 경영의 역사적 모델로 평가 받고 있다.
화성 건설의 가장 주목할 점은 사회적 가치(S)를 실현한 노동정책. 수원시화성사업소 오선화 학예연구사는 “당시 성곽 건설은 강제 부역으로 이뤄지는 것이 관례였으나 정조대왕은 이를 거부하고 모든 인부에게 임금을 지급했다”며 “화성성역의궤에 따르면 70여만명의 인부가 투입됐으며, 백성들에게는 3일간의 의무 부역마저 면제해줬다”고 말했다. 이러한 정조대왕의 친노동 정책으로 전국에서 일꾼들이 몰려들어 공사가 원활히 진행됐고, 한 때 공사 후 인부들을 돌려보내는 데 어려움을 겪을 정도였다고 한다.
거버넌스(G) 측면에서도 정조대왕의 혁신은 이어졌다. 화성 건설 과정에서 정약용의 '성설'을 채택해 과학적 설계를 도입했고, 거중기 등 첨단 기술을 활용했다. 또한 '도시정책 시민기획단'과 유사한 주민 참여형 의사결정 구조를 마련해 백성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특히 성곽 설계를 변경해가며 주민들이 성 안에 거주할 수 있도록 배려한 점이 돋보인다. 오 학예연구사는 “원래 화성 건설 계획대로면 민가를 철거해야 했지만 정조대왕은 백성들을 생각해 더 넓게 화성을 짓기로 하면서까지 민가를 철거하지 않고 그대로 살게 해줬다”고 설명했다. 재개발, 재건축 등을 이유로 원주민을 쫓아내는 지금의 모습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정조대왕은 환경(E) 측면에서는 만석거, 축만제 등 저수지를 조성해 농업 기반을 강화하고 도시 내 녹지 공간을 확보해 쾌적한 생활환경을 조성했다. 이는 오늘날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환경 정책과 맞닿아 있다고 할 수 있다.
펠로우들은 이날 화성행궁 바로 옆에 붙어 있는 행궁동 옛길도 탐방했다. 이 길은 1911년 지적도에도 ‘길’로 표시되어 있을 만큼 화성을 쌓을 때부터 성곽 내부에 나 있었던 길이다. 2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수많은 이야기가 쌓여 있는 곳이자 2013년부터는 수원시가 생태교통정책을 시행하면서 ‘자동차 없는 날’을 지정해 사람 중심의 보행공간으로 변화된 곳이기도 하다. 또한 도시 재생의 대표 사례로 꼽히기도 한다. 오 학예연구사는 “수원시가 전국에서 전기버스가 제일 많은 도시”라며 “2030년까지 100% 돌파가 목표”라고 소개했다.
화성, 행궁동 옛길에 이어 펠로우들은 수원시청을 방문해 이재준 수원시장과 1시간 정도 차담을 진행했다. 이 시장은 “정조가 꿈꾼 '백성을 위한 도시' 수원시는 230여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ESG 철학을 계승하고 있다”며 “손바닥 정원 사업과 우리 집 탄소 모니터링 시스템, 새빛 돌봄 정책 등을 통해 정조의 민본 정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적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수원시는 환경(E) 분야에서 '손바닥 정원'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2023년부터 시작된 이 사업은 시민과 기업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짜투리 땅을 정원으로 조성하는 것으로, 현재 6000개가 넘는 정원이 만들어졌다. 또한 10년간의 노력 끝에 수목원을 조성해 개장 1년 반 만에 방문객 100만명을 돌파했다.
수원시는 탄소중립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수원시는 2040년까지 2018년 대비 탄소배출량 40% 감축을 목표로 설정했으며, 이미 탄소배출권 거래에서 배출권을 판매하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우리 집 탄소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가정별 탄소 배출량을 측정하고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고 있다. 현재 8만 가구가 참여 중이며, 2025년까지 전체 공동주택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사회(S) 분야에서는 '새빛 돌봄' 정책이 주목받고 있다. 네 가지 분야에 7가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 정책은 병원 동행, 심리 상담, 청소 등 다양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시장은 “중위소득 150%까지 혜택을 받을 수 있어 포용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현재 5000건 이상의 서비스가 제공될 정도로 인기가 많다”고 설명했다.
거버넌스(G) 측면에서는 12년째 운영 중인 '도시정책 시민기획단'을 통해 시민 참여형 정책 결정 모델을 구축했다. 또한 '새빛 톡톡' 앱을 통해 12만명 이상의 시민과 직접 소통하며 정책 제안을 받고 있다.
이 시장은 “ESG 행정은 시민 참여가 핵심”이라며 “앞으로도 시민과 함께하는 ESG 정책으로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수원시는 지난해 ESG행복경제연구소가 전국 226개 기초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ESG 평가결과 1위를 차지했다.
첫날 저녁에는 영통구 센트럴타운에서 친교 시간이 마련됐다. 펠로우들은 저녁식사를 함께하며 각자의 경험을 공유하고 ESG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논의했다. 한 펠로우는 “ESG는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협력과 실천을 통해 만들어지는 과정임을 다시금 느꼈다”고 말했다.
둘째 날인 29일 펠로우들은 광교청소년수련관, 국립농업박물관, 일월수목원을 방문하며 미래 세대를 위한 ESG 교육, 농업 분야에서의 ESG 등 배움의 장을 이어갔다.
“이번 현장 답사를 통해 수원의 역사적 유산부터 현대적인 탄소중립 정책까지 다양한 사례를 접했습니다. ESG가 단순한 개념이 아니라 삶 속에서 실천해야 할 가치임을 깨달았어요. 특히 그동안 몰랐던 사실을 많이 배우며 새로운 영감을 받았습니다.”
ESG는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이며, 이를 위해 지역사회와 개인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는 것도 깨닫게 됐다고 펠로우들은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