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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령' 이번주 두산 합병 주총...시나리오 3가지 [The SIGNAL]

작성자 관리자 날짜 2024-12-09 14:39:05 조회수 43

내용요약국민연금, 조건부 찬성 의견 내...국내외 의결권 자문사 의견 '팽팽'
찬성 통과 돼도 문제...주가 하락 따른 '주식매수청구' 규모는 물음표

(왼쪽부터) 류정훈 두산로보틱스 대표,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 스캇 박 두산밥캣 부회장이 21일 열린 두산에너빌리티-두산로보틱스 분할합병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왼쪽부터) 류정훈 두산로보틱스 대표,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 스캇 박 두산밥캣 부회장이 지난 10월 열린 두산에너빌리티-두산로보틱스 분할합병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정라진 기자] 오는 12일 두산에너빌리티의 임시 주주총회에서 두산 지배구조 재편이 결정될 전망이다. 이를 앞두고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내는 권고 의견은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서스틴베스트가 두산에너빌리티의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로 넘기는 분할합병에 반대 의견을 냈다. 국민연금 역시 조건부 찬성이라는 의견을 개진했다. 이젠 두산에너빌리티의 임시 주총만이 남았다. 이날 주총 결과로 사업구조 재편이 급물살을 타거나 무산될 위기에 놓일 수 있다.

◆ 얼라인·ISS 등 반대 권고...안건 부결된다면  

주총 안건 부결. 두산에너빌리티에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안건이 부결될 경우 전략 수정 등을 거쳐 다시 주주들의 판단을 받게 될 수 있다. 혹은 지배구조 재편 자체가 물건너갈 수 있다. 

안건 부결이 발생할 가능성도 낮지 않다. 두산을 비롯해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30.67%다. 이것만으로는 통과를 장담하지 못해 다른 주주들의 동의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6.85%(올해 3분기 기준)를 보유한 국민연금은 찬성 의견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조건부 찬성이다. 오는 10일 주가가 주식매수예정가액보다 높아야 찬성이라는 기준을 내세웠다. 

분할합병은 주총 특별결의(출석주주 3분의 2 이상 동의)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국민연금은 찬성 의견으로 결정한 반면 일반 주주들의 반대 목소리가 높다.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에서는 의결권 위임 서명을 진행하고 있다. 커뮤니티에서는 반대표를 던지자는 의견들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힘을 실은 것은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의 잇따른 반대 권고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를 시작으로 캘리포니아 공무원 연금(CalPERS), 리티시 컬럼비아 투자공사, 모건스탠리 산하의 캘버트 리서치 & 매니지먼트, 뉴욕시 5개 연금 등이 반대를 권고했다. 국내에서는 아주기업경영연구소가 반대에 힘을 실었다. 

의결권 자문사들이 반대하는 이유는 공통적으로 '주주간 이해 상충'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분할합병 비율이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들에게 불리하다고 봤다. 서스틴베스트는 주주간 이해상충 문제 해소를 위한 이사회의 노력이 부족하다면서 중장기적으로 주주가치 훼손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미 반대의사를 밝힌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사(얼라인)는 주주들에게 반대표를 행사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이창환 얼라인 대표는 "두산이 분할합병 대상인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 모두의 최대주주이며, 두산이 보유한 두산로보틱스 지분율(68%)이 두산에너빌리티 지분율(30%)보다 높다"며 "그렇기에 두산에너빌리티가 보유한 두산밥캣 지분가치를 낮게 평가할수록 두산은 이익을 보는 반면 두산에너빌리티 일반주주는 손해를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해상충 문제 해소를 위해 이사회가 두산밥캣 지분 46% 공개경쟁입찰을 하거나, 동종기업의 상대가치 등을 고려해 제대로 된 가치로 현금으로 거래되도록 협상하는 등의 노력이 부족했다는 것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 '국민연금의 조건부 찬성' 얻은 두산...의결안 통과된다면

찬성. 두산에너빌리티에는 최고의 결과다. 두산그룹은 핵심 에너지 사업에 더욱 집중하기 위한 자금 마련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번 안건이 받아들여진다면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는 합병기일인 내년 1월31일까지 사업 개편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지금이 핵심 에너지 사업을 확대해 성장할 수 있는 적기라고 판단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설명에 따르면 중동지역이나 빅테크 기업(구글·아마존·MS 등)의 전력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른 해외복합발전 프로젝트나 소형모듈원전(SMR) 및 가스터빈 발주가 늘고 있다. 여기에 탈원전을 선언한 국가들이 원전 건설을 재검토하고 있으며, 동남아시아 등에서 신규 원전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는 대표이사 명의로 낸 주주서한을 통해 "회사가 투자를 확대할 경우 성장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회사는 효율성 향상 및 Capa(생산능력) 확보를 위한 가스터빈에 투자하고, 제작 납기 단축을 위한 SMR 혁신 소재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며 "안정적인 대형원전 Capa 확보를 위해선 매년 최소 5000억~6000억원 이상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회사 입장에서 에너지 사업에 대한 역량 집중 및 투자 확대, 이를 위한 비관련 자산 처분, 재무구조 개선 및 부채 경감 등 관점에서 전략적으로 매우 필요한 거래"라고 재차 강조했다. 

앞서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글래스루이스는 분할합병에 찬성을 권고하면서 두산그룹에 힘을 실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판단처럼 이번 지배구조 개편이 대형 원전과 SMR, 가스터빈 등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라고 평가했다. 국내에서도 한국ESG기준원·한국ESG연구소 등이 분할합병안에 찬성표를 던질 것을 권했다.

◆ '주식매수청구' 규모, 분할합병 성공의 키 될듯

다만 찬성으로 안건이 통과된다고 해도 분할합병은 녹록지 않다. 두산에너빌리티 주가가 4거래일째 급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가 하락에 따른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 늘어난다면 재무적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 

이로 인해 반대표를 던진 주주들은 현재까지 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주가는 두산에너빌리티가 제시한 주식매수예정가액(2만890원)보다 하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상계엄령 선포(3일) 전까지만 해도 한달가까이 2만원선을 유지하던 주가는 4일부터 하락세다. 4일 하루에만 전일 대비 10.17%나 빠졌다. 9일 13시30분 기준 전일 대비 3.32% 하락한 1만74800원에 거래 중이다. 

주가가 주식매수예정가액보다 낮아지면서 분할합병이 무산된 사례는 적지 않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 시도(2014년) ▲호남석유화학과 KP케미칼의 합병 시도(2004년) 등이 그러하다. 두 건 모두 합병 추진 과정에서 주가 하락 등으로 인해 주식매수청구권 한도를 넘기면서 합병은 무산됐다.

아울러 국민연금의 찬성이 '조건부'라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주식매수청구권 확보를 위해 합병 반대 의사를 통지할 수 있는 마감일 전일인 10일 기준으로 주가가 주식매수예정가액보다 높은 경우 '찬성' 표결 행사하기로 했다. 낮거나 같은 경우는 '기권'한다"고 설명했다. 

현재로써는 국민연금이 기권을 던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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