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얼라인, 두산에너빌리티 이사회에 보낸 주주서한 공개
두산에너빌 대표, 지지 호소..."반대 권고 ISS, 오류" 주장
[한스경제=정라진 기자] 두산에너빌리티 임시 주주총회가 열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한 편에서는 지지를, 다른 한편에서는 반대를 호소했다.
◆ 얼라인 "주당 13만원인 두산밥캣, 7만3000원에 분할합병"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얼라인)이 두산에너빌리티가 두산밥캣 지분을 싼값에 두산로보틱스로 넘기려한다며 철회를 재차 요구했다.
3일 얼라인은 지난달 25일 두산에너빌리티 이사회에 분할합병 철회와 공개경쟁입찰을 통한 두산밥캣 지분 매각을 요구하는 주주서한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발송일 기준 얼라인은 6만4070주를 보유했다.
이창환 얼라인 대표는 "제2의 두산밥캣 사태 막는다고 정부에서 자본시장법을 개정하고 있는데 분할합병 강행은 이해되지 않는다"며 "철회하고 법 개정 후 다시 검토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공개한 주주서한에서 얼라인은 "두산밥캣은 세계적인 우량기업으로 두산에너빌리티의 연결기준 매출액 55.48%와 영업이익 94.72%를 차지하는 핵심 종속회사"라며 "두산에너빌리티 이사회는 두산로보틱스에 두산밥캣 지분 46.06%를 넘기면서 두산에너빌리티 보통주 1주당 두산로보틱스 보통주 단 0.0432962주를 받는 분할합병거래를 승인했다"고 전했다.
얼라인의 분석 결과, 두산밥캣 지분 46.06%를 공개경쟁입찰을 통해 매각하면 분할합병의 조건보다 훨씬 높은 대가를 받을 수 있다. 얼라인은 "현금으로 대가를 받을 수 있어 에너지 사업에 대한 투자금 마련 목적에도 더 부합하다"고 주장했다.
두산그룹은 두산에너빌리티 분할신설법인이 보유할 두산밥캣의 주당가치를 7만2729원으로 평가했다. 이에 대해 얼라인은 "최근 12개월(LTM) EBITDA(상각전영업이익) 대비 기업가치(EV) 배수 기준 약 6.2배"라며 동종기업인 캐터필러(12.5배), 디어(10.7배), 구보타(11.1배) 등보다 낮다고 지적했다.
얼라인은 "두산그룹이 2007년 두산밥캣 인수 당시 적용한 EV/EBITDA 배수는 약 12배 수준으로 보이며 2016년 두산밥캣 상장 시에는 약 8배 수준으로 평가됐다"며 동종기업과 2007년 인수, 2016년 기업공개(IPO) 당시의 두산밥캣 밸류에이션 평균치(10.9배)를 적용해 두산밥캣 지분을 매각하면 주당가치는 12만9347원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현재 분할합병에서 산정한 처분가액 대비 약 2조6000억원의 추가적인 처분대금을 확보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이와 같이 보다 유리한 방안이 있을 것이라고 합리적으로 추정됨에도 두산에너빌리티 이사회가 공개입찰 절차를 생략한 채 계열회사인 두산로보틱스에 임의로 합의한 가격으로 두산밥캣 지배 지분을 이전하는 것은 핵심자산을 특수관계인에게 염가에 처분하는 것으로 이사로서의 임무 위배 행위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핵심 주요 자산을 처분하면서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통해 회사와 전체 주주의 비례적 이익이 극대화되는 거래 상대방과 거래 조건을 모색하는 노력을 충분히 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될 수 있다"며 "분할합병안을 철회하고 두산밥캣 지분을 두산로보틱스를 포함해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매각하는 방안을 채택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 두산에너빌 대표, 지지 호소..."적기에 신속히 투자해야 사업 성장 가능"
이날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는 분할합병에 대한 지지 호소에 나섰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박상현 대표 명의로 두산밥캣을 두산에너빌로 분리해 두산로보틱스에 편입하는 분할합병에 대한 2차 주주 서한을 자사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아울러 국내외 주요 의결권 자문사 중 유일하게 반대 권고 의견을 낸 ISS에 대해 반박하는 3차 주주 서한도 함께 올렸다. 앞서 한국ESG기준원과 한국ESG연구소 등 국내에서는 분할합병안에 대해 찬성 권고 의견을 냈고,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글래스 루이스도 찬성 권고 의견을 제시했다.
박 대표는 2차 주주 서한에서 소형모듈원전(SMR) 및 가스터빈 발주 확대와 글로벌 원자력발전소 건설 확대 기대 등의 사업 기회를 설명했다. 이를 위해 연간 최소 5000~6000억원 규모의 투자가 필요하다며 적기에 신속히 투자를 해야만 사업이 성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주주 서한에는 얼라인의 두산밥캣 지분 매각을 요구하는 얼라인의 주주 서한에 대한 답변도 실렸다. 박 대표는 두산밥캣 지분 매각에 나서지 않는 이유에 대해 "지분 매각 시기와 성사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도 크고, 승인이 거절될 리스크도 있다"며 "최근 인수합병 진행 사례의 성공률은 20% 정도로 두산밥캣의 업황을 고려했을 때 매각 성공 여부는 더 불확실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3차 주주 서한에서는 ISS가 반대 권고 의견을 내는 과정에서 오류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ISS가 사외이사로 구성된 특별위원회에서 이번 분할합병안을 검토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지만 이는 한국 상법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상법에 따르면 분할합병은 이사회 내 위원회에 위임이 불가능하고 이사회가 직접 결의해 주주총회에 제안해야 한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