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반도체 업계, 상위권 포진...온실가스 배출·에너지 사용 높아
SK하이닉스, 배출 집약도 1위...매출은 감소·배출은 증가
HPSP·이오테크닉스, 환경지표 4개 모두 미공개
기업들이 제품의 전체 생애주기(LCA)에 걸쳐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 효율성 향상과 순환경제 촉진을 위한 지속가능한 제품 체계 등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경영 활동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특히 최근 공급망과 관련된 친환경 연계 ESG 규제가 기업들에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에 한스경제는 국내 시총 250대 기업(2023년 말 기준)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기업 웹사이트 정보 포함) 내 공개된 국내 사업장 기준 주요 환경지표(온실가스배출량·에너지사용량·용수 재활용률·폐기물 재활용률 등)에 대한 현황 분석과 세부내용을 살펴봤다. <편집자주>
<글 싣을 순서>
①IT·반도체 ②건설·조선 ③물류·무역 ④식음료 ⑤엔터·전문서비스 ⑥자동차부품 ⑦전기·전자 ⑧전문기술 ⑨제약·바이오 ⑩철강·기계 ⑪화학·장업
[한스경제=정라진 기자] IT·반도체 산업 내에서 게임 업계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현저히 낮은 반면 반도체 업계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상대적으로 높았다. 반면 용수와 폐기물 재활용률은 전반적으로 높았다. 에너지 사용량이 많을수록 온실가스 배출량은 많아질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발생하는 용수와 폐기물이 많은 만큼 재활용 시설이 잘 갖춰진 것으로 나타났다.
ESG행복경제연구소에 따르면 환경지표 공시율은 평균 70%다. 업계 절반은 환경 지표 4가지를 모두 공개했지만, HPSP와 이오테크닉스는 4가지 지표 모두 공개하지 않았다.
항목별로 보면 용수 재활용률을 공시한 기업수가 가장 적었다. 업계 50%만이 용수 재활용률을 게재했다. 반면 온실가스 배출량과 에너지 사용량은 86.4%가 공시했다.
지표 4개 모두 공개하지 않은 HPSP는 반도체 전공정 장비 업체로 영업이익률 50%를 달성하고 있어 '한국판 ASML'이라 불린다. 더구나 시가총액 2조2천억원으로 코스닥 순위 15위(11월 29일 기준)다. 최근 3분기 기준 수출이 88%에 달하고 있어 글로벌 경영환경 변화에 민감하다. 그러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는 물론 홈페이지 내 ESG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다수 기업이 공개하고 있는 온실가스 배출량마저 미공개 상태다. 직접적인 사업성과에만 치중하다가 자칫 글로벌 환경변화 위험에 대처하지 못할까 우려된다.
이오테크닉스도 마찬가지다. 레이저 기술력을 기반으로 차세대 반도체 시장에서 영역을 점차 넓히고 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메이저 업체인 삼성전자, 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에 레이저 마커를 공급하고 있으며, 수출 비중도 절반을 차지한다. 코스닥 시가총액 1조4천억원으로 순위도 27위다. 그럼에도 현재까지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은 '0'회, 홈페이지 내 환경지표도 실리지 않았다. ESG경영이 중요해지는 글로벌 환경을 보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SG행복경제연구소는 "환경지표 공시에 소극적이거나 미공시 기업들은 글로벌 공급망 자체에서 경쟁력을 잃거나 퇴출될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3대 ESG 공시기준으로 불리는 IFRS재단의 ISSB, EU의 ESRS, 미국의 SEC 기후공시 규칙에서 공통적으로 규제하는 공시대상이 기후관련 영역이다. 이는 글로벌 공급망에 속한 기업들이 국내 ESG 공시 연기에도 불구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편 이번 분석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은 가치사슬 전반에서 배출되는 스코프3(Scope3)를 제외한 스코프 1과 2만을 포함했다. 아울러 지난 10월 이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한 기업들은 제외했다.
◆ 온실가스 배출량, 업종별 천자만별...반도체가 게임 업계보다 배출량 높아
IT·반도체 업계의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 집약도는 매출 1억원당 평균 5.3tCO2eq(이산화탄소환산톤)을 기록했다. 에너지 사용 집약도는 매출 1억원당 평균 1.7TOE(석유환산톤)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 에너지 사용 집약도가 높은 곳은 SK하이닉스로, 전년(6.5TOE)보다 증가한 9.1TOE를 기록했다. 온실가스 역시 전년(24톤)보다 소폭 늘어난 26.5톤을 배출했다.
SK하이닉스의 집약도가 높아진 것은 매출 하락에 따른 결과다. 지난해보다 에너지와 온실가스 감축에는 성공했지만, 연결 기준 지난해 매출은 전년( 37조8787억원)보다 27% 감소한 27조6400억원을 기록했다.
온실가스 배출 2위는 지난해 25.5톤을 배출한 DB하이텍이다. DB하이텍은 2022년(17.1톤)보다 50%가량 높아졌다. 반도체 세정에 사용되는 공정가스의 배출량은 눈에 띄게 줄었지만, 전기사용으로 인한 간접 배출량은 늘어나면서 결과적으로 배출 집약도는 늘어났다. 웨이퍼 생산량 대비 배출량도 지난해보다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 사용 집약도는 3.2TOE로, 전년(2TOE)보다 늘어났다. DB하이텍의 생산량이 증가하면서 사용량도 자연스럽게 늘어난 반면, 판매단가 하락으로 매출이 감소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면 게임 업계의 집약도는 현저히 낮았다. 가장 높은 배출 집약도를 기록한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1.9톤으로, 업계 평균의 절반 아래 수준이다. 그밖에 게임회사들은 1톤을 넘지 않았다.
그중 카카오게임즈는 0.1톤으로 업계 내에서 배출 집약도가 제일 낮았다. 다만 에너지 사용량은 소폭 증가했다. 이에 대해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 병행 제도가 종료되고, 지난해 2월부터 오피스 중심 출근제가 전면 도입되면서 오피스에서 발생하는 에너지 사용량과 탄소배출량이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 폐기물, 용수보다 재활용률 높아...DB하이텍은 '99%'
용수 및 폐기물 재활용률은 반도체 업계가 게임 업계보다 월등히 높았다. 용수나 폐기물 발생이 많은 만큼 재활용을 활발하게 하는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용수의 44.0%를 재활용했다. 전년(37%)보다 증가한 수치다. 사업장에서 발생한 폐수는 재활용 시설에서 1차적으로 물리·화학·생물학적 처리를 한다. 이후 부유물질이나 현탁물질, 경도성 물질 등을 걸러내 1차 스크러버 등 수요처의 기준에 부합하는 수질로 처리해 공급한다. 처리를 마친 재이용수는 주로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대기오염 방지 시설에 사용되고 있다.
펄어비스는 22.8%로, 게임업계에서는 유일하게 두자릿수의 재활용률을 기록했다. 생활에서 발생하는 오수나 빗물을 재활용하고 있다. 재활용뿐만 아니라 사용률도 낮추기 위해 생활용수 사용 모니터링과 검침량 기록을 함께 하고 있다.
반면 LG유플러스는 지난해 0.2%의 재활용률을 기록했지만, 전년(0.1%)보다 2배 늘어난 수치다. 용산과 마곡사옥, IDC, 고객센터 등 LG유플러스의 주요 사옥 및 건물에 대해 용수 사용량을 관리하고 있다.
한편 용수 재활용률을 공개하지 않은 기업은 업계 절반인 11곳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중 KT와 SK텔레콤, 삼성SDS 등은 다른 환경지표 항목은 공개한 반면 용수 재활용률은 공개하지 않았다. 현대오토에버는 폐기물 재활용량을 제외한 3개 항목을 공개헀다. 이들 모두 재활용보다는 사용량 자체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다만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국제기준에서는 사용량뿐만 아니라 재활용률까지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이기에 향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폐기물 재활용률은 용수보다 높았다. 업계에서는 평균 63.4%의 폐기물을 재활용하고 있었다. 전년(57.6%)보다 소폭 늘어난 규모다.
90% 이상인 기업은 DB하이텍과 LG유플러스, 넷마블, SK하이닉스, 하나마이크론 등 총 5개사다.
그중 하나마이크론은 전년(64.3%)보다 늘어난 93.6%로 확인됐다. 2030년까지 배출된 폐기물의 소각 및 매립률 제로화를 목표로 설정했다. 이를 위해 폐기물 위탁 처리업체의 폐기물 재활용 처리여부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카카오의 경우 전년(9.3%)보다 대폭 늘어난 55.8%를 기록했다. 폐기물 발생량은 비슷했지만 처리업체에 위탁하는 폐기물 양을 늘리면서 재활용률을 높였다.
업계에서는 네이버가 23%로 낮은 재활용률을 기록했다. 전년(27%)보다도 규모는 줄어들었다. 이는 재활용 대신 소각 비중을 늘렸기 때문이다.
네이버에서 주로 배출되는 폐기물은 사무공간에서 발생되는 생활 폐기물이다. 이에 재활용보다는 발생률 자체를 낮추기 위해 '일터에서 행동에 옮길 수 있는 친환경 실천방법'을 활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