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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C HOW 칼럼] ESG 성공 앞에 보수와 진보가 따로 없다

작성자 관리자 날짜 2024-04-25 11:13:51 조회수 15
                             이치한 ESG행복경제연구소 소장
                             이치한 ESG행복경제연구소 소장

[한스경제=이치한 ESG행복경제연구소 소장] 기업의 환경적 건전성, 사회적 책임성,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표방하는 ESG는 철저히 투자자 입장을 고려한 용어다. 이런 의도로 2004년 유엔의 ‘글로벌 콤팩트’에 담긴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환경(E), 사회(S), 거버넌스(G)의 3대 비재무적 요소가 2006년 유엔이 제정한 책임투자원칙(PRI)에 도입됐다. 

총 6개 항목으로 이뤄진 PRI 책임투자원칙은 2020년 들어서 ‘유니버설 오너(Universal Owner)’로 불리는 블랙록, JP모건, 골드만삭스 등 대형 투자사들이 기업투자의 근거로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 특히,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CEO 래리 핑크가 투자자와 기업들에 보낸 서한에서 ESG 지표를 고려해 투자를 결정하겠다는 선언은 당시 ESG 투자가 급물살을 타게 된 계기가 됐다. 

그런데 최근 들어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바로 래리 핑크의 ESG에 대한 변심이다. 지난해 그는 “앞으로 ESG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하며 지금까지의 입장을 바꾼 것이다. 심지어 그는 “향후 주주총회에서 기후관련 안건 대부분에 반대표를 던지겠다”는 기존과는 상반된 입장을 취하며 “ESG 담론이 기업이 아닌 개인의 정치에 이용되면서 사회가 양극화되는데 일조해, ESG 개념이 추해졌다”고 밝혔다. 

한때 'ESG 전도사'로 여겨지던 인물인 만큼 그의 변심 배경에 관심이 쏠리면서, 역설적으로 ‘ESG의 정치화’에 주목하게 된다. 이는 전통적으로 석유기업 등에 親기업 성향이 짙은 美 공화당이 민주당 정부의 ESG 확산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공화당은 블랙록이 ‘Woke Capitalism(깨어있는 자본주의)’을 부추긴다고 비판하며 反 ESG 움직임의 정치적 논쟁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심지어 기업이 사회적 책무를 다하길 바라는 '워크 자본주의'가 ‘깨어있는 척하는 자본주의’로 치부되고 있다. 이는 자본주의 원칙에 어긋나는 진보 진영의 선동이라는 시각이 크게 작용한 결과다. 즉 ‘워크 자본주의’가 기업이 환경, 인종, 성별 이슈에서 사회적 정의를 추구하는 것처럼 행동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은 사례를 가리키는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진화와 변화에는 늘 논쟁이 있듯이 ‘ESG의 정치화’ 논란도 같은 맥락이다. 그렇더라도 ESG에 대한 시각이 이념적 이해관계로 팽팽하게 대립한다면 ‘인지 편향’으로 인한 ‘합리성 결여’가 우려된다. ‘인지 편향’은 자기 경험을 바탕으로 상황에 대해 비논리적인 추론과 판단을 하는 오류를 범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ESG 시각에 대한 ‘확증편향’이 점점 강해지는 ‘에코 체임버(Echo Chamber)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美 부통령이었던 환경운동가 앨 고어가 2006년 지구환경 위기를 경고하기 위해 제작한 ‘불편한 진실’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다. 이 영화는 본래의 목적과 달리 민주당 출신 정치인이 만들었다는 이유로 기후변화에 좌파 낙인이 찍힌다. 이 때문에 일부 환경보호론자들은 이 영화가 환경운동에 득보다 독이 되었다고 평가한다. 이는 ESG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정치적 시각’이 주워줬을 때 ‘인지적 부조화’를 피할 수 없다는 교훈을 일깨워준다. 

ESG는 본질적으로 정치적 이념과는 거리가 멀다. 기후나 ESG 문제는 국가를 초월한 인류적 과제다.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순환경제, 인권, 안전, 다양성과 포용성, 이해관계자 중시, 투명하고 윤리적인 경영 등 ESG가 포괄하고 있는 지속가능성은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자본주의의 중대한 개혁 이슈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ESG가 이끄는 가치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시대적 명제이자 시장 논리가 된 셈이다. 

런던 비즈니스스쿨(LBS) 앨릭스 에드먼스 교수는 ESG가 너무 정치화되어 합리적 사고를 방해하고 있어 ‘합리적 지속가능성’을 ESG를 대체하는 용어로 제안하기도 한다. 그러나 ESG에 대한 논란 때문에 지금까지 추구해 온 것까지 버린다면 목욕물과 함께 아기를 버리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경고한다. 

물론 ESG가 기업의 이윤 창출 저하와 비용부담에 원인이 된다는 일부 시각이 존재한다. ESG 본질을 다시 따져봐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그래서 ESG가 현재와 같은 위치를 유지해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근본적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하지만 ESG 개념까지 용도 폐기될 운명에 처한 것은 아니다.

얼핏 보면 당분간 ESG는 정치적 기세 탓에 주춤할 수는 있다. 하지만 ESG는 이미 중단할 수 있는 시점을 넘어섰다. 견고한 그 흐름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ESG를 마케팅이나 홍보 수단(ESG Washing)으로 전락시키는 시도를 차단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특히, ESG를 정치와 분리하여 각 진영에 갇힌 진실을 벗어나 객관적 사실로 수렴해 나가도록 하는 대처가 중요하다. 

오히려 지금의 ESG에 대한 찬반 논란은 정반합 과정을 통해 그 정당성과 당위성을 명확히 할 가능성이 크다. 지구와 인류가 직면한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해서 ESG 정책과 실천들은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최근 美 터프츠대학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자의 83%가 ESG 요소를 중시한다고 한다. 또한, 이념이 배제된 ESG 경영이 코로나19 등 위기의 순간에 더욱 빛을 발하는 것으로 나타나 복원력(Resilience)의 근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다가오는 연말 미국 대선이 어떻게 결론이 나든, ESG 성공 앞에는 보수와 진보가 따로 없다. 대승적 차원에서 인류와 지구의 미래를 위해 ESG 담론을 이어가야 한다. 20년 전 창안한 ESG가 왜 투자 결정에 기준이 되었는지 원래의 의도를 되새길 때이다. 현재를 넘어 ESG와 함께하는 미래를 그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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