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핵심지표 평균 준수율 69.8%...전년比 6.35%p↑
포스코홀딩스·KT&G, 핵심지표 모두 지켜...준수율 50% 미만 19개사
기업들의 집중투표제 채택 준수율은 6.4%에 그쳐
[한스경제=신연수 기자] 지난해 국내 시가총액 250대 기업의 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율이 70%에 육박했다는 조사 결과나 발표됐다. 그러나 집중투표제나 최고경영자 승계 명문화 등 기업 소유구조와 관련된 지표들은 준수율이 대체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ESG행복경제연구소(이하 연구소)는 11일 2025년 ESG 지속가능경영 평가 대상인 국내 시총 250대 기업(2024년 12월 말 기준) 중 지난해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하고 ‘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 현황’을 첨부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171개사(코스피)를 대상으로 통계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공시한 전체 기업 수는 2023년 366개사에서 2024년 526개사, 올해는 549개사(금융사 40곳, 비금융사 509곳)로 전년 대비 4.4%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올해 의무 공시 대상인 자산 총액 5000억원 이상 상장기업 541개사가 모두 제출 마감 기한이었던 지난 2일 내 보고서를 공시했으며, 그밖에 8개사가 자율적으로 공시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상법 개정과 관련된 이슈 속에서,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공시 제도는 각 기업의 지배구조 현황을 주주와 이해관계자들에게 투명하게 전달하고, 기업별 특성과 여건에 맞춘 최적의 지배구조 체계를 구축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중요한 제도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7년 한국거래소의 자율공시 제도로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처음 도입한 이후, 2019년부터 자산 규모 2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를 대상으로 공시를 의무화했다. 이후 2022년에는 자산 1조원 이상, 지난해에는 5000억원 이상으로 단계적으로 의무 대상을 확대했으며, 내년부터는 코스피 전체 상장사를 대상으로 공시 의무가 전면 시행될 예정이다.
조사 결과, 대상 기업의 ‘2024년 기업지배구조보고서’ 15개 핵심지표 평균 준수율은 69.8%로, 2023년(63.5%) 대비 6.35%p 높아졌다.
특히 포스코홀딩스와 KT&G는 2년 연속으로 준수율 100%를 기록했다. 또한 ▲HD현대중공업 ▲카카오 ▲LG이노텍 ▲HD현대건설기계가 93.3%로 뒤를 이었다. 준수율이 50%에 못 미친 기업은 모두 19개사에 달했다.
◆ 집중투표제 채택 준수율 가장 낮아
이번 평가에서 집중투표제 채택 준수율은 6.4%로 여전히 낮은 수준을 보였다. 집중투표제를 채택한 기업은 전년보다 2곳 늘어난 11곳에 불과했다.
집중투표제는 소액주주권을 보호하고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제도로, 2명 이상의 이사를 선임할 때 주당 이사 수와 동일한 수의 의결권을 부여받는다. 예를 들어 3명의 이사를 선임할 경우 주당 3개의 의결권이 부여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대주주가 지배하는 이사회 구조에서 벗어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고, 경영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 또한 대주주의 영향력을 제한하고 독립적인 의사 결정을 촉진해 기업 거버넌스를 강화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고, 주주 가치를 보다 균형 있게 반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아울러 단순투표제와 달리 집중투표제는 이사 후보 추천이나 선임 과정에서 공정성과 독립성을 갖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 기업에는 ‘민감’한 부분
반면 기업 입장은 집중투표제가 경영권 ‘공격 수단’으로 사용될 우려가 있어 도입을 꺼리고 있다. 국내 기업 지배구조에서는 이미 ‘3% 룰’이 적용되고 있어서 집중투표제의 실효성이 낮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3%룰은 감사위원 선출 시 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제도로, 대주주가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설계됐다.
실제로 이번 조사 결과 상장 공기업이 아닌 오너 중심 기업인 경우 제도의 실효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집중투표제를 ‘정관상 배제’하고 있다. 그 이유는 기업들이 집중투표제를 경영권 방어권과 대척점에 있다고 보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낮은 지분율로도 원하는 후보를 이사로 만들 수 있어서다. 또 이를 이용해 헤지펀드가 국내 기업 이사회를 장악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일례로 헤지펀드 칼 아이칸 연합이 집중투표제를 통해 KT&G 이사회에 이사 1인을 교체한 바 있다.
◆ 소액주주 권리 보호 위해 집중투표제 도입해야
기업들은 집중투표제 채택을 꺼리고 있지만, 그럼에도 소액주주 권리 보호를 위해서는 꼭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다만 전문가들은 현재와 같은 글로벌 경쟁 환경에서 단기 이익 중심의 의사 결정이 증가할 경우, 기업 가치 하락과 주주 이익 훼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정부도 상법 개정을 통해 집중투표제를 확산하겠다고 밝혔다. 법이 개정되면 소수주주와 행동주의 펀드 등이 지지하는 후보의 이사회 진입 문턱이 낮아지면서 총수 쪽이 이사회 전부를 독차지하는 구조도 깨질 가능성이 커진다는 뜻이다.
◆ 핵심지표 중심 제도적 기반 강화 필요
최근 상법 개정 논의와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기업들은 이제 지배구조보고서를 단순한 형식적 요건이 아닌 실질적인 경영 투명성과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한 전략적 수단으로 활용해야 할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기업지배구조보고서는 국제 기준에 기반해 상장기업이 바람직한 지배구조 체계를 수립하도록 유도하는 공시 제도다. 현재는 준수 또는 설명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으나 많은 기업이 단순히 준수 여부를 나열하거나 형식적으로 미준수 사유를 언급하는 데 그쳐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연구소는 기업의 실질적인 개선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핵심지표에 대한 법제화 등 제도적 보완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ESG행복경제연구소는 이번 조사 결과를 국내 250대 ESG 지속가능경영 평가의 지배구조부문 핵심 평가 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