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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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칼럼] ‘알파쉽’의 시대,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묻다

작성자 관리자 날짜 2026-11-02 10:51:13 조회수 7

| 서울=한스경제 이치한 ESG행복경제연구소 소장 | 서점에 이듬해의 숫자를 단 ‘트렌드 코리아(김난도 외)’가 진열되면 한 해가 저물고 있음을 실감한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서도 시선은 어느새 다음 해를 향한다. 개인은 새해 계획을 세우고, 기업은 예산과 사업전략을 가다듬는다. ‘트렌드 코리아 2027’ 역시 달라지는 소비와 일상을 짚으며 새해를 준비할 질문을 던진다.

2027년의 슬로건은 ‘알파쉽(ALPHA SHEEP)’이다. 양떼처럼 시류에 휩쓸리기보다 스스로 판단하고 먼저 행동하는 존재가 되자는 뜻이다. 인공지능(AI)이 일상의 선택과 업무 깊숙이 들어온 시대에 인간의 주체성과 실행력을 강조한 표현이다.

이 메시지는 기업의 ESG 경영에도 적용된다. 2027년은 기업이 사업의 위험과 기회를 판단하고, 이를 경영정보로 축적해야하는 해다. 연결자산 총액 10조원 이상인 코스피 상장사는 2027회계연도 정보를 2028년에 공시하게 된다. 자본시장법 개정을 거쳐 도입 단계부터 사업보고서를 통한 법정공시로 시행할 계획인 만큼, 대상 기업 107개사와 공시 범위에 포함되는 종속회사 184개사는 내년 경영활동이 첫 의무공시의 기초가 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눈여겨볼 키워드는 ‘라이프 ROI’, ‘바이브 워킹’, ‘휴먼엣지’, ‘안목자본’이다. 라이프 ROI는 투자대비 수익률이라는 계산법이 돈을 넘어 시간과 관계, 일과 인생 설계로 확장되는 현상이다. 바이브 워킹은 AI 도입에 맞춰 일하는 방식과 조직을 다시 설계하는 흐름을 가리킨다. 휴먼엣지와 안목자본은 기술이 보편화될수록 귀해지는 인간 고유의 가치와 판단, 무엇이 좋은지 알아보는 역량에 주목한다.

이 키워드들을 ESG의 관점에서 읽으면 효율의 기준과 사람의 역할, 경영의 책임을 함께 묻게 된다. 먼저 라이프 ROI는 기업이 지속가능성의 가치를 소비자의 생활 언어로 설명해야 한다는 과제를 던진다. 넘치는 자극에 쉽게 싫증을 느끼는 ‘권태사회’의 소비자에게 ‘친환경’이라는 구호만으로 선택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구매가격이 다소 높더라도 전기요금을 얼마나 아낄 수 있는지, 얼마나 오래 쓸 수 있는지, 수리와 재사용은 얼마나 편리한지 보여줘야 한다. 환경적 가치가 비용 절감과 더 나은 사용 경험으로 이어질 때 지속가능한 제품의 경쟁력도 높아진다.

다만 효율을 따지는 소비가 곧 친환경 소비의 확산을 뜻하지는 않는다. 더 싼 가격과 더 빠른 배송을 좇는 선택은 오히려 자원 소비와 폐기물을 늘릴 수 있다. 기업은 이 긴장을 사업모델 안에서 풀어야 한다. 제품의 내구성과 수리 가능성을 높이고, 포장과 물류의 낭비를 줄이며, 소비자가 전체 사용기간의 비용을 비교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기업 스스로도 투자수익률을 평가하는 기간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ESG를 제품과 서비스의 설계 기준에 반영하고, 그 성과를 장기적인 비용과 수익의 변화로 평가해야 한다.

바이브 워킹은 ESG의 사회적 책임을 조직 내부로 끌어온다. AI 도입이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려면 과업과 도구, 사람을 연결하는 협업 체계가 필요하다. AI로 업무시간을 줄였다면 그다음에는 직원의 일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살펴야 한다. 반복 업무에서 벗어난 직원이 더 높은 가치를 만드는 일로 옮겨 갔는지, 새로운 도구를 익힐 교육과 시간이 충분히 주어졌는지 확인해야 한다. AI 도입 규모나 참여 인원만으로 전환의 성과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재교육이 실제 직무 전환과 업무 품질 개선, 숙련의 축적으로 이어졌는지가 중요하다.

휴먼엣지와 안목자본은 지배구조의 문제로 이어진다. AI가 분석과 문서를 순식간에 만들어낼수록 결과의 근거를 확인하고 오류를 걸러내며 최종 판단에 책임지는 사람의 역량이 중요해진다. ESG 정보도 마찬가지다. 자동으로 작성된 문장이 그럴듯하다고 해서 배출량 산정이나 감축 실적까지 믿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데이터의 출처와 산정 범위, 추정에 사용한 가정을 확인하는 절차가 뒷받침돼야 한다. 사업보고서처럼 법정 공시의무가 있는 문서에 담기는 정보라면 더욱 그렇다.

이사회와 경영진의 안목은 자신에게 유리한 지표를 골라 보여주는 능력과 구분돼야 한다. 어떤 위험이 사업의 수익성과 현금흐름을 바꿀 수 있는지 가려내고, 불리한 정보까지 의사결정에 반영하는 역량이 진짜 안목이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면 원인을 설명하고 투자와 실행계획을 수정해야 한다. ESG 공시의 신뢰는 이러한 검증과 책임의 구조에서 나온다.

AI가 일상의 기반으로 자리 잡으면서 기업의 환경적 책임도 커지고 있다. 특히 AI와 반도체를 성장기회로 삼는 기업은 사업 확대에 필요한 전력과 용수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지, 탄소배출과 자원사용을 어떻게 관리할지 성장계획과 함께 검토해야 한다. 제품이나 연산 한 단위의 효율이 개선되더라도 사업규모가 커지면 전체 사용량은 늘어날 수 있다. 효율 향상과 총사용량 관리를 함께 살펴야 하는 이유다.

물론 이 모든 과제가 첫 의무공시에서 같은 수준으로 요구되는 것은 아니다. 공시 로드맵은 기후공시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기업의 지속가능한 경쟁력은 인력과 소비자 신뢰, 데이터 관리, 경영진의 책임이 맞물려 만들어진다. 기업은 제도가 요구하는 범위를 정확히 이행하면서 자기 사업에 중요한 과제를 스스로 찾아 관리해야 한다.

새해의 트렌드를 읽는 일은 유행할 단어를 익히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소비자가 무엇을 가치 있게 여기고, 직원이 어떤 환경에서 역량을 발휘하며, 투자자가 어떤 근거로 기업을 신뢰하는지 살피는 일이다. 알파쉽을 기업 경영의 언어로 옮기면 변화의 방향을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며, 그 결과에 책임지는 자세다.

내년 계획에는 목표와 함께 이를 뒷받침할 사람과 자원, 신뢰를 쌓을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담겨야 한다. 그 과정과 성과가 기록으로 쌓이고 공시로 이어질 때, ESG 정보는 기업이 미래를 얼마나 충실히 준비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근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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