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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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칼럼] 좋은 기업, 나쁜 기업, 이상한 기업

작성자 관리자 날짜 2026-09-14 16:50:59 조회수 31

| 서울=한스경제 이치한 ESG행복경제연구소 소장 | 기업 경영에도 ‘좋은 기업, 나쁜 기업, 이상한 기업’이 있다. 무엇을 기준으로 삼느냐에 따라 답은 달라지겠지만, ESG 시대에는 한 가지 흥미로운 잣대를 적용해 볼 수 있다. 바로 ESG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이를 경영에 어떻게 활용하느냐​다.

ESG는 이제 기업이 선택적으로 내세우는 사회공헌이나 이미지 관리의 영역을 벗어나고 있다. 국제적으로 지속가능성 정보는 투자자의 의사결정에 필요한 핵심 정보로 편입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2028년(FY2027)부터 지속가능성 공시제도가 본격 시행된다. ESG 정보가 이른바 ‘제2의 재무제표’가 되는 시대가 다가오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업은 ESG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먼저 ‘좋은 기업’은 ESG를 규제가 아니라 기회로 보는 기업이다. 이들에게 ESG는 정부나 투자자가 요구하니 마지못해 작성하는 보고서가 아니다. 기후변화와 에너지 전환, 공급망 재편, 산업안전, 인적자본, 지배구조 변화 속에서 새로운 위험과 사업 기회를 찾아내는 경영의 도구다.

탄소배출을 줄이면서 에너지 비용을 절감하고, 자원순환을 통해 원가를 낮춘다. 안전과 인권에 대한 투자로 사고와 공급망 리스크를 줄이고, 투명한 지배구조를 통해 투자자와 시장의 신뢰를 높인다. ESG 데이터를 생산·품질·안전·재무 데이터와 연결해 경영 의사결정에 활용하고 사회와 환경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만들어낸다. 이런 기업에 ESG는 ‘비용’이 아니라 미래 경쟁력을 위한 투자다. 규제가 강화될수록 먼저 준비한 기업의 경쟁우위는 오히려 커진다.

두 번째는 ‘나쁜 기업’이다. ESG를 경영혁신이 아니라 포장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기업이다. 대표적인 것이 그린워싱과 ESG 워싱이다. 실제 탄소배출과 환경성과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는데 친환경 기업으로 홍보하거나, 일부 사회공헌 활동을 기업 전체의 ESG 성과인 것처럼 과장한다. ESG위원회를 만들고 화려한 보고서를 펴내지만 정작 투자와 사업전략, 경영진의 의사결정에는 ESG가 반영되지 않는 경우도 여기에 해당한다.

문제는 이런 방식이 앞으로 점점 통하기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지속가능성 정보가 법정 공시의 영역으로 들어오면 ESG는 홍보문구가 아니라 데이터와 근거로 입증해야 하는 경영정보가 된다. 제도 역시 성실하게 데이터를 구축하고 공시하는 기업에는 적응할 시간을 주는 반면, 고의적인 그린워싱이나 허위·과장·왜곡에는 책임을 묻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그래서 ESG 시대에 가장 위험한 기업은 단순히 ESG 점수가 낮은 기업이 아닐 수 있다. 말과 실제 경영 사이의 간극이 큰 기업이 더 위험하다. ‘친환경’을 외치면서 환경투자는 하지 않고, ‘상생’을 강조하면서 공급망 문제는 외면하며, ‘투명경영’을 이야기하면서 지배구조는 바꾸지 않는다면 시장의 신뢰를 오래 유지하기 어렵다.

마지막은 ‘이상한 기업’이다. ESG를 둘러싼 세계적 논쟁과 일부 국가의 반(反)ESG 정책만 바라보며, ESG를 오로지 규제로 인식하고 가능하면 피하거나 미루려는 기업이다. “우리 회사는 아직 의무공시 대상이 아니다”, “몇 년 뒤에 준비해도 된다”, “ESG는 대기업이나 수출기업의 문제다”라고 생각하는 기업들이다.

물론 ESG에는 규제의 성격이 있다. ESG를 둘러싼 과도한 규제와 기업의 비용 부담에 대한 비판 역시 충분히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ESG를 규제의 관점에서만 바라보는 것은 숲을 보지 못한 채 나무만 보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치적 구호와 정책의 방향은 시대와 정권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에너지 전환과 공급망 재편, 기후리스크 관리, 산업안전, 인적자본, 기업지배구조를 중시하는 글로벌 시장의 큰 흐름까지 되돌리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는 이미 기업의 일상적인 경영 활동 속으로 깊숙이 들어와 있다. 직접적인 공시 대상이 아니더라도 대기업 공급망에 편입돼 있다면 탄소·에너지·안전·인권 관련 정보를 요구받을 수 있다. 금융기관 역시 기업의 기후·ESG 리스크를 여신과 투자 판단에 활용하고, 글로벌 기업들도 협력사를 선정할 때 공급망 ESG를 중요한 기준으로 보고 있다.

향후 지속가능성 공시 의무화 대상이 단계적으로 확대되면 그 영향은 공시 대상 기업에만 머물지 않는다. 이들 기업과 연결된 수많은 업스트림·다운스트림의 다층적 협력기업까지 ESG 데이터를 요구받게 된다. 따라서 중소·중견기업 역시 ESG의 영향권 밖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 ESG 대응 역량이 결국 ‘신뢰할 수 있는 공급망 파트너’라는 새로운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이유다.

더 중요한 것은 ESG를 피하고 미루는 동안 경쟁기업은 이를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기회로 활용한다는 점이다. 재생에너지, 전기차, 배터리, 자원순환, 친환경 소재, 에너지 효율, 스마트 팩토리 등 거대한 산업 변화의 상당 부분이 지속가능성이라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결국 같은 ESG를 놓고도 기업의 선택은 세 갈래로 나뉜다. 좋은 기업은 ESG에서 기회를 찾는다. 나쁜 기업은 ESG를 포장한다. 이상한 기업은 ESG를 회피한다. 그러나 ESG 경영의 본질은 보고서를 잘 만드는 것도, 높은 평가등급을 받는 것도 아니다. 기업이 환경·사회·지배구조의 변화를 자신의 사업모델과 경영전략에 어떻게 연결하고, 그 결과를 얼마나 객관적인 데이터로 설명할 수 있느냐에 있다.

2028년 지속가능성 공시제도 시행을 앞둔 지금, 기업 경영진이 던져야 할 질문도 달라져야 한다. “ESG 규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가 아니라 “ESG라는 거대한 변화에서 우리 회사는 어떤 사업 기회를 찾을 것인가”라고 물어야 한다. 앞으로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것은 ESG를 하느냐, 하지 않느냐가 아닐 것이다. ESG를 얼마나 경영에 내재화하고 새로운 경쟁력으로 전환하느냐가 관건이다. 좋은 기업과 나쁜 기업, 그리고 이상한 기업의 차이는 결국 ESG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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