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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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칼럼] 스튜어드십과 공시의 동조화

작성자 관리자 날짜 2026-08-10 14:12:45 조회수 8

| 서울=한스경제 이치한 ESG행복경제연구소 소장 | 한국 자본시장은 중대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 2016년 제정 이후 전면 개정된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와 회계연도(FY) 기준으로 단계적으로 도입되는 ESG 공시 의무화가 2027년을 기점으로 맞물려 시행되면서, 자본시장 전반의 투자·공시·지배구조 환경에 근본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철학자 칸트의 표현을 빌리자면, “공시 없는 스튜어드십은 공허하고, 스튜어드십 없는 공시는 맹목적”이다. 따라서 두 제도를 하나의 설계로 묶어야 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지금 이 시점의 당위다. 연결고리를 마련해두지 않으면, 두 제도가 따로 굴러가 서로의 효과를 반감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스튜어드십 코드가 기관투자자(수탁자)의 책임을 규정한다면, ESG 공시는 기업의 책임을 규정하는 제도다. 기업은 지속가능경영 정보를 투명하게 공시하고, 기관투자자는 그 정보를 바탕으로 기업을 평가하며 적극적인 관여(Engagement)를 수행한다. 두 제도는 기업과 투자자를 잇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한 양대 축으로, 어느 한쪽이 늦어지면 다른 한쪽도 제 역할을 할 수 없는 상호보완적 관계에 있다.

이번 스튜어드십 코드개정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ESG와 지속가능성 요소를 기관투자자의 확대된 ‘수탁자 책임’의 핵심으로 포함시켰다는 점이다. 적용 자산 범위도 국내 상장주식에서 채권·인프라·부동산·비상장주식·해외자산 등으로 넓어져, 투자 의사결정과 주주활동에 ESG 요소를 적극 반영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무엇보다 수탁자 책임의 판단 기준이 크게 확장됐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그동안 지배구조(G) 중심의 점검에 무게를 두었던 스튜어드십 코드가 이제는 환경(E)과 사회(S)를 포괄하는 책임투자 체계로 전환됐다. 이는 ESG가 더 이상 선택적인 투자 기준이 아니라 기관투자자가 반드시 관리해야 할 핵심 투자 리스크이자 새로운 투자 기회라는 점을 제도적으로 공식화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변화는 초기 ESG 투자 확산을 위해 마련된 국제적인 책임투자 원칙인 UN PRI(유엔 책임투자원칙)와도 궤를 같이한다. UN PRI가 기관투자자가 지향해야 할 글로벌 원칙을 제시한다면, 개정 스튜어드십 코드는 이를 국내 투자 환경에서 실천하기 위한 행동규범이자 실행 기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지금까지 스튜어드십 코드가 ESG를 투자 판단의 중요한 요소로 받아들였다면, 이제 기관투자자는 ESG를 이중 중대성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스튜어드십과 ISSB 공시기준은 ESG를 주로 ‘재무중대성’ 관점에서 이해해왔다. 기후변화, 환경규제, 산업재해, 공급망 리스크가 기업의 매출·이익·현금흐름·기업가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평가하는 방식이다. 반면 유럽 ESRS와 GRI 기준은 기업이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 자체를 평가하는 ‘영향 중대성’을 함께 요구한다. 기업 활동이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훼손, 인권침해, 산업재해, 지역사회 갈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는 의미다.

물론 이 영향은 당장 재무제표에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규제 강화, 소송 증가, 평판 훼손, 공급망 단절, 자산 손상, 투자자 이탈이라는 형태로 결국 기업의 재무성과와 기업가치를 흔든다. 영향 중대성은 재무중대성으로 되돌아온다. 두 개념은 독립된 것이 아니라 하나의 순환 구조를 이루며, 기업이 사회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결국 기업의 재무적 위험으로 돌아온다는 점에서 스튜어드십 코드 역시 재무성과 평가를 넘어 기업의 사회적·환경적 영향까지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ESG 공시와 스튜어드십 코드는 긴밀하게 연결되어야 한다. 이 연결고리를 제도적으로 확인해두지 않으면, 2028년부터 공시 의무화가 본격화된 이후에도 시장은 그 정보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채 표류할 수 있다. 기업이 ESG 공시를 통해 지속가능경영 수준과 위험관리 체계를 투명하게 설명하고, 기관투자자가 그 공시를 분석해 기업과 지속적으로 대화하며 개선을 요구하고 투자 여부를 결정할 때 비로소 두 제도는 실효성을 갖는다. 어느 하나가 먼저 자리 잡기를 기다릴 여유가 지금 우리에게는 없다.

우리나라도 ISSB·KSSB 기준을 중심으로 투자자 관점의 ESG 공시 도입을 본격화하고 있다. 앞으로 기관투자자의 역할은 의결권 행사 수준을 넘어, 기후위험 대응, 공급망 관리, 인권경영, 이사회 독립성, 내부통제 체계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확대돼야 한다. 이는 장기 투자수익률을 높이는 동시에 자본시장의 신뢰를 강화하는 핵심 기반이 될 것이다.

스튜어드십 코드 역시 주주가치 중심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이해관계자 가치까지 포괄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 기업의 장기적 지속가능성은 환경과 사회에 대한 책임을 외면한 채 달성될 수 없으며, 수탁자인 투자자의 책임과 역량도 그에 맞춰 대폭 강화되어야 한다. 기업이 ESG를 충실히 공시하고, 기관투자자가 스튜어드십을 통해 이를 평가하며, 시장이 그 결과를 자본배분에 반영할 때 비로소 지속가능한 자본시장의 선순환 구조가 완성된다.

이번 스튜어드십 코드 개정은 단순한 행동지침의 수정이 아니다. ESG 공시 시대를 앞두고 투자자의 책임을 새롭게 정의한 전환점이자, 두 제도가 같은 궤도 위에서 출발해야만 효과가 온전히 발휘될 수 있다. 기업은 지속가능한 경영으로 신뢰를 만들고, 투자자는 그 신뢰를 검증해 행동으로 연결해야 한다.

ESG 공시와 스튜어드십 코드는 서로 다른 제도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자본시장을 움직이는 두 개의 축이다. ESG 시대에 공시가 기업의 언어라면, 스튜어드십은 투자자의 행동이다. 따라서 두 제도는 유기적으로 동조화되는 가운데, 같은 방향으로 작동할 때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자본시장의 신뢰를 함께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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