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이치한 ESG행복경제연구소장| 오늘날 기업의 가치는 더 이상 재무제표의 숫자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이제 기업은 단순한 이윤 창출을 넘어 사회와 환경에 대한 책임을 포괄하는 사회적 가치의 창출자로서 존재해야 하며, 그 중심에는 ESG라는 새로운 경영 언어가 자리하고 있다.
ESG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조건이다. 그러나 이는 일시적 투자 프레임도 아니며, 시장의 단기적 유행과도 거리가 멀다. 주주자본주의의 한계와 기후위기의 시대에 등장한 ESG는 인류가 오랜 세월 던져온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Quo Vadis)”라는 근본적 물음에 대한 오늘의 응답이자, 이를 행동으로 옮기기 위한 구체적 경영의 틀이다.
그 사상적 기원을 18세기 윤리경제 철학보다 더 멀리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고대 그리스의 ‘아레테’와 근대 철학자 니체의 ‘위버멘쉬’에 닿는다. ‘아레테’는 인간의 탁월함을 윤리적 완성 속에서 구현하려는 이상을 의미하며, ‘위버멘쉬’는 기존 가치체계를 넘어 새로운 의미와 가능성을 스스로 창조하는 인간상을 지향한다.
이 두 사유의 축은 시대와 문명을 초월해, 오늘날 ESG가 지향하는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책임 이행이라는 경영혁신의 철학적 원형을 비추고 있다.
시대적 맥락에서 볼 때, 기업이 ESG를 통해 실천하는 지속가능성은 ‘가치의 초월’을 향한 인간의 오랜 열망이 현대적 방식으로 구현된 결과라 할 수 있다. ESG는 이러한 철학적 성찰과 윤리적 진화의 계보 위에서 탄생한 ‘오래된 미래’로서, 이미 사회 전반에 깊이 스며든 보편적 가치로 자리 잡고 있다.
ESG는 산업혁명 이후 기업 활동이 초래한 환경·사회적 외부불경제를 내부화하는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이다. 이는 지속가능경영이라는 큰 틀 안에서 경제·환경·사회의 균형적 성장과 상호의존성을 모색하며, 자본주의의 구조적 위기와 기후변화라는 전 지구적 도전에 대응함으로써 인류와 지구의 지속가능성에 기여하는 미래형 성장모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은 더 이상 단순한 이윤창출의 경제주체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인간의 존엄, 자연과의 조화, 생태계에 대한 책임을 포괄하는 통합적 존재로서, 스스로의 정체성을 재정립해야 하는 전환점에 서 있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아레테’적 기업은 단순히 뛰어난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공급망 투명성을 확보하고, 근로자의 권익을 보호하며, 지역사회와의 상생과 자연 생태계의 조화를 추구하는 기업이다.
즉, ‘아레테’적 기업은 오늘날 직면한 복합위기의 시대에 사회적⸱환경적 책임성과 생태적 조화를 아우르는 윤리적 탁월성으로 지속가능성의 본질을 구현하는 존재이며, 이는 ESG 경영이 지향해야 할 궁극적 모델이라 할 수 있다.
한편, ‘위버멘쉬’는 초월적 존재라기보다 기존의 도덕과 관습을 넘어 스스로 새로운 가치와 의미를 창조하는 주체적 인간상을 가리킨다. 초불확실성이 지배하는 현대 경영환경에서 이 개념은 재무적 관념을 넘어 지속가능성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의 자율적 의식체계로 확장해 이해할 수 있다.
ESG적 맥락에서 ‘위버멘쉬’를 기업에 적용하면, 기업은 더 이상 수익 중심의 패러다임에 머무르지 않는다. 스스로 새로운 가치기준과 존재 방식을 창조하는 경제주체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탄소중립, 인간 존중, 다양성과 포용성, 윤리성과 투명성 등 ESG의 핵심 가치들은 바로 이러한 자기혁신과 가치 재창조의 과정 속에서 구체적으로 구현된다.
‘아르테’와 ‘위버멘쉬’의 정신을 가장 상징적으로 구현한 사례가 바로 파타고니아다. 창립자인 이본 취나드는 “우리는 지구를 구하기 위해 존재 한다”는 철학 아래, 2022년 회사를 지구에 ‘기부’하는 결단을 내려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이는 단순한 사회공헌을 넘어 기업의 존재 이유 자체를 재정의 한, 말 그대로 ‘아르테’적이며 동시에 ‘위버멘쉬’적 실천이었다.
파타고니아는 오랜 기간 환경운동을 후원하며 “덜 사라(Buy Less)”는 메시지를 통해 전통적 소비주의를 넘어서는 윤리적 기업의 새로운 전형을 제시해왔다. ‘더 많이 팔기’에서 ‘덜 팔기’로의 가치 전환은 자본주의의 구조적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모범사례(Best Practice)다.
이는 ESG가 단순한 책임을 넘어, 지속가능경영의 새로운 메커니즘으로 진화할 수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결국 기업은 ‘아레테’와 ‘위버멘쉬’의 정신을 담은 경영을 통해 스스로 새로운 지속가능성을 창조하는 능동적⸱선도적 ESG 실천으로 나아가야 한다.
막스 베버가 “자본주의는 자본이 아니라 정신에 의해 성장 한다”고 지적했듯이 기후위기와 주주 자본주의의 한계가 교차하는 전환의 시대에, 우리는 다시금 ‘아레테’와 ‘위버멘쉬’의 가치를 소환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