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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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HOW] ESG 경영과 ‘개와 늑대의 시간’

작성자 관리자 날짜 2025-08-05 12:59:48 조회수 112
이치한 ESG행복경제연구소장
이치한 ESG행복경제연구소장

| 한스경제=이치한 ESG행복경제연구소장 | 해가 지고 어둠이 서서히 깔리는 황혼녘, 멀리서 다가오는 형체가 개인지 늑대인지 구별되지 않는 그 시간을 프랑스 속담에서는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 부른다. 이는 사물의 윤곽이 흐려지고 세상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순간을 뜻한다.

지금 우리 기업들이 ESG를 바라보는 시선 역시 ‘개와 늑대의 시간’을 떠올리게 한다. ESG가 과연 지속 가능한 경영으로의 전환점이며 장기적 기업 가치의 초석인지, 아니면 일시적 유행에 불과한 부담 요소인지 명확히 판단하지 못한 채, 불확실성과 모호함 속에서 결정과 실행을 주저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글로벌 ESG 흐름이 한풀 꺾인 듯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이러한 정체 조짐의 이면에는 유럽연합의 ‘옴니버스 패키지’ 발표, 미국의 파리기후협정 탈퇴와 같은 주요국의 정책 변화, 그리고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의 ESG 기준 재조정 등 국제적인 정책 및 시장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도 예외는 아니다. ESG 공시 의무화 일정이 당초 계획에서 연기되면서 기업들의 대응에도 차질이 생기고 있다. 이로 인해 ESG가 지속 가능한 경영 전략으로서 실질적 가치를 지니는지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되고 있으며, 그 불확실성 속에서 ‘개와 늑대의 시간’은 더욱 길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일시적인 조정 국면이 ESG의 본질적 가치나 지향점을 훼손하는 것은 아니다. 기후위기, 사회적 불평등, 자본주의 체제의 구조적 한계를 직시하며 전개되는 전 지구적 전환의 흐름은 여전히 유효하고, 그 기조는 멈춤 없이 지속되며 ESG 경영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다.

특히, ESG 투자에 대한 미국과의 시각차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글로벌 투자기관들은 여전히 ESG 전략을 핵심 투자원칙으로 견지하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는 ESG가 일시적 유행이 아닌 지속가능한 투자 철학임을 방증하는 강력한 근거다.

이미 유럽연합의 지속가능성 공시지침(CSRD)과 IFRS 재단의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는 ESG 정보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제고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으며,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사실상의 표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대응은 여전히 주요 선진국들에 비해 한 발 뒤처져 있는 게 현실이다. 국내에서는 ESG 공시 의무화가 반복적으로 지연되며 기업 현장에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적 지체는 ESG 경영의 내재화를 저해할 뿐만 아니라, 글로벌시장에서의 신뢰도와 경쟁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새 정부의 출범은 ESG 경영에 있어 중요한 전환점을 예고하고 있다. 대선 공약을 통해 ESG 기조의 강화, 공시 의무의 조기 시행, 신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 등 다양한 정책 방향이 제시된 바 있어, ESG 논의가 본격화 될 전망이다. 지금이 정부가 전략적 리더십을 발휘해 ESG를 일시적 흐름이 아닌 정책 중심의 지속 가능한 기조로 정착시켜야 할 절호의 시점이다.

따라서 이제부터는 더 이상 ‘제도적 준비 부족’이나 ‘시장 수요 미흡’을 이유로 ESG 제도화 일정을 미뤄서는 안 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부의 전략적 리더십과 강력한 실행력이다. 즉, ESG 공시 의무화와 관련 제도는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로, 더 이상 지연되어서는 안 된다. 나아가 기업들이 실질적인 실행에 나설 수 있도록 명확한 정책신호, 단계별 로드맵, 그리고 효과적인 인센티브 체계가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

기업들 역시 ESG를 단순한 외부 요구나 규제로만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내재적 혁신의 기회로 적극 전환해야 한다. ESG는 단순한 규제 대응을 넘어, 리스크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지속 가능한 가치를 창출하는 핵심 수단이다. 공급망의 지속가능성, 탄소배출 감축, 사회적 책임, 그리고 지배구조의 투명성은 이제 선택이 아닌, 기업 생존과 성장의 필수 기준이 되고 있다. 

글로벌 ESG의 흐름은 이제 단순한 양적 확산을 넘어 질적 성장의 단계로 이행하며, 전 세계적으로 속도를 조율하는 전환기에 들어섰다. 바로 지금이 우리가 글로벌 ESG 기준에 보다 긴밀히 부합할 수 있는 결정적 기회이며, 이 흐름에서 뒤처지는 것은 곧 경쟁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ESG의 ‘개와 늑대의 시간’은 결코 길지 않다. 머뭇거리는 사이 기회는 사라지고, 위협은 곧 현실이 된다. 이제 ESG를 둘러싼 모호한 태도에서 벗어나, 분명하고 단호한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명확한 가이드라인과 기업의 능동적이고 진정성 있는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ESG는 더 이상 경영의 변수가 아닌 상수다. 변화에 적응하는 기업만이 살아남는다. 기업은 현실로 다가온 ‘개와 늑대의 시간’을 무사히 건너, 초불확실성의 시대 속에서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실질적 해법을 찾아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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