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 이치한 ESG행복경제연구소장] 새 정부 내각이 이례적으로 다수의 혁신적 이미지를 지닌 대기업 출신 IT 전문가들을 주요 자리에 전격 발탁하며 주목을 받고 있다. 이는 단순한 조각의 차원을 넘어, 정부가 지향하는 국정 운영의 핵심 가치로 혁신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음을 방증한다.
특히 새 정부는 재생에너지 확대, 탄소중립 실현 등 지속가능한 성장전략을 핵심 정책 기조로 제시하며 ESG 경영의 중요성을 다시금 부각시키고 있다. 실제로 정부가 발표한 주요 국정과제 및 세부 정책공약 가운데 ESG와 직간접적으로 연계된 내용이 전체의 약 2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ESG가 새 정부의 정책 기조 속에서 결코 주변적 의제가 아님을 보여준다.
이는 향후 공공부문은 물론 민간기업에 이르기까지, ESG의 내재화와 실행 역량 강화를 요구하는 정책 환경이 본격적으로 조성될 것임을 시사한다. 동시에 정부의 정책 기조와 기업이 지향해야 할 ESG 전략이 동일한 좌표축 위에서 상호 조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ESG 경영의 본질은 바로 ‘혁신’에 있다. 전통적으로 기업의 가치는 주어진 자원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하느냐에 따라 결정되어 왔다. 이때 주로 활용되는 개념이 바로 ‘생산가능곡선’이다. 이는 일정한 자원과 기술수준 아래에서 기업이 최대한 산출할 수 있는 조합을 나타내며, 한 국가가 최고의 효율성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는 이론적 지표로도 제시돼 왔다.
그러나 ESG 경영이 기업 전략의 중심으로 부상하면서, 기업 가치를 구성하는 방식에도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환경 보호, 사회적 책임, 윤리적 지배구조 등 비재무적 요소들이 기업 평가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으면서, 단순히 ‘생산가능곡선’상 자원배분을 전환하는 ‘점의 이동(Movement along the curve)’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새로운 가치 모형이 요구된다.
이에 따라 오늘날 기업에는 ‘생산가능곡선’ 자체를 외부로 ‘우상향(Shift outward)’시키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이는 단순한 자원 재배분을 넘어, 자원의 질을 향상시키고 지속가능한 혁신 역량을 내재화함으로써 기업의 가치 창출 가능성을 근본적으로 확장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구조적 전환은 단순한 경영 기법의 변화가 아니라, ESG 경영이 요구하는 본질적 혁신의 실체이며, 불확실성이 일상화된 시대에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한 기업의 전략적 필수 선택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ESG의 도입은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 간의 일시적인 ‘트레이드오프’를 수반하기도 한다. 예컨대 탄소 감축을 위한 친환경 설비 투자, 협력업체와의 공정 거래 확대, 근로 환경 개선 등은 단기적으로 비용을 증가시키고 수익을 감소시킬 수 있다. 이는 동일한 자원 하에서 사회적 가치를 높이는 만큼 경제적 가치는 일시적으로 줄어드는 구조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ESG 경영은 단순히 자원을 재배분하는 수준을 넘어, ‘생산가능곡선’ 자체를 외연적으로 확장하는 전략이어야 한다. 사회적⸱환경적 지속가능성을 위한 투자는 기업에 대한 이해관계자의 신뢰를 제고하고, 브랜드 가치를 강화하며, 장기적으로는 새로운 시장과 투자 기회를 창출하는 원동력이 된다.
이러한 점에서 ESG는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미래를 향한 ‘혁신 기반의 성장 전략’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ESG는 기업이 지속가능한 가치창출의 경계를 확장해 나가는 핵심 프레임이며, 변화의 시대 속에서 생존을 넘어 도약을 가능케 하는 전략적 선택이자 필수 요건인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새 정부가 강조하는 에너지 중심의 혁신 정책, 특히 재생에너지 전환과 탄소중립 전략은 ESG 경영의 핵심 목표와 정합성을 이룬다.
따라서 정부의 정책 추진은 기업의 ESG 실행을 촉진하는 강력한 레버리지로 작용하며, 반대로 기업이 축적한 ESG 성과는 국가 차원의 지속가능성 지표를 향상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할 수 있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흐름이 정부의 정책 기조와 유기적으로 맞물려 있다는 사실이다. 정부의 정책은 ESG 경영을 촉진하는 제도적 기반이자 실천의 촉매로 기능하고, 기업의 ESG 실천은 다시금 국가의 지속가능한 성장 역량을 강화하는 순환적 구조로 이어진다.
이처럼 ESG는 단순히 규제에 대응하거나 사회적 요구를 수용하기 위한 수동적 도구가 아니다. 오히려 기업 가치를 재정의하고 외연을 확장하는 능동적인 전략적인 수단이다. 결국 정부와 기업이 추구해야 할 혁신은 동일한 방향성과 좌표 위에서 만날 때, 비로소 실질적인 성과를 도출할 수 있다.
이제 ESG는 단지 환경이나 사회적 책임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와 기업이 함께 지속가능한 미래를 설계하고 실행하는 새로운 혁신의 프레임이다. 지금이야말로 대한민국이 ESG라는 공통된 전략 좌표를 중심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의 경로를 함께 그려나가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