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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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HOW] ESG 경영, 명품 기업을 만드는 ‘떼루아’

작성자 관리자 날짜 2025-06-17 13:37:56 조회수 112
이치한 ESG행복경제연구소장
이치한 ESG행복경제연구소장

[한스경제=이치한 ESG행복경제연구소장] 와인 애호가가 아니더라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떼루아(Terroir)'라는 단어는 프랑스어로 단순히 ‘땅’을 뜻하지만, 와인의 세계에서는 토양, 기후, 지형, 인간의 손길까지 아우르는 깊고 복합적인 개념으로 통한다.

와인 고유의 풍미와 향을 결정짓는 핵심이 바로 ‘떼루아’다. ‘떼루아’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자연의 섭리와 인간의 정성이 오랜 시간에 걸쳐 빚어낸 조화의 결정체다. 그렇기에 아무리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떼루아’가 빈약한 포도밭에서는 진정한 명품 와인이 탄생할 수 없다. 뛰어난 명품 와인은 결코 우연의 산물이 아닌 것이다.

이러한 개념은 오늘날 기업 경영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기업 역시 특정한 경영 환경 속에서 성장하며 성과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지금, 기업 경영의 ‘떼루아’로 부상한 것이 바로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다. 

지금까지 기업의 가치는 매출, 영업이익, 주가 등 재무지표만으로 측정되었다. 하지만 이제 시장은 숫자만이 아니라, 기업이 자연과 사회와 어떤 관계를 맺고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함께 묻는다. 기업의 존재 이유를 보다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대가 도래된 것이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오늘날 기업들은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사회에 얼마나 긍정적인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가?”, “경영은 얼마나 투명하고 윤리적인가?”와 같은 본질적인 질문에 마주하고 있다. 

이에 대한 해답으로 바로 ESG 경영이 주목받고 있다. ESG는 기업이 지속 가능한 성장과 생존을 위해 반드시 갖추어야 할 경영 생태계의 토양이자, 미래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전략적 기반이다.

환경(Enviromental)측면은 기업이 탄소 배출을 얼마나 줄이고, 에너지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하며, 생태계를 얼마나 보존하는지를 평가한다. 사회(Social)영역은 직원, 협력사, 고객, 지역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관계 속에서 신뢰와 책임을 어떻게 구축하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지배구조(Governance)는 경영의 투명성, 윤리성, 의사결정의 공정성, 내부통제시스템의 견고함을 통해 경영의 건전성과 지속가능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ESG의 세 가지 요소는 마치 훌륭한 와인을 빚어내는 ‘떼루아’의 조건들처럼,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균형 있게 작용할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경제적 성과와 진정한 기업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ESG는 단순한 비재무적 지표의 집합을 넘어, 재무성과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통합된 사회적 가치 창출의 ‘생태계’로 이해되어야 한다.

특히 ‘떼루아’는 결코 숨길 수 없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소믈리에는 단 한 모금만의 와인으로도 포도밭의 ‘떼루아’를 감지해낸다고 한다. 그만큼 ‘떼루아’는 와인의 본질이자 정체성이다. ESG 역시 마찬가지다. 아무리 그럴듯한 선언이나 보고서로 포장해도, 기업의 진정성은 결국 드러나기 마련이다.

최근에는 ‘ESG 워싱(Washing)’이나 ‘쇼잉(Showing)’처럼 외형만 그럴듯한 ESG 활동에 대해 소비자와 투자자의 경계심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무늬만 ESG적인 활동은 일시적으로 홍보나 마케팅 효과를 거둘 수는 있을지 몰라도, 시간이 지나면 진정성이 결여된 민낯은 결국 드러나게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기업 ESG 정보공시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여전히 공시 의무화가 지연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여기에는 유럽연합(EU)의 ‘옴니버스 패키지’ 발표, 미국의 환경규제 재조정 등 국제적인 정책 변화가 이러한 정체 상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그러나 이는 ESG 규제의 실효성과 현실성을 반영한 ‘제도적 재정렬’의 의미도 크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일본, 캐나다, 호주, 홍콩, 싱가포르 등 주요국들은 기존의 ESG 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 공시 의무화와 구체적인 로드맵을 이미 확정한 상태다. 이제 우리도 ESG 정보공시의 도입 시기와 방향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점에 이르렀다.

글로벌 시장은 이미 ESG 성과가 뛰어난 기업에 자본과 인재, 소비자 신뢰를 집중시키고 있다. 하지만 ESG는 외부의 요구에 떠밀려 대응하는 과제가 아니라, 기업 내부에서 체질을 개선하고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성장의 토양’이 되어야 한다.

명품 와인이 오랜 시간 동안 축적된 ‘떼루아’의 결실이듯, 명품 기업 또한 재무성과를 넘어 ESG라는 근본적 토양을 정성스럽게 가꾸고 깊이 뿌리내린 경영환경 속에서 탄생한다. 이러한 기업은 외부 충격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으며, 강한 회복력을 바탕으로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탁월한 역량을 지닌다.

결국 명품 기업은 ESG라는 ‘떼루아’를 기반으로 성장한다. 이제 기업 리더십은 ESG를 단순히 인식하는 수준을 넘어, 이를 경영 전략의 핵심 축으로 삼아 조직 전반의 시스템과 문화를 근본적으로 재구성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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