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이치한 ESG행복경제연구소장] 글로벌 경영 환경이 급격히 재편되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 사회적 책임 강화, 투명한 지배구조 확립 등 기업이 마주하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기대와 요구는 훨씬 다층적이고 복합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ESG 경영은 더 이상 기업의 선택이 아닌 생존과 성장의 필수조건이다.
ESG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은 높아지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여전히 도입과 실행을 주저하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 가장 큰 장애물은 초기 투자비용에 대한 부담과 단기적인 수익성 저하에 대한 우려다. ESG 경영은 전통적인 수익중심 경영과는 결이 달라 여전히 낯설게 느껴지며, 성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나기 어렵다는 점이 기업들의 적극적인 도입을 가로막는 주요 요인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이 주목해야 할 개념이 바로 ‘J커브 효과’이다. 경제학에서 J커브는 어떤 정책이나 변화의 초기에는 성과 저하로 나타나지만, 시간이 지나면 급격한 반등을 이루는 현상을 뜻한다. 예를 들어 자유무역을 도입한 초기에는 무역수지가 일시적으로 악화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구조적 개선이 이루어지며 무역수지가 회복되는 사례가 이에 해당한다.
ESG 경영도 이와 다르지 않다. 초기 단계에서는 친환경 인프라 구축, 윤리적 경영 시스템 정비, 사회적 책임 강화 등의 이행 과정에서 비용이 증가하고 단기적인 수익성이 저하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기업이 지속가능한 가치 창출을 위해 겪는 필연적인 ‘성장통’일 뿐이며, 장기적으로는 기업 경쟁력과 신뢰도를 높이는 핵심 투자로 작용하게 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ESG 경영을 체계적으로 내재화한 기업은 투자자의 신뢰 확보와 자본 조달의 용이성, 브랜드 이미지 제고 및 고객 충성도 향상, 우수 인재 유치와 직원 만족도 증대, 그리고 규제 대응력 및 사회적 리스크 관리 능력 강화 등 다양한 측면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게 된다.
이러한 변화가 바로 ESG 경영에서 ‘J커브 효과’가 실현되는 지점이다. 초기의 비용과 손실을 감수한 전략적 선택이 장기적인 경쟁력 확보와 기업 가치의 본질적인 성장을 이끄는 전환점이 되는 것이다.
이처럼 오늘날 ESG 경영은 더 이상 기업의 단순한 도덕적 목적이나 사회적 명분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급변하는 미래 시장의 규칙에 적응하고,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기 위해 기업이 필연적으로 선택해야 하는 전략적 전환이다.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는 재무성과와 ESG를 분리된 개념으로 보던 1.0 시대를 지나, 양자가 상호 보완적이고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ESG 2.0’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이 단계에서는 ESG 요소들이 비재무적 지표를 넘어, 기업의 재무적 성과에 실질적이고 구조적인 영향을 미치는 핵심 동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ESG 2.0 시대는 기업의 전략, 조직 문화, 공급망, 인사 정책, 제품 개발, 고객관계에 이르기까지 전 경영 활동에 ESG 원칙이 깊이 내재화되고 체화되는 단계이다. 이러한 전사적 통합을 통해 비로소 지속가능성과 수익성이 상호 강화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게 된다.
이처럼 국제회계기준(IFRS)의 지속가능성공시위원회(ISSB)는 재무적 관점에서 “기업은 가치사슬 전반에 걸쳐 ESG 요소와 맺는 불가분의 관계를 통합적으로 인식해야한다”며, “ESG는 경영의 주변이 아니라 중심이 되어야한다”고 강조한다. 이는 ESG와 관련된 지속가능성 이슈 중 재무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는 선택이 아닌, 반드시 공시해야 할 핵심 항목임을 의미하며, ESG 경영이 재무성과와 직결되는 본질적인 요소임을 명확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글로벌 자본시장은 ESG 기준을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ESG 등급이 낮은 기업은 투자회피의 대상이 되는 반면, ESG 경영을 선도하는 기업은 지속적인 투자유치, 주가 안정, 글로벌 파트너십 확대 등 다양한 금융·비금융적 혜택을 누리고 있다. 한때 ‘비재무적 요소’로 치부되던 ESG가 이제는 투자자들의 핵심 의사결정 기준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결국, ESG 경영은 단기성과에 연연하기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전략이다. 이 긴 여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조기 도입과 기업 전반에 걸친 깊은 내재화다. 이런 맥락에서 ESG는 단순한 규제대응을 넘어, 혁신과 차별화를 실현하고 성장의 외연을 확장하는 핵심전략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특히 ESG 경영이 선순환 구조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초기 단계에서의 비용 부담과 불확실성을 전략적으로 극복하려는 경영진의 리더십과 전사적인 공감대 형성이 핵심적인 조건으로 작용한다.
글로벌 선도기업들은 이미 ESG 경영의 J커브 반등 국면에 진입하며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이제는 ESG를 통해 ‘시장의 파이’를 키우고 지속가능성장으로의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 전환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