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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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HOW 칼럼] ESG 경영이 소환하는 ‘뭉크의 절규’

작성자 관리자 날짜 2025-05-08 16:23:47 조회수 85
이치한 ESG행복경제연구소 소장
이치한 ESG행복경제연구소 소장

[한스경제=이치한 ESG행복경제연구소 소장] 19세기 후반에 등장한 미술양식의 하나인 표현주의는 사실주의가 추구한 객관적인 재현과는 달리, 인간의 내면에 자리한 감정과 불안을 강렬하고 주관적인 방식으로 시각화하는 데 중점을 둔 미술사조다. 

표현주의의 대표화가인 에드바르 뭉크의 「절규」는 인간 존재의 심연에 도사린 공포와 혼돈을 상징하는 작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강변 난간에 기대 선 인물은 홀로 귀를 막은 채 극도의 절망과 불안에 휘말려 있으며, 그 주변 풍경은 내면의 고통을 시각적으로 투영한다. 특히 피를 뿌린 듯 붉게 물든 하늘은 감정을 증폭시키며, 보는 이로 하여금 존재론적 불안과 공포를 직면하게 만든다.

그러나 이 작품의 진정한 주체는 그림 속 인물이 아니다. 뭉크 자신이 직접 밝혔듯, 그는 ‘자연의 절규’를 들었고, 두 손으로 귀를 막아도 멈추지 않는 자연의 비명 속에서 고통을 느끼며, 자연 그 자체의 외침을 포착한 것이다.

에드바르 뭉크(1863~1944)의 대표작 ‘절규’
에드바르 뭉크(1863~1944)의 대표작 ‘절규’

130여년이 지난 지금, 인류는 다시금 그 ‘절규’와 마주하고 있다. 폭우와 산불, 해수면 상승, 빙하 붕괴, 기록적인 폭염과 한파까지 지구 곳곳은 이상기후로 신음하며, 기후위기의 경고는 점점 더 날카롭고 절박하게 외치고 있다. 그리고 이 외침은 더 이상 자연만의 목소리가 아니다. 

그것은 인류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근본적 위기로, 세계 질서의 불안정, 사회적 양극화, 자본주의 체제의 균열과 맞물리며 인간 사회 전반에 복합적인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오늘날의 ‘절규’는 자연과 인간이 직면한 총체적 위기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이 시대의 강력한 메타포로 새롭게 해석되고 있다.

이는 ESG 관점에서도 깊은 성찰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으로 새롭게 조명된다. ESG 시대는 ‘뭉크의 절규’를 다시 소환하며, 기업⸱사회⸱국가 전반에 걸쳐 복합적 위기에 대응하는 실질적⸱구조적 변화의 필요성을 강력히 일깨운다.  

여기서 ESG 경영은 단순한 재무지표나 실적평가를 넘어,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라는 ‘비가시적 가치’를 반영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가늠하려는 일종의 표현주의적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외형적 성과를 넘어 기업의 내면적 진정성, 철학, 그리고 미래를 향한 사회적 책임의식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기업의 본질적 가치를 지속가능성을 중심으로 재정의 하는 과정에 있다.
이제 글로벌 투자시장은 재무제표만으로 기업 가치를 평가하지 않는다. 비재무적 성과, 즉 ESG 요소를 통해 그 기업이 미래를 얼마나 잘 준비하고 있는지를 가늠한다. ESG라는 시대적 명제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본질적 질문이며, 시장에서 신뢰를 얻기 위한 핵심기준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단순한 ESG 경영의 선언을 넘어, 실질적인 실행과 지속가능한 성과로 이어지는 노력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배출 저감을 위한 환경경영, 이해관계자 중심의 포용적이고 책임 있는 사회적 가치 실현, 투명하고 윤리적인 지배구조 확립은 선택이 아닌, 글로벌 시장에서 기업이 지속적으로 생존하고 성장하기 위한 핵심 전략인 것이다. 

기업이 귀 기울여야 할 ‘절규’는 명확하다. 뭉크가 자연의 비명을 인간 내면의 불안으로 형상화했듯,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자연과 사회의 비명 역시 외면한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진정성 있는 ESG 실천만이 우리가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유일한 해답이다.

그러나 현실적 문제는 더욱 복잡하다. 환경파괴는 가속화되고, 글로벌 질서와 경제적 안정이 크게 흔들리며, 지구와 인류의 미래에 대한 불안은 날로 심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안타깝게도 여전히 ESG 관련 제도적 기반 마련에서 뒤처지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위원회는 2023년10월, ESG 공시의무화 시점을 2026년 이후로 연기하고 로드맵을 제시했지만, 실제시행은 계속 지연되고 있다. 이로 인해 많은 국내기업들이 ESG 준비기간이 늘어나는 동안 글로벌 ESG 흐름에 제대로 편승하지 못하고, 경영 대응에 소극적이거나 심지어 외면하는 모습이 우려된다.

복합적 위기와 불확실성이 일상이 된 오늘날, ESG는 더 이상 규제를 피하기 위한 수동적 대응이 아니다.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빅블러(Big Blur)' 시대를 맞아, 기업은 ESG를 통해 지속가능한 미래를 선제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이제 ESG는 새로운 기회와 혁신을 주도하는 시대의 나침반이자 전략적 성장의 핵심 동력인 것이다. 

이미 경영의 패러다임은 ESG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전환기에 접어들었다. 이러한 흐름을 선도하는 기업만이 미래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다. 불확실성의 시대에 ESG 리스크 관리전략은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것이다.  

지금은 사회와 기업이 ESG적 관점에서 자연과 인류의 절박한 외침에 귀 기울이고, 지속가능성을 토대로 근본적인 변화와 혁신에 나서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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