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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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HOW 칼럼] '아기기후소송'이 기성세대에게 남긴 숙제

작성자 관리자 날짜 2024-10-31 13:59:06 조회수 39
김도현 법무법인 영 변호사
김도현 법무법인 영 변호사

[한스경제 / 김도현 변호사] 헌법재판소는 지난 8월29일 아시아 최초로 ‘기후소송’이라 불리우는 헌법소원에서 탄소중립기본법의 중장기 감축목표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잠정적용) 결정을 내렸다. 

헌법소원을 청구한 당사자는 2001년 2월15일생부터 2006년 11월6일생까지의 청소년, 심판청구 당시 출생하지 않은 태아, 2012년 1월4일생부터 2022년 3월25일생까지의 영·유아 등으로 이런 특성을 고려해 이번 소송을 언론 등에서는 ‘아기기후소송’이라고도 칭했다. 

이들은 위 헌법소원 사건에서 탄소중립기본법이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보장하는 환경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국가는 기후변화로 인해 생활의 기반이 되는 제반 환경이 훼손되고 생명‧신체의 안전 등을 위협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해 기후변화의 원인을 줄여 이를 완화하거나 그 결과에 적응하는 조치를 하는 국가의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의 의무도 ‘환경보전’을 위해 노력할 의무에 포함된다고 하면서 탄소중립기본법이 2031년 이후 중장기 감축목표를 설정하지 않은 것은 미래세대에 과중한 부담을 이전하게 된다는 것을 이유로 청구인들의 기본권 침해를 인정했다. 

탄소중립기본법 제8조 제1항은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의 감축목표를 제시하고 있으나, 2031년부터 2049년까지의 감축목표에 대한 기준을 전혀 제시하고 있지 않았고, 2050년 탄소중립 목표시점에 이르기까지 감축을 실효적으로 담보할 수 있는 장치도 규정돼 있지 않다. 헌법재판소는 위와 같은 규정은 결국 미래에 과중한 부담을 이전하는 방식으로 감축목표를 규율하고 있다고 본 것이다. 

필자는 ‘아기기후소송’을 지켜보면서 ‘내로남불’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이제는 사자성어처럼 쓰고 있는 단어인데 기후위기 속에서 살고 있는, 앞으로 살아가야 할 아이들이 탄소를 사용하는 것은 불륜이고 그동안 탄소를 펑펑 써왔던 기성세대들은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함이라며 로맨스로 포장해왔던 것은 아닐까?

필자가 기억을 할 수 있는 그 시절인 1986년 경을 보면, 그 시절에도 사생대회 주제 중 자연보호가 빠지지 않고 있었다. 우리는 꾸준히 자연보호에 대한 교육을 받아왔고, 그때의 자연보호는 현재 광의의 탄소중립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그럼에도 지구의 온도는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상황이다. 생각해보면, 기성세대들은 어린이들과 청소년에게만 자연보호를 강조하면서 정작 자신들은 자연보호는커녕 자연파괴에 앞장서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정작 필자부터도 더우면 에어컨, 추우면 보일러를 틀어대기 바쁜데 필자의 자녀들은 유치원과 학교에서 배웠다면서 덥다고 에어컨을 켜기보다는 선풍기와 부채를 사용하거나, 시원한 얼음물을 마시자고 하고 추울 때는 옷을 더 입자고 말하는 것을 듣다보면 ‘내가 바로 지구 파괴자구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 잠시 반성의 시간을 갖게 되는 되는 것이다.  

‘아기기후소송’은 단순히 기후위기의 문제를 어떤식으로 해결해야 하느냐의 기준을 제시한 것 뿐만 아니라 기성세대가 잘못한 문제는 기성세대가 해결해야 하고, 자신의 잘못을 미래세대에게 떠넘기지 말라는 중요한 교훈을 주고 있다고 보여진다. 

이와 관련하여 유엔당사국총회에서의 논의도 같이 생각해보자. 

선진국은 이미 탄소를 사용해 개발에 성공, 재생에너지 등과 관련한 데이터를 구축했으나 개발도상국에서는 탄소 외 개발의 동력이 없는 상황임에도 이들 모두 지구에서 살고 있으니 탄소감축을 위해서는 전세계가 노력해야 하는 판이 짜여져가고 있는 것이다. 

‘아기기후소송’에서 기성세대가 미래세대에게 기후위기를 이유로 탄소감축을 강요하는 모습은 마치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에게 탄소감축을 강요하는 상황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이에 개발도상국은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기후변화에 따른 탄소감축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이 탄소감축을 하면서 개발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논의가 매년 유엔당사국총회에서 이뤄지고 있지만 드러나는 성과는 없다. 

선진국이 경제발전을 위해 가져다 쓴 탄소와 누적된 탄소로 인한 기후위기의 책임은 선진국이 부담해야 하는 것이 마땅함에도 개발도상국에게 그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 과연 정의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대한민국은 기성세대의 잘못을 미래세대에게 떠넘기지 말라는 따끔한 헌법불합치 결정을 했으니 양심은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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