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조명래 석좌교수] 파리협정 제3조는 지구의 평균온도 상승 폭을 2°C~1.5°C로 제한하는 글로벌 목표 달성에 국가별로 결정한 기여분(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 NDC), 즉 감축목표를 5년마다 갱신하여 UN에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NDC는 2050 탄소중립에 이르는 경로의 중간 목적지에 해당한다. 힘들고 긴 여정이기 때문에 중간 목적지(30년, 35년, 40년, 45년)에 순차적으로 도달하는 게 곧 장기목표(2050 탄소중립)의 달성을 보장해 준다.
그런데 첫 중간 목적지(2030 NDC)의 도달부터 사실상 불가능할 것 같다. 2023년 전 지구적 이행점검 결과, 전 세계의 현행 NDC를 모두 이행하더라도, 2019년 대비 2030년 감축률은 2%에 불과하다. 2030 NDC 수준으로 감축하면 1.5°C 달성을 위한 탄소예산(약 500기가톤)의 대부분(약 430기가톤)이 소진되어 2030년 이후엔 2년 치만 남게 된다. 현행 NDC가 온난화를 1.5°C로 제한할 가능성은 0%이고(2℃는 6%), 온난화 정점은 2.9℃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2021년 2030 NDC를 40%로 상향하여 유엔에 제출했다. 당초 제출한 2030 NDC는 2019년에 마련한 ‘(2017년 대비) 24.4%’이었지만, 2020년 11월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상향을 결정하고 2021년에 40%(선형감축에 의한 37.5%를 상향 조정한 값)로 높여 탄소중립기본법에 담았다. 당시 정부로서는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최대의 의지를 발휘한 것이고, 법에 구체 수치(35% 이상)를 넣었던 것은 정부가 바뀌더라도 40% 밑으로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실현 불가능한 목표라는 비판이 있지만, 40%로는 11위 배출국으로서 대한민국이 글로벌 목표(1.5°C)를 달성하는데 턱없이 부족하다. 현재 유럽 등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의 권고에 따라 ‘1.5°C 달성을 위해 남은 탄소예산’을 계산해 감축해야 할 범위를 설정하고 공정 배분의 조건들을 대입시켜 조정하는 방식으로 2035 NDC를 설정하고 있다. 1.5°C 전 지구적 감축경로에 따른 방식으로 계산하면 우리나라의 현행 NDC는 8.2%나 부족하다. 현재의 선형감축 방식으로 계산하면 2035년 NDC는 55%로 상향되는데, 이도 1.5°C 전 지구적 감축경로 상의 목표 63.6%에 비해 8.6%가 부족하다. 부족하다는 것은 온실가스 배출량 8위인 대한민국이 글로벌 1.5°C 목표 달성을 위해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더 심각한 것은 파리협정의 ‘진전의 원칙’에 따라 2035년 NDC를 60%대로 높인다면, 미래세대가 과연 이를 감당할 수 있을지다. 현 정부는 2030 NDC를 달성하기 위한 배출 감축량의 70% 이상을 정권이 끝난 이후에 달성하도록 설계해 놓았다.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 등을 소홀히 하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 임기 이내 달성하게 되어 있는 30% 감축의 실현도 불투명하다. 따라서 차기 NDC는 2030 NDC의 미이행분까지 담아 더욱 강화해야 하지만, 그만큼 높아진 부담으로 달성도는 더욱 떨어질 것이다.
지난 9월 헌법재판소는 4건의 기후소송을 병합한 건에 대해 2031년 이후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제시되지 않아 국민의 환경권이 보호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탄소중립법 제8조 1항의 헌법 불합치를 판결했다. 이에 따라 과학적 사실과 국제적 기준에 근거하고 전 지구적 감축 노력에 이바지하는 몫을 반영하는 중장기 감축목표를 도출하여 개정법에 담아야 한다. 현 정부가 달성하지 못하는 감축량까지 더해진 감축 목표치들이 법에 담기면, 미래 정부와 세대의 감축 부담은 상상을 초월한다. 기후변화를 멈추는 데 우리의 몫을 제대로 못 한 죄과는 미래세대가 온전히 짊어져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국민의 환경권 보호 차원에서 현행 NDC 40%는 위헌은 아니지만, 최선의 보호책이 아니라는 점을 판시에 담았다. 따라서 차기 NDC를 결정하기 전에 정부는 현행 NDC의 목표, 추진상황, 부문별 감축방안, 기 수립된 탄소중립기본계획, 탄소중립기본법 등 NDC 관련 정책 전반을 점검하여 보완·변경하거나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현행 NDC의 기계적 연장이 될 2030 NDC는 기만적이거나 허구적인 숫자 장난에 불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