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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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C HOW 칼럼] 곤충이 사라지고 있다

작성자 관리자 날짜 2024-10-18 18:32:12 조회수 13
                           정철의 국립안동대학교 교수
                           정철의 국립안동대학교 교수

[한스경제/ 정철의 교수] 최근 학생들과 야외로 곤충 조사를 나갔다. 큰 하천에서도, 작은 하천에서도 심지어는 연못 등에서도 잠자리, 하루살이 약충과 성충 몇 마리 정도밖에 발견되지 않았다. 청정 지역이라 한껏 기대했던 것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들판에서는 어땠을까? 몇 종류의 메뚜기만 있었다. 메밀, 들국화와 야생화들이 피어있는 곳에도 벌과 나비 등 꽃을 찾는 곤충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았다. 숲속으로 들어가 보았다. 다양한 크기와 종류의 딱정벌레, 매미와 노린재, 나비나 나방을 기대했건만. 어스름에 유아등이라고 하는 불을 밝혀서 곤충을 유인하여 채집하는 방식을 시도했지만 역시 곤충들은 많지 않았다. 메뚜기도 한철이라는 말처럼 곤충의 계절이 이미 지나간 것일까? 아니면 정말 이 지역 생태계에서 곤충이 적어진 것인가?

곤충은 약 5억 년 전쯤 육상으로 진출한 이후 가장 먼저 날개를 만들어 석탄기 시대의 하늘을 지배했고, 심지어는 변태라는 새로운 탈바꿈 방법을 통해서 지구상에 가장 번성한 생물군으로 평가된다. 약 100 만종 이상이 기록되어 전체 동물종 다양성의 70% 정도를 차지할 만큼 강인한 생명력과 적응력을 가졌을 뿐 아니라, 그들로부터 기인하는 각종의 먹이사슬과 먹이망을 통해서 지구 생물다양성을 견인하는 중요한 생물이다. 우리나라에는 1994년 발간된 ‘한국곤충명집’에는 10,991종의 곤충이 기록되어 있었으며 이후 생물다양성 발굴 차원의 신종과 미기록종 발굴에 대한 집중적 연구투자가 이루어지면서 2023년 20,710종을 기록하였다. 앞으로 더 많은 종이 발굴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런데도 우리는 점점 곤충이 줄어들고 있음을 체감한다. 자동차에 부딪히는 곤충의 수가 급격히 줄어들었음을 실감하게 되고 심지어는 여름밤을 지배하던 매미의 울음소리마저 잦아졌다. 1963년에 레이철 카슨은 ‘침묵의 봄’을 통해 유기 합성 살충제와 제초제, 화학비료의 무분별한 사용으로 인한 먹이사슬과 생태계 위험을 알렸다. 2021년 데이브 굴손은 ‘침묵의 지구: 곤충 대멸종’을 통해 곤충 대멸종의 시대를 경고하고 있다. 1990~2000년대에 국내 과수원에서 조사된 화분매개 곤충의 다양성 분석에서도 종수는 일부 증가하였으나 개체수는 줄어들었음이 확인된다. 최근 독일에서 27여 년간 63개 지역에서 같은 방법으로 곤충을 조사한 결과를 분석한 연구 보고서에 의하면 채집된 곤충의 무게(풍부도)가 75% 정도 감소했다. 또 산림과 초원 지역에서 20년간 조사한 보고서에서도 곤충의 풍부도가 40~75% 감소했다고 보고하면서 곤충 대멸종 시대로 접어들고 있음을 경고하였다. 지난 100년간 전 세계 각지에서 조사된 자료를 통합하여 분석한 논문에서도 최근 곤충의 풍부도는 10년에 9% 수준으로 감소하고 있다고 보고하였다. 거의 1년에 1%씩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추세라면 앞으로 50년이 지나면 곤충 절반 이상은 사라진다. 산과 들은 푸른데, 곤충도, 다른 동물들도 없는 녹색사막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벌과 나비는 야생 식물의 꽃가루를 옮겨 주어 종자와 열매를 만들 수 있게 도와준다. 이들이 없으면 야생의 많은 식물은 번식에 심각한 제한을 받게 된다. 농작물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사과, 배, 복숭아, 딸기, 토마토, 호박, 수박, 참외 등은 화분매개 곤충이 없으면 생산할 수가 없다. 나방 애벌레, 잎벌레, 메뚜기 등은 대표적인 초식성 곤충으로 식물이 합성한 유기물들을 동물성 단백질로 빠르게 전환해 포식성 곤충이나 조류, 설치류 등에 영양식을 제공해 준다. 무당벌레, 풀잠자리, 사마귀, 침노린재와 같은 포식자, 맵시벌, 고치벌 등 기생자 곤충들은 특정 해충의 밀도가 급격히 올라가지 못하게 생물적 밀도 조절자로서 역할을 한다. 소똥구리와 똥풍뎅이는 각종 짐승의 배설물을 분해하고 송장벌레는 동물 사체를 분해하여 영양분을 순환시켜 주고 악취와 오염을 줄여줄 뿐 아니라 환경을 정화해 주는 청소 기능까지 담당한다. 심지어 나뭇잎이 떨어지고 나무가 쓰러지면 땅속에 살고 있는 노래기, 톡토기, 응애 등 수많은 절지동물이 식물체를 잘게 부수고 쪼개면서 곰팡이, 세균들과 함께 유기물을 분해한다. 이 과정을 통해서 영양분들이 빠르게 또 다른 식물에 전달되고 순환할 수 있게 도와준다. 

한편, 곤충은 우리 인류의 미래 식량자원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인구가 증가하면서 식량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한다. 특히 단백질 수요가 급증하였다. 소, 돼지, 닭 등과 같은 대동물 축산시스템보다 식용 곤충을 통한 단백질 공급이 훨씬 효율적이며 환경친화적일 뿐 아니라 더 건강하다고 보고된다. ‘곤충을 어떻게 먹어?’라며 찡그리지만, 우리는 시장과 축제장에서 심지어 식당과 맥줏집에서도 번데기(명주를 생산하는 누에나방의 번데기)를 주문하는 데 익숙하다. 가을철에는 메뚜기 구이의 전통을 가지고 있다. 사료용 곤충은 또 어떠한가? 민물고기들이 가장 좋아하는 먹이가 곤충이다. 새들의 식사에도 곤충이 빠질 수 없다. 개구리, 도마뱀 등 양서류, 파충류의 가장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이 곤충이며, 각종 소형 포유류 역시 곤충을 통해 영양을 공급받는다. 곤충이 없으면 자연의 먹이사슬이, 먹이망의 연결이 느슨해지거나 끊어지면서 조절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기 때문에 생태계 기능이 불안정해진다. 불안정성은 인간의 개입과 기후변화를 통해 가속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서 멸종 위기에 처한 동식물이 증가하거나, 특정한 생물의 대발생이 발생한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자료에 의하면 포유류, 조류, 파충류의 개체수가 40% 이상 감소하였다. 우리나라에서 최근 러브버그(우단털파리), 대벌레, 매미나방, 하루살이 등의 대발생이 빈번해졌다. 비록 곤충 개체의 크기는 작지만, 곤충이 차지하는 생물량은 어마어마하다. 개미의 몸무게를 모두 합하면 인류 전체의 몸무게보다 백만 배 더 크다고 한다. 

곤충 보호에 대한 노력이 필요하다. 당장 실천하고 그 효과를 볼 수 있는 행동부터 시작하자. 보기에도 예쁘지만, 꿀과 꽃가루가 많은 꽃을 심어 벌과 나비가 날아들게 하자. 아이들에게 곤충을 관찰하고 그 삶의 신비를 탐구하는 생물 다양성 교육을 하자. 과학자들뿐만 아니라 시민들도 생물 다양성을 탐구하고 기록하고 보존하는 활동 공간과 네트워크를 지원하여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자료를 확보할 수 있게 하자. 농업생산에서 비료와 농약 등 화학물질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생물적 과정이 관여될 수 있는 환경친화적 방법을 통해서 농업 생산성을 높일 방안을 찾아가자. 산업 생태계에서도 탄소제로의 목표를 지향하자. 이것이 기후 행동이고 곤충들이 돌아올 수 있는 길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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