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방효창 두원공대 교수] 고양시 덕이동 1만여 세대가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에는 데이터센터(Data Center, DC) 건설을 반대하는 플래카드가 어지럽게 부착되어 있고, 주민들은 1년 넘게 각종 민원과 소송을 진행하며 반대하고 있다. 대규모 주거 밀집 지역에 초고압 송전선이 지상과 지하를 관통하고, DC에서 뿜어내는 엄청난 전자파와 열섬 현상에 직면한다면 주민들의 반대는 당연해 보인다. 잠시 잠잠해지기는 했으나 DC 건설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어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규모의 편차가 있기는 하지만 국내에 운영되고 있는 DC 1개의 연간 평균 전력 사용량은 약 25기가와트시(GWh) 정도가 사용되고 있다. 현재 고양시 사례처럼 막대한 전력이 요구되는 사업이 수도권에 수십 군데 진행되고 있으며, 곳곳에서 송·배전 문제와 함께 지역사회가 매우 시끄럽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를 사전 예방하고,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은 없을까’하는 의문이 든다. 여기에 늦기는 했지만, 정부가 나름 해법을 제시하고 있는 ‘전력계통영향평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6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분산에너지활성화특별법에 근거한 ‘전력계통영향평가’ 내용을 공개한 바 있다. 이 제도는 대규모 전력을 필요로 하는 사업장의 건설에서, 지역사회의 민원을 해결하고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전력량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것이다. 더구나 수도권에 집중되고 있는 전력수요를 지방으로 분산하기 위한 정책도 포함되어 있다. 이 평가에는 몇 가지 핵심 사항을 담고 있는데, 10메가와트(MW) 이상의 전기 사용을 신청하는 전력계통사업자는 사전에 평가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평가서에는 ‘자가 발전기 설치’를 포함한 ‘자가 발전 운전 계획’도 제출하도록 하고 있으며, 이는 신재생에너지발전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비기술적항목으로는 ‘지역사회 수용성’ 등을 포함하고 있는데 이는 DC 건설에 따른 민원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함이다. 이후 전력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수전(受電)이 되도록 하고 있는데 이것은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이와 관련하여 IT 및 데이터 업계에서는 자가 발전이 50%를 넘어야 해당 항목에서 만점을 받을 수 있고, 지역사회 수용성 등 기술적항목이 아닌 부분에 비중이 높으며, 평가 기준이 전국적으로 동일하여 굳이 지방에 갈 이유가 없다고 얘기하고 있다. 또한 전력심의위원회를 추가로 거쳐야 하는 등의 문제를 지적하며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평가 절차는 한정된 전력을 효율적으로 공급함과 동시에 지역사회의 반발을 해소하고, 국토의 균형발전을 이루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볼 수 있다. 2023년 3월 국회토론회의 한국태양광산업협회 발제 자료에 따르면 2030년까지 전국지방산업단지에 40GW의 태양광 발전이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DC에는 개발인력이 굳이 상주할 필요 없으며, 주거 밀집 지역이나 도심지역에 위치할 이유도 없기 때문에, 산업단지를 적절히 활용하면 전력 공급 문제도 해결할 수 있고 지역사회의 민원도 해결할 수 있어 좋은 방안이 될 수도 있다.
추가로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송전선로는 2012년 3만 676km에서 2023년 3만 4944km로 14% 증가에 그치고 있다. 전국에 원활한 전기를 공급하려면 발전량도 늘려야겠지만, 무엇보다 송전설비를 늘리는 것이 시급하다. ‘제10차 전력수급계획’에 따르면 송전설비를 5만 7681km(약 56조 소요) 늘려야 하는데, 한전의 부채가 202조 4502억 원으로 부채비율이 543%에 달하고 있다. 따라서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화 등이 적극 논의되고 있다. 일부 학자는 전기요금 외에 발전사로부터 전력망 요금을 받자는 의견도 있다. 다양한 논의를 거쳐 합리적인 방안이 나오길 기대하며, ‘전력계통영향평가’ 제도가 신속히 시행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