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칼럼

ESG 칼럼

 

[1.5°C HOW 칼럼] 지속가능성 공시 의무화, 어떤 ESG 정보를 공시할 것인가

작성자 관리자 날짜 2024-07-30 15:36:48 조회수 112
                       이우종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이우종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한스경제/ 이우종 서울대 교수] 금융위원회는 2022년 한국회계기준원 내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orea Sustainability Standards Board; 이하 KSSB)를 설립하였고, KSSB는 2024년 4월말 국내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공개 초안을 발표하였다. 금융위원회는 상장사 공시의무화 시점을 2026년 이후로 추진하고 있다. 출제기준을 이해해야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는 것처럼, 공시기준의 제정철학을 이해하는 것은 효과적인 ESG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는데 필수적이다. 
 
오늘 현재까지 기업들이 공시해온 지속가능경영보고서는 공시기준을 따를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기업이 취사선택한 ESG 활동에 대하여 부풀려서 공시하느라 보고서의 내용과 형식이 뒤죽박죽이었다. '그린워싱'이라는 용어로 대표되는 공시대상 정보의 왜곡 문제는 기업의 ESG 활동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기업의 이해관계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ESG 친화적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고자 하는 소비자들, 투자하고 싶어하는 투자자들, 취업하고 싶어하는 종업원들이 참조하기 어려웠다. 지속가능성 공시기준의 의무화를 통해 이러한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으로 기대한다. 
 
지속가능성 공시기준은 어떤 정보를 어떻게 보고할 것인가에 대한 지침을 제공한다. 공시대상 정보를 식별하는 기준은 소위 중요성 기준(materiality)이다. 중요성 개념은 하루아침에 등장한 것이 아니고, 재무회계기준에서 이미 널리 사용했던 개념이다. 특정 정보를 누락하거나 잘못 기재하거나 불분명하게 기재하는 경우 이로 인해 정보이용자(즉, 투자자)의 의사결정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합리적으로 예상된다면, 이는 '중요한 정보'이므로 반드시 공시되어야 한다. 즉, 중요성 기준은 "어떤 정보가 공시되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제공한다.  
 
다만 위 정의가 추상적이다 보니 기업 실무에서는 이 중요성에 대한 준거점을 정하기가 쉽지 않다. 재무보고에서는 중요성을 판단할 때, 간편법으로 매출액이나 총자산에 대한 일정비율을 초과하는 금액이면 그 정보는 중요하다고 간주하곤 한다. 그러나 지속가능성 정보는 대체로 계량하여 측정이 어렵고, 계량하더라도 특정 숫자와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표현하기가 어려우므로, 간편법을 사용할 수 있는 여지가 크지 않다. 
 
지속가능성 공시기준에서는 이러한 어려움을 감안하여 대안을 제시해두고 있다. 즉, 공시기준에서 즉각적으로 적용가능한 중요성 판단의 지침을 제공하지 못하는 경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산하의 지속가능성 회계기준위원회(Sustainability Accounting Standard Board, 이하 'SASB')의 지침을 중요성 기준으로 고려할 수 있다. SASB는 미국 상장기업들의 과거 자료를 분석하여 산업별 중요성 지도(materiality map)을 작성하였는데, 기업들은 이 지도를 참조하여 각각의 산업에서 중요성이 높은 ESG 이슈를 파악하여 공시대상으로 식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보자. SASB가 상장되어 있는 운송사들의 과거 자료를 분석하면서, 어떤 ESG 위험과 기회가 운송사들의 증권가격에 영향을 미쳤는지 파악하였다. 그 결과, 운송사는 환경 부문에서 온실가스 배출, 대기질 이슈들이 중요하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반면 에너지나 물/폐수 관리의 이슈들에는 증권가격이 크게 변동하지 않았으므로,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사회 부문에서는 종업원의 안전이나 위생이, 지배구조 부문에서는 중대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위험관리 시스템이 중요했다. 이처럼 각 산업별 특성에 따라 중요한 정보들을 미리 식별해두었으므로, 지속가능성 공시를 준비하는 기업들이 유용하게 참조할 수 있다. 즉, 재무보고에서는 간편법이 중요성 기준의 중요한 준거점이었다면, 지속가능성 공시에서는 SASB의 중요성 지도가 중요한 준거점이 되는 것이다. 중요성 지도를 참조하는 기업들은 새로운 공시에 대응하는 규제비용을 상당부분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요성 지도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첫째,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산하의 SASB에서 준비한 지침이라 투자자 관점에서 중요도를 가늠하고 있다. 2026년 의무화를 앞둔 국내 지속가능성 공시기준도 SASB의 관점을 승계하고 있으므로 당장은 무리가 없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투자자 관점에서의 중요성('단일 중요성')을 확장하여, 여러 이해관계자 관점에서의 중요성('이중 중요성')을 기준으로 중요한 정보를 식별하게 된다면, SASB 중요성 지도의 유용성은 매우 제한된다. 둘째, 중요성 지도는 특정 산업에 속한 기업에게 중요할 개연성이 높은 정보를 미리 식별해둔 것에 불과하다. 지도를 참조하여 공시대상 정보를 식별하더라도, 이를 "어떻게" 공시하는지에 따라 정보의 유용성이 달라진다. 효과적인 공시제도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는 여전히 급박하게 진행 중이다.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