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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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C HOW 칼럼] 인구변화와 기후변화

작성자 관리자 날짜 2024-06-12 16:55:22 조회수 91
                                     송재민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  
                                     송재민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  

[한스경제/ 송재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우리나라가 당면한 매우 심각한 문제다. 여러 위기 가운데 영향 범위나 규모 면에서 봐도 그렇다. 최근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미래 인구 전망인 장래인구추계를 살펴보면 해가 지날수록 인구 감소 속도가 빨라지는 것으로 예측된다. 즉, 인구 감소가 전통 가치관 및 사회, 경제 환경 변화,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당초 전망보다 빨라졌으며, 향후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우리나라 인구는 2020년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넘는 데드크로스 현상이 처음 발생했으며, 2021년에는 국내 거주 외국인까지 고려했을 때 총인구가 감소하는 등 인구절벽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인구 감소가 사회 구조 및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해서는 많은 논의가 있었다. 그런데 인구 규모 및 구조의 변화는 기후변화 대응과도 긴밀하게 연관돼 있다. 우선 인구 규모는 온실가스 배출량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한 국가의 온실가스 배출량 증감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주요 추동 요인(driver)은 인구 규모, 소득 수준, 기술 효율이다. 여기서 기술 효율은 단위 에너지 또는 경제 생산량 당 얼마나 많은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지와 관련된 요소로 국가의 산업 구조 및 에너지의 탄소집약도 등과 관련이 있다. 일반적으로 인구가 많을수록, 소득이 늘어날수록, 기술 효율이 낮을수록 온실가스 배출은 증가한다. 

그러면 인구 감소로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어들어 기후변화 측면에서는 좋은 일이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다. 사람이 적다는 것은 자원 소비 감소, 에너지 수요 감소 및 폐기물 발생이 감소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론적으로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감소할 수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낙관적인 시나리오에는 함정이 있다. 인구 감소가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은 이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 

우선, 인구가 감소함에 따라 기존 인프라 이용 및 도시관리 효율성이 감소한다. 더 많은 인구를 수용하기 위해 건설되었던 도시를 스마트하게 축소하기는 쉽지 않다. 이미 많은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중교통의 적자 증가, 빈집 증가와 주변 지역의 쇠퇴 등이 대표적인 예다. 비효율성은 1인당 에너지 사용과 배출량이 인구 감소에 비례해서 줄어들지 않는 상황을 만들 수 있다. 또, 다른 한편으로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인구는 줄어들고 있지만 1인 가구의 증가로 가구 수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1인 가구는 다인 가구에 비해 조명, 냉난방 등의 에너지 사용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1인당 에너지 소비와 온실가스 배출 감소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장기적으로는 인구 감소로 인한 경제 위축으로 인해 녹색 기술과 지속가능한 인프라에 투자할 수 있는 자금이 감소할 수 있다. 지역 인구가 줄면 지방 정부의 예산도 줄어들어 필수 서비스와 인프라를 유지하고 업그레이드하는 능력이 저하된다. 인구 감소로 인한 인구 밀도 감소 및 방치된 공간의 증가는 효율적인 기후변화 대응을 저해하며, 홍수나 폭염 등의 기후 영향에 대한 취약성이 높아질 수 있다. 

이와 함께, 고령 인구가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급속한 인구 구조 변화 또한 기후변화 적응 측면에서 다양한 문제를 일으킨다. 고령 인구는 일반적으로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 한파 등 이상기후에 더욱 취약하다. 또 고령 인구는 이동성이 저하되기 때문에 기후변화로 인한 재해나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 고령 인구가 접근 가능한 적절한 인프라가 필요하며, 안전한 대피, 비상 대응 계획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지자체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에 따라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2024년 5월 기준으로 전국 17개 광역 지자체는 1차 기본계획 수립을 마친 상태이며, 현재 기초 지자체들이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중이다. 각 지역에서 기본계획을 수립할 때 이와 같은 지역의 특수한 인구 변화 다이내믹스를 고려해 지역 상황을 반영하는 차별화된 대응 전략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인구 감소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지역의 경우 총 온실가스 배출량보다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 저감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으며, 효율적인 도시 관리를 위한 주요 거점 중심의 도시 성장 관리가 필요하다. 또한, 인구 고령 지역 및 낙후, 쇠퇴 지역은 온실가스 저감보다 기후변화 적응 계획 및 전략이 더욱 필요하고 중요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지역 맞춤형 기후변화 대응 전략은 지역의 경쟁력 확보 및 회복탄력성 개선에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유발하는 공동편익(co-benefits)을 창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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