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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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C HOW 칼럼] ESG 공시기준 공개 초안으로 본 기업가치와 함수관계

작성자 관리자 날짜 2024-06-05 13:20:16 조회수 126
                       이치한 ESG행복경제연구소 소장
                       이치한 ESG행복경제연구소 소장

[한스경제=이치한 ESG행복경제연구소 소장] 지난 4월 말 국내 ESG 공시기준 초안이 발표됐다. 이는 글로벌 3대 ESG 공시기준인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의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EU의 ‘기업 지속가능성 공시기준(ESRS)’,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기후 공시규칙’이 이미 확정된 가운데 초안에 대한 의견수렴 기간에 들어간 것으로 많이 늦은 감이 있다. 

이번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 공시기준 공개 초안은 ISSB 기준을 기반으로 한다. EU, 미국 등 주요국의 ESG 공시기준과의 상호 운용성을 갖추고, 신뢰성 있는 정보공시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공시기준 제정에 있어 정보 유용성, 국제 정합성, 기업 수용가능성 간의 균형을 맞추는 데 집중했다.

KSSB는 공시기준 초안 개발에 있어 글로벌 기준선인 ISSB 공시기준을 국내 기준제정의 시작점으로 했다. 이렇게 KSSB 공시기준으로 채택한 ISSB 기반의 공시정보는 주 이용자가 투자자임을 이해하고 투자자들이 원하는 정보에 초점을 둬야 하는 투자자 중심 공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로써 기존의 GRI 중심 임팩트 관점의 공시가 ISSB와 KSSB공시기준을 통해 투자자를 위한 재무정보 중심의 공시로 바뀌고 있다.

이같이 ISSB와 KSSB의 공시기준은 투자자가 기업에 자원을 지원할지를 결정할 때 유용한 지속가능성관련 위험 및 기회에 대한 정보를 기업이 공시하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공시기준은 단기, 중기 또는 장기에 걸쳐 기업전망(기업의 현금흐름, 자금조달 및 접근성 또는 자본비용)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합리적으로 예상할 수 있는 지속가능성관련 재무정보만을 공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가장 큰 특징은 지속가능성 정보공시를 기업이 일반목적재무보고서의 일부로서 제공하도록 하는 것이다. 따라서 ISSB와 KSSB의 공시기준은 재무공시와도 연계되어 재무제표의 기준 변화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 만큼, 재무적 중요성을 다룬 ‘단일중요성’을 채택하고 있다. 

바로 여기서 ESG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ESG는 기업의 미래 성장성을 높이고 위험을 낮춰 장기적으로 기업가치와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기반 한 기업가치는 ESG 요소인 환경의 건전성, 사회적 책임성, 경제적 신뢰성(지배구조)의 수준과 결합에 의해 결정되는 함수관계[EV = Max f(E, S, G), 위험↓,기회↑]다. ESG 성공이 중·장기적인 기업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가 된다.

중요한 것은 ESG가 추구하는 지속가능성이 경제적 가치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ESG는 장기적으로 재무적 성과로 연결되기 때문에 경쟁 논리를 따르는 기업 속성상 결코 포기할 수 없다. 물론 사회와 환경적 가치에 대한 고려가 단기적으로는 비용을 발생시키지만, '계속기업(going concern)'으로서 그 비용을 초과하는 경제적 이익을 장기적으로 창출해 낸다.

최근 국내 증시 밸류업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지금 논의되고 있는 밸류업 프로그램에서는 여러 재무지표 중 유독 PBR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PBR은 주가를 주당순자산가치(BPS : book value per share)로 나눈 비율로, 기업의 주가가 그 내재가치에 비해 얼마나 평가(고평가 PBR>2, 저평가 PBR<1)되는지를 나타내는 측정기준이다. 하지만 수익성 지표인 ROE, ROA, PER 등이 전체적인 기업가치를 나타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또한 순자산과 주가와의 배율이라는 관계에서 PER * ROE = PBR 공식이 성립한다. 따라서 PBR은 ROA와 PER를 포괄적으로 담은 종합적인 지표다. 

우리보다 앞서 기업가치 프로그램을 시행한 일본의 기업분석결과에 따르면 PBR 개선으로 자기자본이익률(ROE) 목표 공시, 주주환원책의 개시와 실행, 성장 전략 개시 등의 기업가치가 제고되는 지속가능발전 기반을 마련했다고 한다. 일찍이 일본은 PBR의 재무제표에 나타나지 않는 지속가능성 가치에 대해 주목했던 것이다. 우리 증시가 이를 롤모델로 삼는 배경이다. 

이처럼 PBR은 단기적 수익성보다 장기적인 기업가치를 추구하는 ESG 경영의 목적과 궤를 같이한다. ESG를 통해 사회적·환경적 평가 등에서 재무성과를 상승시키면 기업의 위험조정수익률과 성장성을 끌어올려 기업가치가 높아지는 승수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ESG가 추상적인 가치가 아니라 실제 기업가치로 직결된다는 뜻이다. ESG 경영을 측정하는 데 있어 PBR은 재무 안정성, 위험관리, 지속가능성 등의 중요한 지표로 활용될 수 있다. 
 
이미 ESG의 탄생 배경이 된 단기이익(PER, ROE)만을 추구하는 무분별한 '주주가치' 추구는 기후위기와 사회적 양극화 문제를 초래하며, 외부 불경제의 부정적 외부효과를 심화시켰다. 이제 기업은 환경과 사회적 이슈를 잘 관리해 위험을 최소화할 뿐 아니라 경영전략에 활용해 기업 밸류업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개발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더불어 경제적 성과는 물론이고 사회 및 환경적 성과를 잘 관리하기 위한 투명한 거버넌스가 필수적이다.

ESG 없는 기업가치는 공허하고, 기업가치 없는 ESG는 맹목적이다. ESG 출발은 기업의 기존 재무성과에 더해 지속가능성 재무성과를 투자에 반영하는 데 있다. ESG 정보를 매개로 한 자본의 흐름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바야흐로 ESG 공시기준이 기업의 지속가능성 공시 관행을 재무 중심으로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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