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칼럼

ESG 칼럼

 

[1.5°C HOW 칼럼] 실천적 기후행동이 필요하다

작성자 관리자 날짜 2024-04-16 13:41:41 조회수 30
                              정철의 국립안동대학교 식물의학과 교수
                              정철의 국립안동대학교 식물의학과 교수

[한스경제/ 정철의 국립안동대 수] 인류는 백만 년 전 아프리카 초원을 벗어나 비옥한 하천변에 자리를 잡으면서 농업을 시작했다. 1만 년 전 시작된 농업혁명은 인류가 더 이상 굶주림을 해결하기 위한 수렵 채취 및 유랑생활을 하지 않아도 될 기반을 마련해 주었고 이후 인류는 육지 대부분을 점유하여 도시와 문명을 만들어 왔다. 그리고 18세기 산업혁명, 농업, 백신 등 의료 분야의 발전을 거치면서 인류는 지구의 가장 강력한 지배자가 되었다. 야생동식물과 공유하였던 자연을 인류를 부양하기 위한 생산자원으로 인식하면서 대규모의 서식처 조작과 생물상의 개편이 이루어졌다. 육지의 38% 이상이 목초지와 농경지로 변환되었다. 소, 돼지 등 가축이 지구상의 포유동물 무게의 60%를 차지하고 인류는 36%를 차지한다. 고래 등 해양동물을 포함한 야생의 포유동물은 4%밖에 되지 않는다. 인류는 압도적인 우점 지위를 누리며 기하급수적으로 인구가 증가하였다. 

하지만 인류의 완벽한 우점 지위와 인구 증가는 지구 환경 수용 능력이라는 측면에서 우려가 제기되기 시작했다. 1970년대 해양투기나 오존층 파괴 등 각종 환경문제가 논의되었고, 1990년에 이르러 국제연합(UN)은 기후변화협약, 생물다양성협약, 사막화방지협약 등을 체결하면서 인구 증가 및 인류의 지구자원 독점의 폐해가 나타나고 있음을 인정하였다. 또한 급격하게 증가한 탄소배출이 기온 상승을 비롯한 각종 기후변화, 이에 수반된 인류세의 생물다양성 감소나 사막화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는 데 국제사회가 인식을 같이하게 되었다. ‘북극지대에서 녹아서 표류하는 빙하 파편 위의 북극곰’의 문제로 인식되던 기후변화는 이제 ‘꺼지지 않는 산불과 따뜻한 겨울, 봄철 늦서리나 폭염, 장기간의 장마 등’ 다양한 형태로 우리의 삶에 현실화하고 있다.

1년 전 이맘때 꿀벌의 떼죽음이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꿀벌이 사라지면 화분매개 부족으로 농작물 생산에 어려움이 생기는 것은 자명하다. 그뿐만 아니라 이상기후가 함께 찾아와 더 큰 피해가 발생했다. 봄철 평균기온이 상승하면서 과수의 개화 시기가 빨라졌고, 따뜻해진 이른 봄 날씨로 인해 꽃들이 빨리 피었다. 그런데 난데없는 영하권의 추위가 찾아와 꽃눈이 얼고 어린 과실 등에 피해를 주어서 결실 불량, 조기 낙과가 나타났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여름 내내 내린 장마는 탄저병 대발생으로 이어지며 사과 생산은 전년도와 비교해 30% 이상 감소했다. 꿀벌 부족과 날씨 영향으로 화분매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니, 사과 속 5개의 씨방에 종자가 골고루 맺히지 않아, 비정형과(모양이 좌우 비대칭이며 정상적 형태를 갖추지 않은 과실) 비율이 늘어나고 품질도 떨어졌다. 소비자들은 평소의 2배 이상으로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사과를 구매해야 했다. 

올봄 상황은 또 다른 양상이다. 따뜻한 겨울로 인해 봄철 벚꽃 개화기가 3월 중순으로 예측되면서 지자체가 봄철 축제를 1~2주 이상 앞당기기도 했으나 갑자기 찾아온 3월 추위로 인해 개화기가 늦어지면서 벚꽃 없는 벚꽃 축제가 빈번했다. 그러더니 4월 초에 벌써 영상 25°C가 넘는 여름 날씨가 며칠 지속되고 있다. 갑자기 온도가 높아지면 농작물과 야생식물의 개화 시기와 땅속에서 월동하던 화분매개 곤충들의 발생 시기의 불일치가 나타날 가능성이 커진다. 생태계는 많은 생물이 촘촘하게 먹이연쇄 네트워크를 통해 엮여 있어서 자그마한 자극이나 교란에 대해서는 크게 흔들리지 않고 평형상태를 향해 수렴되는 과정을 거쳐왔다. 그런데 최근 인류에 의한 농업과 자연 생태계의 간섭이 커졌으며, 기후변화라는 전 지구적 교란 요인이 작용하면서 생태계 내 생물들 간의 조정작용도 약화하는 추세이다. 꿀벌의 대량 폐사와 소실이 그 한 예이며, 최근 잦아지고 있는 해충의 대발생이 그러하다. 곤충생태학자로서 다음 두 종의 곤충 발생을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4~5월 서울의 북한산을 등산하다 보면 심심찮게 상수리나무나 오리나무 등의 이파리를 모두 갉아 먹어 버리는 송충이처럼 털이 많이 달려있고 등판에는 빨간반점과 청색반점이 찍혀있는 애벌레를 볼 수 있다. 매미나방이라고 하는 이 곤충은 알덩어리로 월동을 한 후, 알에서 깨어난 애벌레들이 집단으로 돌아다니면서 섭식하므로 식물의 피해가 매우 크다. 집단으로 떠돌아다니는 방랑성 생활을 한다고 해서 집시나방이라고도 불리는 이 곤충은 식성이 워낙 좋아서 각종 과실수나 정원수는 물론 야산의 웬만한 나뭇잎들은 다 갉아 먹기 때문에 나무가 고사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털이 많고 빨간 점을 가진 송충이 모양의 애벌레들이 무리를 지어 돌아다니기 때문에 혐오감을 줄 뿐 아니라, 독나방과에 속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유충의 털이나 성충의 인편(鱗片)에 접촉하면 피부질환 등을 유발할 수 있다. 6월경 토양에서 약 2개월간의 번데기 과정을 거치고 7~8월에 성충들이 나타나는데, 하얀색 또는 회색을 띤 까만 반점이 있는 성충들이 산란처를 찾아 집단이 모이면 그 혐오감과 위협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서울, 경기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분포하며 1년에 약 6천ha 이상 대발생하기도 한다. 이 곤충은 주로 겨울철 온습도, 알덩어리에 기생하는 곰팡이나 기생벌 등에 의해 밀도가 조절되는데, 올해는 따뜻한 겨울, 비가 많은 봄철을 겪으며 어떻게 발생할지 예의 주시 된다. 

또 다른 한 곤충은 최근 몇 년째 국내 유입이 보고되는 해충으로 열대거세미나방이다. 옥수수나 벼를 주로 섭식하는 국제적으로 무서운 해충이다. 원래는 아메리카 열대와 아열대 지역에서 옥수수, 벼 등을 먹고 사는 곤충이다. 그런데 2016년 서아프리카에서 발견되고 이후 빠르게 아프리카 대부분 국가에 침입하였고, 인도, 중국 등 동양권으로 급속하게 분포를 확대하고 있다. 한 마리 암컷이 약 천 개 정도의 알을 낳을 만큼 번식력이 높고, 성충은 수십 킬로미터 이상 날아다니는 분산 능력을 갖췄다. 우리나라에도 2019년부터 중국에서 편서풍 기류를 타고 여름에 유입되고 있다. 우리나라에 지속적으로 침입이 이루어지면 쌀농사는 물론 옥수수, 수수 등 우리 농업에 치명적 타격을 주게 된다. 다행스러운 점은 따뜻한 기온에 적응된 곤충이기에, 추운 겨울을 나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점점 따뜻해지고 있으니, 그리고 워낙 이동성이 높고 중국에서 지속적으로 비래 유입이 잦아지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예측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이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증가한다. 지구생태발자국네트워크(Global Footprint Network, GFN)는 매년 인류의 지구자원 사용량이 지구의 생산과 자정능력을 초과한 시점을 지시하는 ‘지구 생태용량 초과의 날(Earth Overshoot Day)’을 공표한다. 지구 생태용량은 산림, 목초지, 어장 등 생물적으로 자원이 생산되는 육지와 바다 면적으로 계산되고, 자원사용의 생태발자국은 식품, 섬유, 가축, 목재, 사회기반시설을 위한 공간과 이산화탄소 흡수를 위해 필요한 산림 등 인류에게 필요한 자원이 면적으로 환산되어 계산된다. 생산능력이 사용량을 넘어서는 날(초과의 날, Overshoot day), 이날을 기점으로 우리는 미래세대의 생태자원을 미리 빌려서 쓰고 있다는 뜻이다. 지구 생태용량 초과의 날은 2023년 8월 2일로 계산되었다. 이는 인류가 현재 수준으로 지구자원을 사용한다면 적어도 1.6개 이상의 지구가 필요하다는 말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생태용량 초과의 날은 압도적으로 빠르다. 2023년 우리나라 생태용량 초과의 날은 4월 2일이었다. 지구 평균에 비해 우리나라의 생태부하는 2배 이상이라는 얘기다. 우리나라는 국토 면적이 작고 생물 자원도 부족하지만, 인구 밀도는 높고 석유화학, 철강, 시멘트 등 에너지 다소비산업이 몰려 있어 더욱 그렇다. 지난 백 년간 지구 평균 온도변화가 0.6°C인데, 한반도는 1.5°C이다. 그야말로 한반도는 기후변화의 화약고이다.

4월 21일은 과학의 날이고 22일은 지구의 날이다. 과학적 증거와 분석에 기반한 기후 계획이 요구된다. 우리나라는 이미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기후변화대응 기술개발촉진법에 의거, 범부처가 온실가스 감축 계획에 협력하고, 기후변화 적응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이 과정의 핵심 전략으로 혁신생태계 조성을 강조한다. 즉 기후기술 개발과 적용을 위한 인력양성과 인프라 구축, 국제사회와 정부·지자체·기업 등 민·관·산·학·연의 거버넌스 활성화를 지향한다. 기후테크와 정책 목표도 중요하지만, 생활 속에서 지켜나갈 수 있는,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기후 행동이 중요해지는 대목이다. 제품과 서비스를 재설계해 낭비를 없애고 자원 순환형의 경제, 순환경제의 강화가 요구된다.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숲 만들기, 불필요한 에너지 사용 제한하기, 자동차 속도 제한하기 등을 통한 생태발자국 줄이기나 생태계 서비스를 강화하는 생태계 관리와 환경친화적 농업 생태계 관리가 더 중요해지는 시점이다.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