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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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C HOW 칼럼] ‘진•선•미’와 투표

작성자 관리자 날짜 2024-04-09 16:26:41 조회수 35
  이찬규 중앙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이찬규 중앙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한스경제/ 이찬규 중앙대 교수] ‘그 사람 멋있어’, ‘착한 사람이야’, ‘바른 사람이지’ 이 세 가지 평가 속에 ‘진(眞, truth)•선(善, goodness)•미(美, beauty)’가 들어 있다.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서 1위, 2위, 3위를 가를 때 사용하는 말로 널리 알려진 ‘진•선•미’에 대한 개념은 아리스토텔레스 시기부터 인간이 다른 동물과 구분되는 정신 세계의 유형으로 탐구되어 왔다. 그리스 시대에는 ‘진’과 ‘선’만이 인간의 고유한 정신 가치로 여겨졌지만 그 이후 논란을 거듭하다가 1837년 칸트 철학을 소개한 프랑스 철학자 V. 쿠쟁의 저술 《진·미·선에 대하여:Du vrai, du beau et du bien》에 이르러 ‘진•선•미’ 개념이 정립되고, 오늘날에까지 서양 철학에서 가장 기본적인 개념이 되었다. 

그런데 왜 미스코리아를 선발할 때 ‘진’이 ‘1위’인가? 왜 ‘참과 거짓을 구별하는 것’이 ‘착한 의지’나 ‘아름다움에 대한 열망’보다 더 가치있다고 생각했을까? 그것은 ‘진’이 ‘선’과 ‘미’보다 더 중요하다기보다는 ‘진’이 이 둘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름다움에 대한 추구’는 인간의 감정으로부터 시작된 것이며, 그 뿌리는 ‘다섯 가지 감각 활동’에 있다. 그래서 단지 ‘미’만을 추구한다면 인간은 이기적 욕망에 빠질 위험이 있다. 또한 인간의 감각활동은 상당히 상대적이어서 ‘시간과 공간, 상황’에 따라 변하기 쉽고, 사람들마다 그 기준이 다를 수 있어 천차만별이다. 물론 이 다양성은 인간 사회가 추구해야 할 중요한 가치임에 틀림없지만 아직까지도 인간 사회가 ‘모든 개별적 다양성’을 수용할만큼 성숙되지는 않았다는 것이 문제이다. 그래서 이 아름다움에 대한 추구를 다는 그릇이 필요한데 그것이 바로 ‘선’이다. ‘선’은 다양성을 받아들인다. ‘착하게’ 사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다양한 가치를 존중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이익이 되는 행동을 한다. 그냥 한 인간의 단편적인 삶만을 생각한다면 이것이 최고의 가치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우리가 사회를 이루어 살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보면 ‘순수하고, 선한’ 마음과 행동이 전부는 아니다. ‘착한 마음과 행동’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라는 의미이다. ‘옳은 것’은 ‘참과 거짓’을 구별하는 것이고, 그것을 지향하는 것이다. 그래서 ‘선한 마음과 행동’이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보면 결국 ‘진’이 ‘선’과 ‘미’를 포괄하는 개념이며, 진정으로 ‘진’을 추구하는 사람은 ‘선’과 ‘미’ 모두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미와 선’이 없는 ‘진’이란 ‘가짜’다. 사실 ‘진’만이 다른 동물과  인간을 구별짓는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생각에 대해서 생각’하는 존재이므로 ‘내가 하는 생각이나 행동이 바른 것인가?’를 점검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이로써 인간 개인도 사회도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미스코리아로부터 정치로 가보자. 국민은 주권자로서 끊임없이 우리를 위해서 일해 줄 ‘정치인’들을 선택해야 한다. 투표라는 형식으로 나의 권리를 위임하는 것이다. 권리의 위임이라 함은 삶을 맡기는 것과 같다. 그래서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누구를 선택하여 나의 삶을 맡길 것인가? 

정치는 사회적 가치를 극대화하는 일이기 때문에 반드시 ‘진’을 추구하는 사람이 해야 하고, 국민들도 그런 사람을 선택해야 한다. ‘능력껏 열심히 살아온 사람(미인)’, ‘남에게 베풀며 살아 온 따뜻한 사람(선인)’도 모두 가치있지만 그러나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정치인은 ‘참과 거짓을 구별할 수 있고, 그것을 추구하는 사람(진인)’이어야 한다. 그래야만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널리 사람에게 이익이 되는 ‘홍익인간’을 실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과 같이 다변화된 사회에서는 ‘진짜’와 ‘가짜’가 혼재하기 마련이고, 심지어는 가짜가 진짜를 억누르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가짜 정치인들이 횡횡하게 되면 세상은 거짓으로 물들고, 민주주의는 퇴색되며, 그 고통은 대부분의 국민들이 고스란히 받게 된다.  

사람들이 국회의원이 되려고 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진•선•미’를 추구하기 위해서일 수도 있고, ‘거짓’으로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기 위해서일 수도 있다. 이것을 골라내는 것이 주권을 가진 국민들의 책임이다. 존 F 케네디는 ‘배움이 없는 자유는 언제나 위험하며, 자유가 없는 배움은 언제나 헛된 일이다’라고 하였다. 주권자 스스로가 ‘진’을 배우고 체득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당신이 케네디가 될 수 없다면 최소한 케네디를 뽑을 수 있는 사람이 되어라’라는 말이 있다. 투표 전에 국민들은 자기 자신에게 꼭 물어보자. ‘내가 지지하는 출마자가 ’진‘을 추구하는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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